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색한 것이 있으면  네배나 갚겠나이다_추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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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토색한 것이 있으면 
네배나 갚겠나이다

추둘란/수필가, 홍동밀알교회

옹기 뚜껑에 작은 관엽식물 몇 개를 모아 심는 디쉬가든을 만들고 싶었습니
다. 더운 여름철에 푸른 잎을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 것 같았기 때문입니
다. 예쁘게 만들어서 예배당에도 놓고, 사택에도 드리고, 우리 집에도 놓을 
참이었습니다.

디쉬가든 만들 계획 세워

늘 들르던 꽃집에서 싼 가격으로 필요한 모종들을 얼추 샀습니다. 그런데 모
종이 모두 초록 일색이라 노란색이나 붉은색의 모종을 더 살 요량으로 다른 
꽃집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한 꽃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밖에 내어놓은 모종을 보니 상태가 그다지 좋
지 않았는데 주인과 잘 이야기하면 싸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그런데 꽃집에 막 들어서려는 순간, 주인 아주머니는 외출을 서두르며 
급하게 나가버렸고 가게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딸만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사고 싶은 모
종을 고른 다음, 주인 아주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
를 걸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1만 2천 원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의 모종이라면 1만원이면 될 것 같았습니다. 눈앞
에 주인 아주머니가 있다면 더 깎아 달라 하겠으나 전화로는 그것을 설명하
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면서도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그대로 줄
까? 1만원만 줄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마음이 팽팽하게 실랑이를 벌였
고, 결국 여학생에게 1만원만 주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모
르는 그 여학생은 말없이 돈을 받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개운
치 않았지만 ‘모종 상태를 봐, 괜찮아. 알뜰하게 잘 산 거야’라고 스스로
를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후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면 
지금 당장 2천 원이 아니라 2억 원이라도 주실 수 있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면서, 2천 원 때문에 잠깐 동안 눈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더군다나 예배당에 놓으려고 산 것인데 정당한 가격을 주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꽃집에 들를 일이 있
으면 꼭 2천 원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
습니다. 주인을 속여도 괜찮을 정도의 적은 액수였기에 슬그머니 잘못을 눈
감으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액수 자체보다도 잘못된 내 중심을 지적하기 시
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으면 네 배나 갚겠나이다”라고 했던 삭개오의 고백이었습니다. 
그 구절과 함께,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때의 일도 생각나게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와 시장에 함께 갔는데 생강을 산 어머니가 큰돈을 내었습니다. 주인
이 잔돈을 찾으러 가게 안으로 들어간 사이, 어머니는 생강 몇 쪽을 몰래 집
어 들어 얼른 봉지 속에 넣었습니다. 그 때 나는 어머니가 나쁜 일을 한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그 때 어머니의 나이와 같은 나이가 
되고 보니 그 행동을 알뜰함으로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어쩌면 이와 같은 일이 내게 처음이 아닐 수도 있으
며 죄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기억조차 못하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
보다 하나님이 이 버릇을 고치기 원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
다. 
일주일 뒤, 읍내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꽃집부터 들렀습니다.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한가하게 앉아 있다가 아침 일찍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반
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저어, 지난번에 제가 모종 값으로 2천 원을 못 드렸거든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왜 이렇게 천 원짜리가 많아요?”
천 원짜리 여덟 장을 받아든 아주머니는 놀라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
니다. 
“2천 원을 갚으려고 했는데요, 하나님이 토색한 것이 있으면 네 배를 갚으
라 자꾸 말씀하셔서….”
“예?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요. 2천 원만 주시면 되죠.”
궁금한 표정에서 놀란 표정으로, 다시 이게 웬 횡재냐 싶은 표정으로 바뀐 
아주머니는 말씀하시는 중간에 천 원짜리 두 장과 여섯 장을 따로 갈라놓았
습니다. 그 순간, 말이 더 길어지면 그 여섯 장이 내 손으로 다시 돌아올 것
만 같았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뒤돌아 서서 출입문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아주머니도 따
라 달려나오면서 큰 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외쳐대었습니다. 
꽃집을 나왔을 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착한 일을 하였다고 천사
들이 한 줄로 서서 팡파르를 울린 것도 아니요, 하나님이 음성으로 “잘 했
다, 내 딸아” 칭찬해 주시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마음속에 다시 평화가 깃
드는 것을 느꼈고 홀로 미소를 지었을 뿐입니다. 

마음에 깃든 평화 만끽해

네 배나 갚으면서까지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옛 습성을 만져주시고 
고쳐주신 하나님만이 그 미소가 얼마나 큰 찬양인지 아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