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총선과 직분의 의미에 대한 단상
최재호_본보 객원 기자
2008 총선이 끝났다. 총선결과를 두고 이런저런 추측과 전망이 뒤를 잇고 있
으며, 정치권은 주판을 퉁기며 자신들의 세 불리기에 분주하다. 매번 되풀이
되던 풍경이라 낯설지도 않다.
우여곡절 끝에 끝마친 총선
그런데 금년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큰소리치던 J 목사와 사랑실천 기독당은
어디에 있는지 영 조용하다. 국회의사당 수십 석을 예약한 듯 자신만만하더
니 여의도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성적으로 영 초라하기만 하다. 이제는
통일교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몫을 다했다고 한다. 코미
디 같은 일이다.
사실 목사와 교회가 세속정치로 나서는 일이 얼마나 잘못인지 그들은 진작
알았어야 했다.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들의 직분이 무엇을 위한 자
리인지 알아야 했다.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직분을 주셨다는 자신들의 말
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들은 잘 알아야 했다.
만약 그들을 진정 하
나님께서 목사로 부르셨다면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
하도록 세움을 받았으며 세상과 구분되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부름받은 자
임을 직시해야했다. 그 나라를 위해 그들은 세워졌고 세상 속에 남아있는 택
함 받은 자들을 교회로 부르기 위해 부름받고 세워진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되었다. 진정 그들이 하나님의 참된 직분자로서 목사라면 말이다. 그 직분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소중한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것인지
그들은 바르게 알아야 했다.
아니, 어쩌면 한국교회의 직분은 소명이 아닌 자명(自命)이다 보니 그들은
처음부터 영광스러운 직분과 전혀 관계없었는지도 모른다. 내적, 외적 소명
을 교회를 통해 검증받았어야 할 이들이 그 과정을 무시하고 스스로 소명받
았다, 주의 종이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소리 높이다 보니 그 직분을 허
탄한 곳에 써먹는다. 문제 있고 좀 이상한 무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내로라 하는 목사들 상당수가 정치판으로 뛰어들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할 이들이 무슨 일을 했던 것인가. 참 어이가 없다. 심지어
예장의 한 교단은 교단 차원에서 이 일에 앞장섰
다. J 목사가 소속된 교단이
라 그러한지 교회 차원에서 이 일에 힘을 보태주었다. J 목사도 그러하지만
그 교단은 왜 또 그러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리스도의 피로 값주고 산 영광스러운 교회가 세상 정치판에서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아니 몇몇 잘못된 지도자들로 인해 교회
가 그런 존재로 치부되고 대접받은 것이다. 그처럼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목
청 높이던 하나님의 영광은 또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직분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기 위해 허락하신 것이다. 말씀과 성찬과 권
징이 교회의 표지라면 그 표지를 지켜가기 위해 직분을 허락하셨다. 그렇다
면 직분은 교회의 교회됨과 직결된 것이며 더없이 영광스럽고도 두려운 것이
다. 당연히 직분자 자신이 직분의 수여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수혜자가 되어
서도 안 된다. 오늘날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회와 직분을 통해 무엇을 구하
고 있는가.
자카리아스 우르시누스는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과 그의 백성들의 위로
와 구원을 위해 그의 교회를 세상에서(과) 분명하게 분리시키고자 하신다”
고 단언하였다. 분명 맞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직분
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교회가 왜 세상과 구분되어야 할 것인지를….
반면 우리는 이번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
는 정신이 번쩍 들어야 한다. 과연 직분이 무엇인지, 그 직분을 검증하고 하
나님의 뜻을 따라 세워 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목사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해야
그러고 보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역시 지도자들이요 선생임에 틀림없다.
스스로가 제대로 가르치고 본을 보이지 못하니 ‘반면교사’가 되어서라도
바른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