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기도회
<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
“6.25와 같은 동족간의 전쟁 재발하지 않아야”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정점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듯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소망교회 현직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남북 긴장 국면에 대하여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북한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방부는 비무장지대에 그 동안 중단되었던 대북 심리전을 위한 스피커를 설치하였고, 북한은 대북 심리전을 위한 방송이 재개될 경우 스피커를 조준 타격하겠고 선언하였다. 그 동안 듣지 못했던 ‘전쟁’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현실이다.
천안함 사건의 발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유지되었던 한반도의 평화 기조가 하루아침에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며 유엔안전보장 이사회 의장 및 회원 국가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이념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수 단체들은 참여연대 앞에 모여 시위를 하며 이 단체를 파멸시키려고 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 단체(NGO, nongovernment organization)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과 여러 가지 상황을 비판적으로 살피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전 세계의 수많은 NGO 단체 가운데 하나인 참여연대의 서한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진지한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말미암아 남북의 평화 시대가 끝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현재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6.25 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6월 22일 서울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평화 기도회가 열렸다.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기도회를 개최하는 것은 암울한 시기에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초청되어 간증한 인물이 미국 전직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Bush)라는 데서 우려를 하게 된다. 그 이유는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획책하여 미국 군인만 수천 명이 희생되었고, 침략 대상 국가의 군인과 민간인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조지 부시가 초청되어 염려스러운 일은 그가 획책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전쟁에 대하여 한국교회가 그와 함께 공범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의 발표와 함께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보수 단체들의 ‘전쟁 불사’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부시의 간증을 통하여 한국 교회가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정당한 전쟁도 미화되고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쉽게 전쟁을 말하는 현재의 상황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평화를 빼앗아 버린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전쟁을 막을 수만 있다면 막아야 하고 그래서 평화를 이루어나가야 하는데 자칫 정당한 전쟁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평화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한 모습으로 제시되면서 윤리적 명령으로 주어지고 있다. 히브리서 12장 14절은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고 권고한다. 그리스도인이 화평함을 따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나님을 볼 수 없다고 분명히 강조한다.
야고보서 3장 18절에서도 의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평화를 위하여 그 씨를 뿌려서 거두는 열매라고 말하면서 평화를 위하여 살아가야 할 것을 교훈한다.
베드로전서 3장 11절도 화평을 그리스도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 실천해야하는 윤리적 실천 항목으로 제시하며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고 명령한다.
마태복음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은 종말론적 평화의 왕이 세상에 임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이사야 7장 14절을 인용한다(참조. 마 1:23). 바울의 서신인 로마서 14장 17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의와 평화의 나라이다.
남북의 긴장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을 기도회의 주빈처럼 초청한 주최 측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만든 사람을 초청한 이유를 말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9.11 사태 이후에 국무 위원들이 모여서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난 후에 전쟁을 획책했다는 소식이 기억난다. 하나님을 부르고 찬송하며 기도한 후에는 전쟁을 통하여 살육을 감행하고 무고한 피를 흘려도 정당한 것인가?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모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에 6.25 전쟁과 같은 피 비린내 나는 동족간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깃들기를 위하여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