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안수_조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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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103)

딤전 5:22a

경솔한 안수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지난 주일 나이가 지긋한 성도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짜고짜 의
외의 질문을 했다.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딱히 물어보기가 그랬다며 그가 대
뜸 던진 질문은 교단 분열에 관한 것이었다. 언뜻 보면 난처한 질문이지만 
나는 숨길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이 아는 대로 한국교회의 교단 분열사를 
한 숨에 설명해주었다. 

교단 분열사 담론 나눠

신학적인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는 지역감정과 같은, 정
말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에서는 나타나서는 안될 요인 때문에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다가 교회가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 대충 설
명의 요점이었다. 이야기가 끝으로 갈수록 말하는 나 자신도 기분이 나빠졌
지만, 설명을 듣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가 마지막에 한 마디
를 했다. 
“결국은 목사님들 싸움이었군요”.
교회를 지키는 것이 목회자의 책
임만은 아니리라. 모든 성도가 성경을 제대
로 알고 신학에 바로 서 있다면 교회는 웬만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교회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성도들 자신이 깨어있어야 한다. 성도들이 평소
에 성경의 가르침을 주도면밀하게 익히며 생활화하고, 바른 신학이 제공하
는 교리들을 최소한 요점적으로라도 가슴속에 깊이 새겨두어 항상 반추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지름길이다. 
그렇지 않고 성도들이 노래나 부르고 춤이나 추면서 성경을 가까이 하지 않
고 신학을 배우기를 멀리한다면 교회는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만다. 성도들
이 희희낙락하며 아무 생각 없이 반지성화의 대열에 참여하면서 교회가 안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러나 교회의 안전을 위해서 아무리 성도들의 책임을 따지려고 해도 그보
다 목회자들의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목회자라면 한 성도, 
한 성도에게 피와 땀을 다해 정성껏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르치며, 섬세
하고 힘있게 교리를 체계화시켜주고, 깊이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일상생
활까지 돌봐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이 
실력향상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
지 않겠는가. 무익하다 못해 해악한 것에 한눈을 팔고, 잡기를 배우는 데 소
일이나 하면서 교회와 성도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보통 어불성설이 아니다. 
아니, 목회자가 되기를 지망하는 사람에게 이미 최소한 이런 각오가 요구된
다. 목회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이런 각오를 갖는다는 것은 너무 늦은 일인
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경솔하게 안수하지 말 것
을 당부했던 것이다(딤전 5:22a). “경솔하게”란 본래 시간적인 표현으로
서 급한 행동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의 말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
고 잘 교육하지 않은 채 함부로 안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목회자로 세우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성경적인 신학과 경건한 
인격을 가르쳐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실수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것일 수
도 있다. 목회자가 되기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신학수업과 인격도야와 목회
훈련을 더욱 강도 있게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경솔하게 안수하지 말라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이미 목회자가 된 사람
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오용하면 큰일난다. 경솔히 
목회자를 세우는 잘못을 방지하려고 노력할 때, 안수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권을 고집하는 못된 마음을 제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
다. 
안수를 받으려는 사람이 잘 준비된 모습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
지 않게 안수를 하는 사람이 순전한 모습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안수하는 사람과 안수받는 사람이 다같이 훌륭한 자세를 지니고 있다면 경솔
하게 안수하는 일은 자연스레 방지될 것이다. 

목회자는 경건한 인격 갖춰야

경솔하게 안수하지 말라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교회의 문
제가 목회자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암시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암시가 아니라 사도 바울 특유의 역설법일 수도 있다. 생각이 여
기에 이르니 여러 가지 면에서 가슴이 찔리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