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보내주신 꽃바구니_추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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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보내주신 꽃바구니

추둘란_수필가, 홍동밀알교회

허리가 쑤시고 피곤한데다 농사일을 할 때 예전처럼 기운을 쓸 수가 없다며 
쌍둥 엄마는 최근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궁에 근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지켜보자는 의사의 진단이 있
었지만 이참에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종합 검사를 해보기로 하였습니
다. 

기도 부탁이 오히려 화근돼

그런데 그이를 위해 기도 부탁을 하느라고 이 사실을 몇 명에게 알린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검사를 받고 쌍둥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목장 
식구들과 성도들뿐만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게 있습니다. 서로 걱정
해 주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걱정도 위로도 아닌 말 한 마디 때문에 쌍둥 엄
마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잖아도 별로 친하지 않은 마을 
언니한테서 애매한 말을 듣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게, 세상에 올 때는 순번이 있어도 갈 적에
는 순번이 없는 법인가
벼.”
아이고 하나님! 그러잖아도 약해진 몸으로 마음까지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 
이게 무슨 막말인지…. 그러니 앞뒤 안 가리고 서운한 말을 한 그 언니도 미
울뿐더러 애초에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이 목장 식구들이 분명하다며 쌍둥 엄
마는 커다란 원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 바쁜 철에 웬 성경공
부냐?”며 성경공부도 빠지고 금요일 목장예배도 다른 핑계를 대고 오지 않
았습니다. 
사단의 수법이란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습니다. 목장예배에서 은혜받고 성경
공부를 통해 믿음이 자란다 싶자 이번에도 이전과 같은 수법으로 사단이 걸
고 넘어뜨린 게 틀림없었습니다. 쌍둥 엄마가 한동안 교회를 나오지 않은 것
도 성도들에 대해 서운함을 품고 혼자 방학을 결정해버린 탓이었습니다. 
말씀에 대해 사모하는 열정도 있고 기도에 대한 중요성도 아는 사람인데 어
찌하여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사단의 계략에는 매번 무력하기만 한지, 이번
에도 내버려두면 다시 제자리걸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쌍둥이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쌍둥 엄마도 사단의 
계략인 것에 동의하였습니
다. 기도의 힘으로 이겨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습니
다. 그러나 한번 마음이 무너지니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성경공부도 싫고 기도도 싫고 목장예배도 싫고 사람들도 다 싫다는 것입니
다. 
그럴수록 더 힘을 내어 기도할 것과 성경공부를 하고 오면 이길 힘도 생길 
것이라고 격려하였습니다. “그렇긴 해….” 권면과 설득 끝에 쌍둥 엄마는 
수긍하였고 성경을 꺼내어 숙제하는 모습에 적이 안심하여 쌍둥이네 집을 나
왔습니다.
그런데 쌍둥 엄마는 그날 저녁 성경공부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문자 메
시지를 보내어 격려하고 고무하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다른 때는 문자 메시
지를 보내면 그 즉시로 답글을 보내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감감무소식이었습
니다. 이제 더 이상 권면도 설득도 효험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마음을 파고들며 사단이 속삭였습니다. “할 만큼 했
다. 그 정도로 했는데 안 돌아오면 그건 그 사람 잘못이지 네 잘못이 아니
야.” 그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했던지 하마터면 나도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계속해서 내 마음 속에 애통
한 
마음을 심어 주셨고 새벽 제단에 엎드리게 하셨습니다. 
“이 애통한 마음을 아버지께서 아십니다.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영혼이니 
아버지께서 해결하소서….” 주절주절 전후사정을 아뢰지도 않았고 그 두 마
디만 간간이 되뇌었습니다. 많고 많은 기도의 제목들도 그날은 하나도 아뢰
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간구를 넘어서 항의에 가까운 기도였습니다.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언뜻 잠이 든 것도 같고 꿈을 꾼 것도 같고 
환상을 본 것도 같은데 눈앞에 한아름 꽃바구니가 보였습니다. “아, 그렇군
요, 하나님! 꽃바구니가 있었군요.”
콱 막힌 듯 했던 가슴이 한꺼번에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성적인 이벤트
를 좋아하는 그이 성격에 딱 맞는 해결책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확신
이 섰습니다. 성령님이 쓰시는 방법이니 성령님이 감동을 주실 터이고 쌍둥 
엄마의 서운함을 녹여놓을 것이 틀림없다는….
하루 종일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분홍장미가 풍성하게 담긴 꽃
바구니를 사서 퇴근길에 쌍둥이네에 들렀습니다. 마침 아이들만 있어서 식
탁 위에 꽃바구니를 놓아두고 얼른 나왔습니다. ‘…하나님이 
그대의 마음
을 알고 보내주시는 것이니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소서. 목장 식구들 모두가 
함께 기도합니다’는 내용의 편지도 꽂아 두었습니다.
30분 후에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구설수 핑계로 잠시 쉬려하였는데 어
떻게 알았어요? 부끄럽네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고 또 보며 미소지었
습니다. 

꽃바구니 선물로 마음 녹여

지혜는 하늘에서 주신다더니, 하늘에서 온 그 지혜는 각 사람에게 얼마나 합
당한 위로가 되는지 그리고 그 지혜로 인하여 서로 세워지고 성장할 수 있음
이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인지….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쁘고 감사한 하루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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