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소외_성주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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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소외

성주진 교수/ 합신 구약신학

자기중심적인 삶이 초래하는 최대의 불행은 자기소외입니다. 하나님을 소외
시킨 사람은 결국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게 됩니
다. 하나님과 영속적인 가치들로부터 소외당하는 비극, 이것이 바로 하나님
을 떠난 이들이 경험하는 실존적 상황입니다. 

성경은 인간의 소외가 하나님의 소외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속죄제가 바로 하나님이 소외당한 측면을 부각시키는 제사입니다. 죄는 하나
님을 인간에게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죄가 하나님의 처소를 오염시켜서 하나
님이 자기 백성 가운데 거하실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속죄
의 피가 성소에 뿌려질 때 하나님의 처소가 정결케 되고 신적 임재가 회복됨
으로써 하나님의 소외와 더불어 인간의 소외가 해결됩니다. 이것이 속죄제
가 보여주는 복음의 진리입니다.

하나님이 소외당하신 자리를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자리로 바꾸어 놓음으로
써 인간의 소외를 해결하는 것이 속
죄제의 기능입니다. 이렇게 구약제사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임재는 예배와 기도의 중심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지 않는 예배와 기도는 하나님을 또 다시 소외시
키는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난 5월에 국가조찬기도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일
로 인하여 여러 분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참석의무가 없는, 믿지 않는 대통령의 임석은 기도회의 필수요건이 아니라
는 점입니다. 정치적 역학관계가 어떠하든지 간에 하나님이 임재하셔서 들으
시는 것이 확실한 기도회라면 누구를 탓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하나님의 소외는 기도와 예배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태도와 행동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레위기는 제사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제사를 통하
여 하나님과 교제를 회복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사회를 건설해
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먼저, 레위기는 사랑을 가르칩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는 말로 이웃사랑을 명시적으로 명령합니다. 나아가서 “너희 가운데 거하
는 외국인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민족을 뛰어넘는 사랑을 가르침으로
써 신약시대에 예수님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하여 가르치신 이웃의 
정의를 함축적으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레위기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사랑과 믿음에 기초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또한 개혁을 제시합니다. 레위기가 규정한 희년 제도는 파산한 사
람들이 빚을 탕감 받을 뿐만 아니라 상실한 기업을 돌려받음으로써 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레위기는 이렇게 하나님 중심의 사회를 꿈꾸
며 구체적인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놀라운 책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의 적용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존권의 보장을 포함합니
다. 기부와 사회환원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문화적, 제도
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좋은 적용일 것입니다. 물론 희년은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탁월한 모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약의 이스라엘을 오늘날의 국가
로 곧바로 대치하여 문자적인 적용을 강요하는 것은 주의를 요하는 일입니
다. 국가와 종교가 하나였던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상황을 현실적으
로나 성경신학
적으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영향력 있는 캐톨릭 신부가 대통령을 ‘우리의 예수’로 모시자
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을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왕에 비하면서 대제사장
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발언의 취지나 모임의 분
위기, 그리고 신부의 신학적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잘못된 기독론과 
성경해석으로 대통령을 오도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교회는 교회 본연의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이 교회
에게 주신 영광스러운 자리를 소홀히 여기고 권력의 주변부를 기웃거릴 하등
의 이유가 없습니다. 성도들도 성도의 자리를 지켜서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
하여 회복된 하나님의 임재를 이웃과 세상을 향하여 사랑을 실천하는 기반으
로 삼아야 합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성도가 성도다워지는 것이 인간의 
소외를 반전시키는 복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