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18)
디모데후서 4:1-5
이런 설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설교는 삶의 매 순간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을 그 대상으로 합니
다. 우리의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세상을 등지고 어느 산속이나 외딴 섬에
끼리끼리 모여 별천지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설교가 그들이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외면한 채 딴 세상의 말로
일관할 수 없습니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설교’
우리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선포할 뿐 아니라 그것을 근거로
이들의 삶의 현장을 해석하고 분별하며 그리하여 가르치고 경고하며 또는 위
로하고 권면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말 대선과 같이 온
나라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설교자는 어떤 식으
로든지 일체의 언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
나 거기에
는 중요한 원리와 한계가 있음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
씀이 선포되는 교회의 강단이 정치판의 연설장과 같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
다.
3주 전에, 수만 명이 모인다는 장안의 한 교회에서 다음과 같은 설교가 선포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12장 1-6절을 본문으로 하고 “만약 적화통일이 된
다면”이라는 제목을 붙인 설교였습니다. 서두에서 상당한 분량으로 공산주
의가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가를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분노에 찬 어조로
강조한 다음, 다음과 같은 전환 단락과 함께 설교의 본론으로 진입하였습니
다.
“금년 말 대선이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요, 그 전이 한나라당
의 경선 후보 결정하는 일입니다. 어쨌든 친공, 친북, 반미의 좌파가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적화통일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라고 묻고는 세 가지 대지로 나누어 부연 설명
과 함께 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6만 교회는 다 파괴되고 믿음 생활
을 못하게 됩니다.” “둘째, 대학살이 자행될 것입니다.” “셋째, 경제가
몰락하여 거지의 나라가 됩니다.”
그리고는 “적화통
일, 즉 붉은 용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목숨 걸
고 기도해야 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구약성경에서 비장한 기도를 보여주
는 세 곳을 인용하며 기도를 주장한 다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설교의 결
론 부분을 구성하였습니다.
“엊그제 신문에 보니까 ‘킴노박’이 합세하여 이명박을 죽이려 한다고 했
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가 합세하여 죽이기 작전을 편다는 것입니
다. 전에 이회창씨 죽이듯 온갖 계략과 거짓으로 공격하고 때리는 것입니
다. -중략- 좌우간 ‘차떼기당’이거나 ‘부동산투기’를 했던 간에 다시는
붉은 용의 세력이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합심하여 기도해야겠습니다. 특별
히 하나님의 백성이 내밀 수 있는 최후의 히든카드는 금식기도입니다. 전자
개표기 조작이나 부정선거를 통해서나 친북, 친공, 반미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아 적화통일을 획책하지 못하게 해야 되겠습니다. 친북 좌파 세력은 이명
박씨를 대선에 못 나오게 하고 다음에는 박근혜씨를 잡으려 들 것입니다. 기
왕이면 예수님 잘 믿는 장로가 되기를 기도해야겠고, 아니면 박근혜씨라도
되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설교자는
교회 앞에 “구국금식기도”를 선포하였습니다. “이 위
기를 맞이하여 구국금식기도를 선포하는 바입니다. 3일이 어려우면 하루라
도, 아니면 하루 한두 때씩이라도 금식하여 붉은 용의 세력이 이 땅을 짓밟
지 못하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는 그 유명한 요엘서 2장 15-17절을 낭독
한 후 설교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적화통일이 되어 공산
치하에서 신앙생활 못할 바에는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디모데후서 4장 1-5절은 사도 바울이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의식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디모데에게 남긴 마지막 명령입니다. 사도는 말을 꺼내기 전
에 먼저 하나님의 면전과 그리스도 예수의 면전, 그리고 그의 심판과 그의
재림과 그의 통치를 근거로 이 명령을 하는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자신이 디
모데에게 하시려는 말씀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가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1
절).
그리고 나서 사도가 하는 말은 한 마디였습니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Preach the Word!)”(2절). 그리고는 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하
는 설명을 자세히 하고 있습니다(3-4절). 이 시대의 정신과 흐름과 상황이
말씀과 반
대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사도는 다시 말을 바꾸어 같은 내
용을 강조합니다(5절).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근신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
도인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
현실 왜곡하거나 호도해선 안돼
수만 명이 모이는 교회 주일 낮 예배 강단에서 스스럼없이 그런 내용에 그
런 말로 그렇게 설교를 할 수 있는 그 설교자의 초상식적 카리스마와 그런
설교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고 다시 그 강단이 찾아지는 교인들의 탈신학적
믿음이 부러운 것인지, 불쌍한 것인지 한 동안 마음이 착잡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