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사랑
“우리는 실패하나 주님의 사랑에는 실패 없어”
이영란 사모, 좋은소식교회
늘 마음 쓰이는 아이들이 있다. 주일 예배를 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 보았지만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아침
에 일어나지 못한다.
주일마다 늦잠 자는 아이들
2년이 다 되도록 평일에 만나왔고 주일예배를 드리기도 했는데 고학년이 되
면서 말도 잘 듣지 않는다. 늘 이름 불러 기도하며 자주 전화하고 적절한 기
회를 만들어 불러내 만나고 있다.
하루저녁은 밥을 먹은 후 찬양을 몇 곡 힘 있게 따라 부르게 하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삶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간곡한 권면을 했다. 중학생이 된
아이도 있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그리고는 호소인지 교훈인지 분간이 안되
는 기도를 따라 하게 했다.
“이렇게는 살 수 없습니다. 변화되게 해주세요. 컴퓨터, TV에 너무 중독되
어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게 해주세요, 꿈을 주세요,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갑자기 기도 소리가 커졌고 아이들도 교회가 떠나
갈 듯 크게 따라했다.
15년 전, 이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였던 나의 아들도 엄마의 기도를 따라했
다. 애간장이 끊어지듯 간곡한 절규 같은 기도였다. 아이로 인한 고민이 커
져만 갔다. 아이가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된 것이 없이 그 반대로 형성되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점점 고개 숙인 여자가 되었다. 아이를 잘
못 키웠다는 생각에 오그라질 대로 오그라진 작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
아이만 아니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을 텐데…’ 결국 나는 실패한 인생이
되었구나 싶었다.
얼마 전, 이 아이들 중에 한 엄마도 고통을 호소해 왔다. “거짓말하고 순수
하지 못한 이 아이 때문에 내 삶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왔어요. 친척들 가운
데도 매정한 엄마가 되게 만드는 아이가 정말 미워요, 이젠 포기했어요.”
핸드폰 요금이 엄청나게 나왔고 이성과 채팅한 것을 알게 되서 더 그랬다.
그동안 아이 문제를 간간히 토로해왔고 그때마다 힘들었던 내 이야기를 해주
었다. 교회가 아이를 돌봐주니 교회 멀리로 이사
도 못가겠다고 했던 그나마
희망을 갖고 있는 엄마다. 그 엄마에게 아이는 반드시 변화된다고 했다. 그
러나 아이가 변화되는 것은 엄마의 사랑 밖에 없으며 그 사랑은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다고 했다. 신앙생활을 하자고 간곡히 권했다.
나 역시 아이에 대한 미움과 엄마로서 실패했다는 엉키고 설킨 엄청난 실타
래 앞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독대하는 자리가
되었고 나는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엄마로 변화되었다. 절망하는
내 안 깊은 곳에서 따뜻하고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네가 네
아이를 좋아하면 된다!’ 나는 깜짝 놀랐다. “좋아 하라고요?”
그때부터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안아주기로 결정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놀이공원에 단 둘이 다녀왔다. 토요일마다 책방에 데리고 갔다. 작
은 것부터 한 가지씩 하는 가운데 어느 때인가부터 아이에 대한 좋은 감정
이 생겼다. 물론 아이도 엄마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풀릴 수 없었던
실타래가 이렇게 풀려갔다.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가 원하게 되었으니 기
적이 일어난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붙잡고 기도하는 중에 하루를 같이 지내야겠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일예배에 참석케 하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
다. 주일예배에 참석케 하려고 교사들과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지금도 고
통이 느껴진다. 부모의 부재 속에서 언제 전화해도 늘 컴퓨터와 TV 앞에 있
는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좀 더 가까워져서 서로 통해야 한다는 생각이었
다.
교사들과 의논해서 스케이트를 타고 게임도 하고 어린이 예수 영화도 보았
다. 신앙이 좋은 여자아이 세 명을 포함시켰다. 모두 8명이였다. 주일학교에
서는 한 달 전부터 고린도 전서 13장을 외우고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도
시간마다 몇 절씩 외우게 했는데 그날 밤, 남자아이 두 명이 밤 1시가 넘도
록 차가운 강단 미등아래서 읽고 또 읽으며 서로 암송을 하였다.
자라고 야단도 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며 외우는 아이들을 들여
보내고 나서는 그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아 “하나님, 이 아이들을 알고 계시
지요! 정말 소중한 존재가 아닌가요, 주님이 아니면 소망이 없습니다. 이 아
이들에게 복을 주시고 만나주세요, 준비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렸
다. 다음날 아침 남편이
설교할 때는 설교 내용에 맞추어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 입에서 파도를 타듯 성경구절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미래
가 한층 소망스럽게 보였다.
우리 아이도 성경을 통하여 자신의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
서 아빠의 권면을 받아들여 팔일 만에 성경 전체를 통독했다. 책상에 15분
도 앉아있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가 그 이후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고 그 해
겨울에 신약을 또 한 번 통독하고 그 이후 10여 년간 성경을 읽는 청년으로
자라갔다.
공부 빼놓고 컴퓨터를 포함하여 온갖 잡기에 최고의 가도를 달리던 아이가
성경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바닥을 치던 성적을 올리려고 피눈물 나
는 노력을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십대를 보냈다. 그렇게 말 안 듣던 작은
아이가 어느덧 하나님의 꿈을 품은 청년이 되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엄마. 사람을 사랑함이 많아져 정말 행복해요”라고 하는 것
이 아닌가!
나는 이 아이들도 놀랍게 변화될 줄 믿는다. 중학생을 포함한 다섯 명의 남
자아이들을 데리고 잤던 남편은 장년예배 때 “장차 세상을 변화시킬 위대
한 존재들과 하룻밤을 같이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아
이들 하나하나가 하나님 나라의 큰 나무가 될 씨앗들이다. 당장은 열매가 안
보이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믿고 바라고 견딜 것이다(고전 13:7).
자식 때문에 불행을 호소하던 그 엄마도 내게 임했던 회개의 은혜를 통하여
자식을 사랑하고 좋아하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 작은 아이들을 끝까
지 인도하실 주님의 사랑 앞에 엎드린다.
하나님께 묵묵히 기도할 뿐
우리는 실패하나 주님의 사랑은 실패가 없으시다.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
어지지 아니하나”(Love never fails, 고전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