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들에게 거는 기대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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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회들에게 거는 기대

정창균 목사/ 새하늘교회

“신도시 개발 지역의 인접 교회들 사이의 경쟁이 장바닥의 이웃 가게 사이의 
경쟁보다 더 치열하고 야비합니다.” 우리 교회가 신개발 지역의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옮기고 서너 달이 지난 뒤 뼈저리게 확인한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한 한 부부는 자기 집에서 우리 교회까지 오는데 세 번을 붙잡혔
다 하면서, 다음 주일부터는 그 아파트에서 우리 교회 쪽으로 오는 샛길로 교
회를 와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들이 사는 아파트와 우리 교회는 걸어서 5
분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에 교회가 하나 있었고, 그 교회 교인들에게 자기 교
회로 들어가라고 세 번을 붙잡혔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모이는 화요 전도모임에 교인들과 함께 나가서 한창 입주가 진행 중이
던 아파트 전도를 해보았습니다. 같은 라인에서 세 교회의 전도 대원을 만났
습니다. 한 교회에서 나온 분을 붙들고, “이런 방식은 주민들에게 괴로움만 
주고, 교회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어주어서 결국 교회들도 손해이니 일정을 
서로 조정하여 전도를 하자”고 제안 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 때나 수시로 
전도를 하는 것이 교회의 방침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대답과 함께 거
절을 당하였습니다. 한 교회는 다른 교회의 입구에 자기 교회의 차량을 주차
해놓고 전도를 하는 바람에 그 교회 교인들과 심한 말다툼을 하였다는 이야
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한번은 이 지역에서 여러 해 목회를 했다는 목사님 
한분을 만났습니다. 교회들의 이러한 모습으로 괴로워하는 저를 세상 물정 모
르는 순진한 아이를 보듯 저를 보시더니, 제게 한 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아주 큰 교회는, 부교역자들에게 자동차를 주고 교인들을 데
려오는 대로 돈을 준다면서, 저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이 지역에
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충고였습니다. 

다음 주일 설교에서 저는 저의 괴로운 심사를 교인들에게 털어놓으며 들은 이
야기들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언하였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교회 부흥이 
안 되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교회를 부흥시킨답시고 교회를 교회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또 말했습니다. 혹시 목사
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가 부흥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언
제라도 말씀하시라고. 일자리 하나 붙잡고 있자고 목사가 목사 아닌 것으로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교회부흥을 지상목표로 그렇게 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하거나 혹은 어느 모
로든지 용납될 수 없는 무리수 목회를 거침없이 행해야 되는 교회 현실이 된 
데에는 몇 가지 원인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 원인은 상당
수의 개척교회들에게 교회부흥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교인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교회가 문을 닫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교
회의 설립에 간여한 여러 사람들과, 특히 그 모든 빚을 자신의 개인 책임 아
래 끌어드린 목사님의 개인 파산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목사 개인이 
혼자서 전적인 책임을 걸머지고 교회를 개척하였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결과
입니다.

목회는 보람이고, 소명이고, 즐거움이어야지, 그것이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어버리면 안됩니다. 사람은 생존이 걸린 문제에 부딪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

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책임 감당 능력의 한계
를 넘어서 무리하게 교회를 개척한 목사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대한 더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책임은 그 교회 그 목사
보다는 이 나라 기성교회들에게 있습니다. 목사 개인의 전적인 책임아래 교회
를 시작하고 흥하든지 망하든지 그들의 일인 것으로 놓아야 될 일이 아닌 것
입니다. 교회가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큰 교회는 혼자서 여러 교회를 개척할 수 있고, 작은 교회들은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한 교회를 개척할 수 있고, 노회가, 그리고 총회가 교회를 개척해
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 나라의 큰 교회들은 이 나라 교회들의 부정적인 
현실에 대하여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큰 교회는 더 커지고, 작은 교회는 
더 작아진다”는 말이 마치 수학의 공리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 있습니
다. 교회에 무슨 본점과 지점이 있는 것인지… 마치 세 불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들도 셔틀버스를 돌
리면서 먼 동네의 손님들을 쓸어가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여러 대
형 교회들은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작은 가게들과 슈퍼들이 백화점 앞에 가서 데모했듯이, 동네의 작은 교회들
이 큰 교회 앞에 가서 데모라도 하게 될지 모릅니다. “교인들이 큰 교회로 몰
려오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항변으로 그러한 현상의 원인을 몽땅 일
반 교인들에게 돌려대는 것은, 이 현상을 하나님 나라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보지 않은 무책임 일 뿐만 아니라, 양심적으로도 그렇게 온당한 입장은 아니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나라 교계에 큰 교회들이 큰 역할을 하는 날을 기다
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