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회기 총회 임원과 상비부원에게 주어진 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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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회기 총회 임원과 상비부원에게 주어진 과업

9월 25일, 우리 교단을 포함해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소속 15개 교
단들이 한국장로교 역사상 한 자리에서 85회 총회 개회 예배를 드
리게 된 것은 한국 개신교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그
렇지만 분열과 파경의 1900년대에서 연합과 화합이라는 2000년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러한 교계의 흐름 속에서 금
번 85회기 총회는 개혁의 3대 이념을 추구하는 우리 교단의 정체성
(identity)과 향후 2000년대에 지속적인 개혁 운동의 전개 방향을 확
고히 하여야 할 시대적인 요청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1960년대 이전의 기장, 고신 그리고 합
동, 통합 측의 분열은 나름대로 신학적인 원인을 그 배경으로 가지
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장로교의 분열은 몇몇 개인들의 사욕이
앞선 정치적인 요인들이 그 원인이었다. 이것은 1970년대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급작히 대형화 된 교회의 
막강한 금권력(金權力)을
바탕으로 하는 비성경적이며 비인격적인 작태로 규정될 수 있을 것
이다. 특히 1979년에 금권을 바탕으로 교권(敎權)을 장악하려는 몇
몇 인사들의 주도권 다툼은 주류측과 비주류측의 분열이라는 최악
의 사태를 야기시키고 말았다.
더욱이 교권을 확보한 주류측 인사들은 성경은 불문하고 상식마
저 통하지 않는 수단과 방법으로 교단을 유린하며 총신을 장악하는
등 교회의 정치(政治)를 말살하는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이
러한 교권주의 이면에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아전인수(我
田引水)격인 자기 아집과 상대방을 비하(卑下)하는 천단한 사고 방
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교단은 1980년에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라는 3대 개혁 이념을 제시하고 과감하게 개혁교단을 설립하
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개혁교단은 금권이나 교권을
철저히 배격하고 장로교 교회 정치체제를 확고하게 세워나간다는
근본 이념을 지금까지 성실하게 수행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단 설립 2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러한 이념만을

고수하는 것으로 개혁교단의 정체성을 주장한다는 것은 시대적인
역사 인식의 부재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금권과 교권을 배격하
는 교단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개혁교단의 자태를 명확
하게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몇몇 타 교단에서는 여
전히 교권주의자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 교단이 여전
히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고 일어서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과연
개혁교단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 되겠는가?
사실 교단의 투명성은 장로교의 초보적인 이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가 당연히 구현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상식
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몇몇 교단들에서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조
차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교단이 여전히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20년 전의 아픈 상처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자제하
며 금권과 교권주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장로교회의 정치 체제를 세우고 교회의

n역사적 행보를 수행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염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교단의 발자취를 뒤돌아 볼 때 지난 20
년 동안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바른 신학에 대한 정확한 이념을 전
국 교회가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총회가 정책을 제시하고 수
행하고 있는가? 그리고 바른 교회상을 정립하고 전국 교회가 함께
동조할 수 있는 모범적인 개혁 교회상을 제시하고 있는가? 나아가
성도들이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를 근거로 그리스도의 군사로서 바
르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를 하고 있는가? 또한
전국 교회와 성도들이 개혁 이념에 입각해 총회가 제시하는 목적을
향해 총체적으로 행진하는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가? 뒤돌아 볼 때,
우리 총회는 교단의 투명성을 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개
혁 이념의 확장을 위해서는 이렇다 할 방향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총회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합신을 후원하고,
선교사를 파송하고, 교회를 개척하고, 상비부를 
통한 각종 행사를
수행하는 등 우리들의 정체성 확립과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기초
적인 작업에 충실한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연
합과 화합이라는 새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21세기의 교계에서 우리
개혁교단의 입지를 분명하게 세울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85회기 총회는 이러한 시대적인 성격을 분명하게 직
시하고 이제 이 자리에서 우리 교단이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는
방향과 방안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우리 교단은 장로교 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적인
기구이다. 그리고 당회와 노회와 총회라는 치리회를 가지고 있는 정
치적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임원진과 상비부를 조직하고 운영하
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
권주의에 물든 역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우리 교단은 바른 정치
마저도 멀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 3대 이념을 추
구하고 수행하는 일에는 정치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정치 부재는 교단의 정체성 부재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구성된 임원회와 
상비부는 개혁 이념을 추구하는 정
치적인 기구일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이 있음을 먼저 명심해
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기를 마치면 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른 정치가 구현해야 할
과제이며 우리 교단이 개혁 교단으로서 위상을 명확하게 세워나가
는 기반이다. 임원과 상비부원에 대한 평가 없이 단지 임기만을 마
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오히려 교단이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
(停滯)되는 악순환만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바른 정치력의 발휘는
우리 교단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또한 하나님 앞에서 마땅히 성도로서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이기도 하다.
85회기 임원진과 상비부원들에게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1년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최선을 경주하
여 전국 교회 성도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