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단상<25>
그리스도인 렌즈로 본 한국 민주주의
조석민 목사_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
“옳바른 판단만이 비민주적 요소 제거할 수 있어”
고(故)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에 대한 염려와 관심이 봇물터지듯 각처에서 시국선언(時局宣言)으로 나타나
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 염려 커지고 있어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중앙대 교수들 및 각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에서 빠지지 않
는 항목은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언급하며 이명박 정부가 집회와 결사의 자
유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는 시국선언은 교수들뿐 아니라 문인들, 종교계
와 지식인들, 각 대학의 학생대표들, 등 점차 다양한 단체들로 들불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국선언의 혼미한 정국 현상에 대하여 오히려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비
난하면
서 이 선언에 동참한 교수들의 수가 전체 숫자에 비하여 극히 적은 숫
자이기에 대표성이 없다고 폄하(貶下)하거나, 그들이 진보 개혁 성향의 인사
들뿐이라며 색깔론 또는 이념 대립의 렌즈로 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 전국 대학의 법학 교수 165명이 ‘촛불 재판’ 개입 파문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에 대하여 국회의 탄핵소추권 발동을 촉구하
는 성명을 냈다. 법학 교수들이 이런 성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법
관의 재판 독립권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보루(堡壘)이며 요체(要諦)이기에
자칫 노무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묻혀버릴 위기에 처한 신 대법관
의 사건에 대하여 문제를 분명히 제기한 것이다.
성명을 발표한 법학 교수들은 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을 한국 자유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분명히 인식하며 법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무시되는
현 시국을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우려할 만한 수위에 놓
여있는 현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덕수궁 앞에 시민들이 자발
적으로 차려놓은 분향소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경찰이 차
벽을 설치한 일이나, 서울 광장을 차벽으로 막아 놓은 사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일련의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이래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한국 민주주의의 현 상황을 바라보
는 시각은 일반 시민들과 크게 다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이
나라 안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며, 자유 민주주의 정치 체제(體制) 아래서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서 믿지 않는 자들과 어울려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내가 너
희에게 쓴 편지에 음행하는 자들을 사귀지 말라 하였거니와 이 말은 이 세상
의 음행하는 자들이나 탐하는 자들이나 속여 빼앗는 자들이나 우상 숭배하
는 자들을 도무지 사귀지 말라 하는 것이 아니니 만일 그리하려면 너희가 세
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전 5:9-10)고 말한 것이다.
물론 성경은 민주주의에 대하여 명확한 언급이 없고, 그리스도인은 자유 민
주주의가 반드시 절대적
으로 올바른 정치 제도이기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
라, 다른 여러 정치 대안보다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며 타당한 정치사상
이고 이념이기에 동의할 뿐이다.
최근 자유민주주의 정치사상과 연계하여 민주적 운영을 토대로 새로운 교회
정치 체제를 표방(標榜)하면서 시작된 작은 교회들이 있다. 이들은 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믿고 성도들의 적극적 참여와 모
든 교회의 운영에 있어서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며 현존하는 교회들의 비민주
적 요소와 관련된 부정적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교회가 잘못된 부분은 항상 지적 받아야 하고, 개혁된 교회도 개혁되어
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정치 이념을 교회에 그대로 적용
할 경우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모습에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교회가 민주
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자칫 정치사상과 이념이라는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
다.
특히 민주적 교회 운영 및 성도의 참여를 다수결의 원칙과 이에 따른 여러
민주적 요소를 교회에 단순히 적용하면 교회는 정치 집단이 될 수
있을지 몰
라도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닐 수 있어서 심히 염려된다. 민주적
인 교회 운영을 토대로 시작되는 교회 현상은 현재 한국 교회가 성도들의 의
견을 무시하는 목회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지극히 독단적이며 상식에도 어
긋난 교회 운영 때문임을 반증한다.
교회가 민주적인 의사 결정의 한 방법인 다수결의 원칙도 포용하지만, 다수
의 견해가 하나님의 진리를 무시하거나 위배될 경우 다수의 견해일지라도 따
르지 않아야 하고 오히려 소수의 견해가 진리를 드러낸다면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그리스도인이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를 바라볼 때 우려하지 않는다면 민주주
의 이념과 그 요소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현재의 시국선언 상황을 올바로 인
식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현재의 정치 상황 속에서 정치적 대안으로 민주주의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라면 법학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자유민주주의 요소들이 무시되
지 않도록 현재의 상황을 함께 직시하며 내가 살아가는 문제로 인식할 필요
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요소들 존중돼야
그리스도인들이 바른 시각으로 자유민
주주의를 인식하며 현재의 상황을 깊
이 인식할 때 교회의 비민주적 요소도 제거될 가능성이 있고, 이 나라를 위
한 기도와 이에 따른 적절한 행동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