효경 백 번 읽고 아비 뺨치기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남포교회 협동목사
“조직적 반기독교 운동은 배신감에서 나와”
중국 속담에 “효경 백 번 읽고 아비 뺨친다”는 말이 있다 합니다. 효에 대
한 지식은 넘쳐나는데, 실제 생활은 그와 반대로 사는 사람을 비웃고 책망하
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성경 백 번 읽고 성경과는 상
관없이 행동하는 우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가르침과 반대로 사는 사람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내온 청년이 있었습니다. 전문대학교를 졸업
하고 다시 간호사가 되겠다고 간호대학에 입학하여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였
습니다. 간호사 시험에도 합격하고 이름 있는 대학병원 간호사로 바로 취직
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름대로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였습니
다.
그 대학병원에서 직장생활을 행복해하며 지내고 있으려니 했는데, 얼마 후
확인해보니 한 달만에 그
만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상사 간호사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
전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을 퍼붓고, 발로 차기도 하고, 머리를 때리기도 하
면서 얼마나 함부로 하는지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신입생
간호사들은 이틀이나 닷새를 못 넘기고 사표를 낸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병원 간호사 사회에 그러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마음은 아팠지만 그러나 크
게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악한 사람이 어디
에나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말 충격
이 되고 그러다가 분노가 된 것은 그 여자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근무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만나면 “신앙생활을 잘 해야 한다”
며 입버릇처럼 전도를 하고, 또 신앙생활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그 상사의 그와 같은 이중성 때문에 더욱 그 병원에 있기가 힘들어
서 한 달만에 뛰쳐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사회 안에는 이미 반기독교운동을 조직적으로 강력하게 펼치는 그룹들
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교회 밖의 시민단체들이 교회를 개혁
하겠다고 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교회와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능욕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과격한 반기독교적인 운동들
은 다분히 그동안 한국 기독교인들이 불신 사회에 대하여 보여준 윤리적 실
패로부터 기인했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신자들이 신자가 아닌 것처럼 살고, 교회들이 교회가
아닌 것처럼 처신을 해온 것의 결과인 것입니다.
사실 한국교회가 이 사회로부터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홀대와 비난을 받게
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호만 멋있고, 각오만 비장하지 실제
의 삶 속에서 그것을 볼 수 없다는 불만과 교인들이 신앙인에게 거는 최소한
의 기대만큼도 살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과 배신감에서 온 것입니
다. 이것은 억울한 핍박이 아니고 당연한 질책입니다.
본문에서 야고보는 도를 듣기만 할 뿐 그것을 행하지 않는 것은 자기를 속이
는 자라고 말씀합니다(22절). 그리고 나아가서 그러한 믿
음은 죽은 것이라
고 합니다(2:17). 효경 백 번 읽고 아비 뺨을 치는 자라면 효경에 능통한 것
이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소위 신자가 믿음이 있노라 하고 그 믿음대로 사
는 행함이 없다면 그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단정을 지어버립니다(2:17).
효도를 가르치는 효경을 백 번씩 읽고 나서 아비 뺨을 치는 자식이나, 매주
예배드리고 성경말씀 읽으면서도 세상의 기본 윤리수준 만큼도 살지 못하는
신자는 둘 다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읽은 경전의 가르침
과, 자기가 예배한 신을 모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에게로 나아
가려는 다른 사람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가는 길 막지 말아야
이 나라의 신자들이, 특히 소위 교회 지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시급히 해
결해야 될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