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뿐인가?_송영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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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뿐인가?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정통적으로 사용하
고 있던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다시 번역하기로 했다 한다. 이미 100년 
전에 번역된 문체를 기준으로 그동안 몇몇 단어만 고쳐 사용하던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지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고 문법 체계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새롭게 번역하는 이유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우리 어법에 맞춰 다시 번역해야 한
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찬송가 앞, 뒤 표지에 자리잡고 있는 주기도
문과 사도신경을 새롭게 개정한다는 것은 오랜 한국 교회의 전통과 관습에 자
칫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 때문에 묵살되어 왔었다. 또한 성경은 
일점일획이라도 틀림이 없어야 한다는 축자영감설에 대한 오해가 이미 번역
된 주기도문을 수정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축자영감설은 최초 하나님께서 성경 저자들을 통해 성
경 본문을 기록함에 있어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령님의 감화를 받아 기록
하게 하신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축자영감설을 
한글 번역 성경에도 적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성경 원문이 타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
한 지론이다. 그러나 언어의 문화적 특성과 다양한 사본들 앞에서 학자들의 
취사 선택으로 인해 성경 번역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문화와 언어의 변
천은 성경 번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여기에 바른 신학이 적용되어
야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 초창기에는 원어 성경으로부터 한글 성경으로 번역하
는 작업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학자들이 많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신학
적 근거가 박약한 이론에 물든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명확하게 뜻이 전달되
지 않은 번역이 많았고 어투나 용어나 문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게 
번역된 부분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예장 개혁, 예장 합동 교
단에서는 새롭게 성경을 번역하기
로 결정하는 등 한글 성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글 개역 성경
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대한성서공회의 주력 회원 교단인 통합측
에서도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만이라도 우선 다시 번역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단지 예장 통합 교단이 신학적인 성경관을 극복
하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본의를 바르게 전달해 줄 것인지는 예의 주시해
야 할 일이다.

차제에 우리 교단에서도 이 문제를 비롯해 바른 한글 성경 번역에 관심을 가
져야 할 것이다. 남들이 다 해놓은 작업을 놓고 뒷북을 치는 것은 바른 자세
가 아니다. 이미 발행된 한글 개역 개정판에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보
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보다는 우리가 적극적인 자세를 가
지고 앞장서서 이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참된 개혁교단의 면모가 아니겠는
가? 전에는 실력이 모자랐다 할지라도 이제는 얼마든지 훌륭한 성경 번역 실
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 교단이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