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신앙(若水信仰)
< 이동만 목사, 약수교회 >
“하나님 잊고 만족 모른채 부족하다며 떼쓰는 모습 안타까워”
우리 교회 주보 2면 아래쪽에 몇 년째 두 개의 사자성어가 쓰여 있다. 하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이고, 다른 하나는 지족상락(知足常樂)이다.
상선약수를 써 놓은 것은 먼저 교회 이름의 의미를 주보를 보면서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이다. 교회를 개척하여 처음 예배를 드릴 때 주보에 “약수교회 설립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약수라고 하면 어느 깊은 계곡에 맑게 솟아오르는 옹달샘이 생각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맑고 깨끗한 것을 보는 것이 감격스러운 때라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도 유쾌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 이름은 이 약수(藥水)는 아니고, 약수(若水)입니다. 뜻은 ‘물과 같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만물 가운데 물만큼 하나님의 뜻을 잘 따르는 것도 없어 보입니다. 늘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도 모든 생물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동양 고전의 하나인 노자의 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응하여 그 길을 가는 물처럼 약수교회 성도와 교회는 늘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를 소원하며 지은 이름입니다.
또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땅은 지나침으로 가득합니다. 신앙 생활하는 것도 지나침이 믿음이요, 미덕으로 보입니다. 온 세상이 다 지나침으로 달려가도 무리하지 않는 참 안식과 자유로움이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말이 안일함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가속 페달만 밟고 있는 때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약수(若水)’라는 말이 성경 어느 곳에도 나오지는 않지만 물의 속성과 같이 사는 신앙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척한 지 몇 달이 안 되어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등산 가방에 페트병을 여러 개 넣고 교회 이름을 보고 약수를 뜨러 온 적이 있었다. 이제는 주일 학교 아이들도 상선약수의 뜻을 안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은 1982년 선교 단체 선배 간사로부터 처음 들었는데 좋아서 그때부터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족한 줄 알면 늘 기쁘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러나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유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6-8)는 성경 구절에서 따 온 것같다. 두 사자성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비슷하다.
교회 개척 준비를 하면서 성경을 새로 읽고 한국 교회사, 기독교 교회사를 다시 읽으면서 교회 이름도 생각하면서 어떤 목회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때 함께 읽은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다. 이런 가운데 마음속에 강하게 떠오른 것이 지금 한국 교회는 너무 욕심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열심과 관계없이 우리 앞서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고 계시는 하나님을 잊은 채 만족을 모르고 늘 모자라다고 떼쓰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 현재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셨다는 것을 믿고 감사하는 것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 상황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최선인 것을 믿으며 감사하는 삶을 살며, 이후에도 가장 알맞은 것으로 채우실 것을 확신하는 신앙생활을 하고, 또 가르치는 삶을 살고 싶다.
주보에 써 놓지는 않았지만 자주 소개하는 것이 ‘일반은총’(一般恩寵)이다. 한국 교회에서 시급히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은총에 대한 이해 없이, 성도에게만 허락된 구원의 은혜인 특별은총 하나의 공식만으로 신앙 내용을 설명할 때 많은 무리가 따른다.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도 하나님은 일반은총을 베푸신다. 그래서 좋은 머리, 좋은 건강, 좋은 직장, 많은 재산도 허락하신다. 그런데 이런 것을 가진 자는 믿음이 좋아서 그렇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신자와 불신자에 골고루 나누어 주신다.
늘 상선약수(上善若水), 지족상락(知足常樂), 일반은총(一般恩寵)의 의미를 배우고 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