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28)-사람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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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연구

사람 예수 (딤전 2:5d) 

조병수 교수

손톱사이마다 까맣게 때 낀 어린아이들의 조막손을 매만지며 이마로 흘러내
린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곱게 빗겨주시며 쓰다듬던 예수는 사람이셨다. 
때 구정물에 찌든 꾀죄죄한 옷에서 비린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갈릴리 아이들
을 그대로 덥석 안아주신 예수는 사람이셨다. 사람 예수는 아이들, 이방 여
자, 따돌림당하는 세리들,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문둥병자, 가난한 사람들, 
바리새인, 어부들, 청년, 마음이 상한 사람들, 아이의 죽음 앞에서 통곡하는 
사람들,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만나주셨다. 예수는 사람들을 물리칠 줄 몰랐
다.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온 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나간 고통스러운 상태에
서도 강도에게 하늘의 소망을 말해주셨다. 사람 예수의 중심에는 연민과 동정
이 있다. 

늦은 밤 대화를 신청한 바리새인을 앉혀놓고 참된 생명이 무엇인지 조목조
목 가르쳐주신 예수는 사람이셨다. 사람 예수는 이야기를 그칠 줄 몰랐다. 회
당에 들어
가면 회당에서, 바닷가에 서면 바닷가에서, 산에 올라가면 산에서, 
집안에 앉으면 집안에서 어느 곳이든지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예수께는 말할 
수 없는 장소가 아닌 곳이 없었다. 왁자지껄한 잔치자리에서 이런 사람들 저
런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셨던 예수는 사람이셨
다. 예수는 하늘에 나는 새, 들녘에 피는 꽃, 씨뿌리는 사람, 양치는 목자, 
혼인잔치, 포도원, 맷돌질하는 것, 반죽덩어리, 하인들의 모습, 전쟁하러 나
간 왕, 모래와 반석에 지은 집… 사람들 사이에는 일어나고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다. 

예수의 이야기 속에서는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위하여 
흥겨운 풍악이 울리고,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처녀들이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하여 문을 두드리며 슬피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자기만을 위하여 창고를 짓
고 모든 수확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흐뭇해하다가 하룻밤에 목숨을 잃는 
어리석은 부자의 모습이 나오고, 일하러 간다 안 간다 하며 아버지의 속을 썩
이던 아들들의 괘씸한 행동이 나온다.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생활을 들먹

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예수의 이야기 속에는 놀라운 진리가 들어있다. 예수
는 인생사에 관하여 말하는 듯 싶더니 어느새 하나님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
신다. 

웃는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나님의 뜻이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
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웃던 사람 예수. 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인간적인
가? 나사로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앞뒤 안 가리고 달려갔을 때 우르르 몰려나
와 슬피 우는 그의 누이동생이며 이웃집 여자들 앞에서 그냥 눈물을 쏟으신 
사람 예수. 태양 아래 걷고 걸어 더 이상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죽
음처럼 무거운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우물곁에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 예수. 십
자가의 죽음 앞에서 고난의 처절함을 영혼과 육체로 느끼며 잔이 옮겨지기를 
피땀으로 기도하신 사람 예수. 

예수는 사람이셨다. 예수는 참으로 사람이셨다. 예수는 우리와 똑같이 영혼
과 육체를 가지신 인간이셨다. “그는 육체로 나타난 바 되시고 영으로 의롭
다 하심을 입으셨다” (딤전 3:16). 예수는 참 사람이기에 하나님을 향하여 완
전한 희생물이며 인간을 위하여 완전한 대언자이시다. 하나님께서
는 참 사람
이신 예수에게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완전한 희생물을 발견하시고, 사
람들은 참 사람이신 예수에게서 자신들의 문제를 표현하는 완전한 대언자를 
발견한다. 만일 예수께서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
의 중보자가 없는 것이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도 한 분이시니 곧 사
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딤전 2:5). 

돌짝길에 상하고 흙탕물에 더럽혀진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그 귀하신 
손을 아끼지 않고 내미신 예수, 베데스다 못에 반평생을 불구의 몸으로 누워 
불신과 원망으로 얼룩진 영혼을 자비로운 눈으로 바라보신 예수, 그 예수는 
사람이셨다. 오늘도 부드러운 손과 자비로운 눈을 가지신 사람 예수께서 어루
만지시도록 죄악으로 때묻은 육체와 영혼을 나는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