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당신은 고생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동락교회 이은상 목사
‘때로는 너의 앞에’ 그리고 ‘아주 먼 옛날’에 이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교회 내에서 서로를 축복하는 노래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사
랑하는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심지어 원수 같은 사람에게도 날마
다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이 땅에 곧 하나님나라가 도래하지 않을까 생각해봅
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신자란 반드시 축복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길
도 있기 때문에 이 노래의 가사를 ‘당신은 고생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고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주님의 제자라면 십자가 없
이 어찌 면류관을 기대하겠습니까? 혹 어려움에 있을 때 가끔 그렇게 바꾸어
불러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노래뿐 아니라 실제로 신자가 고생 받도록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
습니다. 그들이 누군가하면 바로 주5일 근무제가 성경에 위배된 제도라고 반
대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첫째로, 주5일 근
무제도는 6일간 열심히 일하고 7일째를 안식일로 거룩하게 지키라고 하신 십
계명을 어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주5일제 근무제도는 향락산업과 소
비성향을 부추길 뿐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서양의 타락한 노동관은 성숙하지
못한 한국사회에 불건전한 휴가와 놀고 먹자는 안일한 사회의식만 높이게 한
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산업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먼저 그들의 신학적 논지가 성경과 무관한 주장이라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만
일 성경대로 6일간 일하고 7일째 쉬어야 한다면 주일을 안식교처럼 토요일에
지켜야 옳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주장이 기독교문화창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모든 인생이 하나님의 권위 아래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야 할 교회를 오히려 거대한 세상문화 밑에서, 피해
서, 숨어서 살도록 조장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주5일제근무라는 새로운 문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이 제도로 인한
불건전한 휴가풍토와 교회내 공동화 현상을 미리 막아야 할 것입니다. 전
혀
쉴 날이 없고 가족에겐 피도 눈물도 없이 교회만 안다고 눈총 받던 충성파들
에게 주5일 근무제도를 통하여 가족과 함께 지내고 친척을 돌아보거나 크리스
찬 문화의 질적 가치를 높이는 훌륭한 기회로 만들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이 제도를 바라보는 입장을 바로 선택해야할 것입니다. 경영자,
혹은 노동자의 입장이 아니라 좀더 성경적이고 문화적인 입장에서 말입니다.
옛날 어른들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애매한 날씨를 가리켜 ‘게으른 사람들 놀
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들 일하기 좋은 날씨’ 라고 하셨습니다. 주5일 근무제
도 역시 게으른 신자들에게는 연 이틀 놀고 먹는 악한 날이 될 것이고 부지런
한 신자들에게는 하나님도 사랑하고 이웃과 가족도 사랑하는 좋은 날이 될 것
입니다.
주일마저 예배와 봉사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는 신자들이 늘어갈수록 기독교문
화가 하위 문화를 벗어날 날이 점점 멀어질 것입니다. 조폭, 하리수, 여인천
하, 마약 아씨, 채식(菜食) 바람 등 ‘잘 보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법’ 만 외치는 거대한 엽기 문화 앞에 교회가 더 이상 무방비상태가 되어서
는 안될
것입니다.
문화라는 망망대해 위에서 기독교회가 암초에 걸리지 않도록 여가문화에 대
한 기독교적 대안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저 무사안일주의를 떨
쳐 버리고 상황에 맞는 융통성을 훌륭하게 발휘해야할 것입니다.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잘 잡아내느냐?’ 또한 ‘계속되는 변화에 어떻게 계속
적으로 응전하느냐?’ 가장 훌륭한 방법은 교회가 흐름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
다. 마치 수레바퀴의 중심 축이 수많은 굴림에도 항상 중심으로 있듯이 교회
가 문화의 주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가 그의 역사(His story)
인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