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대박입니다’
< 전상일 목사, 석광교회 >
“하나님의 긍휼이 넘치는 말씀 속에 깊이 잠기고 기도할 때”
신년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곧바로 여러 사람들 입에 회자(膾炙)되더니 인터넷 검색어 1위까지 올랐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등한시한 것처럼 보이던 한반도의 통일 분야를 새해에는 역점을 두고 주요현안으로 삼겠다는 의미이며, 통일이라는 밑그림으로 한반도 청사진을 다시금 그려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진 말이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시세어(時世語)로 ‘대박’이라고 말했으니, 년 초부터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고 봅니다.
말 그대로 한반도에 통일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면, 대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변 열강들에겐 쇼크 이상의 충격이겠고, 경제 분야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식당 하나가 소개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무해한 유기농재료를 사용해 오던 식당인데, 소위 착한재료를 고집하다보니, 원가가 안 맞아서 폐업일보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그러다가 방송사에 의해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박을 터트린 것입니다. 한 번 대박이 터지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그래서 누구나 새해부터 대박의 꿈을 품는가 봅니다.
그렇다면 목회나 신앙, 경건생활에 있어서 대박이란 말이 과연 적절한 표현일까요? 교회의 입지조건이나 넉넉한 재정상황, 또는 유능한 목회자나 소위 ‘신령한 체험’등을 대박이라고 해도 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확신이 드는 것은 환경이나 조건, 특정한 사람이나 유별난 재능, 또는 풍성한 지식이 대박의 조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며칠 전, 모 신문에 내수동 교회 박희천 원로목사님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적지 않은 도전과 마음의 통회를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로 연세가 88세이신데, 매일 7시간 30분씩을 책상에 앉아서 성경연구에 보내고 계셨습니다. 현직에 계실 때는 매일 11시간 이상을 말씀연구에 보내셨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음식섭취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까, 연구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원통하다고 하셨습니다.
박 목사님은 21세가 되던 해에, 최원초라는 이름의 목회자를 만나면서 큰 도전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최원초란 분은 요한계시록을 1만 독(凟), 빌립보서를 3,000독 이상 한 분이었는데, 박 목사님에게 ‘이것저것 다른 것 하지 말고, 성경본문을 많이 보라’고 권면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인생스승이자 목회스승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 후에 ‘성경 유치원’에 재입학했다는 마음으로 목숨 걸고 성경연구에 전념을 하였고, 목회자는 적어도 성경 100독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셨습니다. 왜 박 목사님이 한국교회의 거목(巨木)이시고 존경받는 목회자이신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박 목사님은 우리가 깊숙이 새겨야 할 이런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성경은 결코 간단하게 점령되는 책이 아닙니다”, “성경공부에는 한 방이 없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성경을 공부해야 보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사는 양떼들에게 다른데서는 먹을 수 없는 떡과 고기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등등.
요즘 기독교 매체에 눈길이 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원 포인트 레슨’, ‘설교 논증법 세미나’, ‘4일 설교 집중세미나’와 같은 설교를 돕는 집중훈련들입니다. 물론 더 새로운 가르침과 설교방법을 배우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뭔가의 한 방을 바라고, 사부(師父)의 성공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에는 조심스런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업은 어떻게 하다가 한번 히트하면, 대박이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아가고 교회를 세워나가는 것은 목숨 걸고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요즘의 교회가 본질에서 멀어지고 복음의 혼잡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가 성경을 읽지 않거나 연구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성경이야기보다 세상이야기에 솔깃합니다. 목회자들도 허탄한 신화나 족보이야기가 더 재미있기 때문에 설교 한 방을 위해 종종 유혹을 느낍니다. 매 순간, 강단에 오를 때마다 우리가 갖는 고민이 이런 이유인 것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대박을 터트리는 유혹’이 밀려오고, 성경보다는 잡기(雜記)들에 자꾸 눈이 돌아가는 이유입니다.
2014년이 밝아왔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꿈을 가장(假裝)한 유혹들이 밀려옵니다. 우리 머리엔 목회대박, 예배당 건축대박, 후임자대박, 재정대박, 결신자대박, 유명세대박, 결혼, 사업대박, 부흥회대박이 말씀연구보다 더 크게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 일에 대박은 없습니다. 다시 서재(書齋)로 돌아가, 그 분의 주권과 긍휼이 넘치는 말씀 속에 우리가 깊이 잠기고 기도할 때라고 봅니다.
모든 부흥과 은혜와 성공과 치유와 회복의 비밀은 오직 성경 안에 담겨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성경은 대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