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중독 상담(예방) 사역 이야기 _ 이길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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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섬기며

중독 상담(예방) 사역 이야기

 

<이길호 목사 _ 제자로교회>

 

중독은 개인을 넘어 가정과 사회와 교회 공동체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영혼을 갉아 먹는 죄의 문제이다

 

대구 달서구의 옛 시장 모퉁이 골목에서 2012년 4월 첫날, 당시 아내와 필자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과 일곱 살인 둘째와 함께 개척예배를 드렸다. 한때 번화가였으나 공동화 현상을 겪은 그 지역에서 가난과 세월의 한파에 찌든 분들이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교회 인근에서 주로 살고 있었다. 특히 교회 반경 1km 안에는 무속인의 집만 50곳이 넘었다.

개척한 첫 해의 여름, 중년의 한 남성이 찾아와 본인의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고, 주일예배 때마다 교회 가장 뒷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데 본인이 인터넷으로 기독교 찬양 방송을 운영하고 있고 그 방송하는 일이 너무나 좋다고 했다. 그리고 몇 주 후, 그분의 부인이 본인은 천주교 신자로 개신교 예배를 참석하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며 또다시 이 분도 예배 때마다 울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그 부인이 조심스럽게 남편의 이야기를 하는데 상상도 못한 일을 말해 주었다. 내용인즉 자신의 남편이 본드를 흡입하고서 수년 째 찬양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치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처럼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방송 중에 예언을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환각상태에서 말이다. 대학원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한 나로서는 장애가 아닌 중독 쪽으로는 전혀 문외한이라 당시로는 서울에 있는 가정 사역기관에 의뢰해 보거나 문의를 해 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후로 교회에는 신기하게도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진 분들이 계속해서 찾아왔고, 어르신들 중에서는 ‘곡끼’라고 해서 몇 개월간 막걸리만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은 6개월을 못 넘기고 장례도 치렀다. 4년 동안 명절이면 늘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얼굴도 뵙고 인사도 드렸었는데 한 해는 그 뵙던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전히 그 집은 텅 비어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집 입구에서부터 온 집 안에 소주병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통장님의 말로는 그분의 결국은 그 소주병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었다.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더러 왜 그렇게도 술을 마시며 그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지 그 영혼을 생각하니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기만 하였다.

2013년부터는 학교에서 찾아가서 청소년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지금도 매일 초·중·고, 심지어 노인 복지관까지 찾아가서 이 일을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음란물 중독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 사고의 가해자들을 만났는데 많은 경우 그들의 자기 소개서 종교 란에는 기독교가 70~80%는 되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교회는 중독의 문제에, 그리고 주일학교 학생들의 성교육과 관련하여 무엇을 했단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세상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이제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중독, 특히 성범죄와 관련하여 세상 사람들이 놀라지도 않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더 이상 중독(성 포함)의 문제의 답을 찾아 서울이나 타지의 전문가를 의뢰하기보다는 개척 초기부터 중독의 문제를 겪는 분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목회자로 중독 전문가 과정과 중독 상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을 통해서 중독에 대한 이해와 현장에서의 교육 및 상담 경험을 쌓아갔다. 나아가 지역 바우처사업을 통해 중독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만나면서 그 처절한 중독과의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음을 가슴 깊이 느꼈다.

2년 전부터는 선한 마음만을 가지고서는 개척교회를 섬기는 것과 동시에 사역의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국가의 도움을 얻어 개설한 민간 비영리 중독 상담 기관의 인지도와 함께 사업의 지속성과 장래도 보게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구청에서 하는 사업들에 제안을 해서 2년 째 매년 3개월가량 20여 명의 지역 이웃들을 모아 중독 예방 및 회복학교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구의 모 대학교에서 업무 협약을 하여 일반 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중독의 영향력과 이해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신학교에서는 중독에 대해 자주 듣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신학교의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있지만 선택과목이나마 다양한 영역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특히 목회나 선교지에서 중독의 문제는 외면하는 것이 정석처럼 인식되는 오늘날 그와 직면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독의 종류에 대한 이해만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합신을 졸업할 당시 성주진 총장님은 “합신인은 하나님은 잘 아는데 이제 목회의 현장에 나가서는 사람도 잘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겨 두고 산다.

결국 중독은 개인을 뛰어넘어 가정과 사회와 교회 공동체의 문제이며 무엇보다 영혼을 갉아 먹는 죄의 문제이다. 이미 타 종교 기관들, 심지어 이단들도 중독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포교 수단으로 삼아 중독 관련 드라마나 연극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 교회에서는 이 부분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작년 라디오 기독교 방송을 통해 2회에 걸쳐서 방송이 나갔는데 멀리 제주에서도 연락이 왔었다.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전화로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을 받는 것을 보며 참 감사하고 있다. 중독의 문제가 내 교회, 우리 가족에게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문제가 일어나면 당사자들이 결국은 교회와 신앙을 떠나게 되는 이 중독에 대해 교회가 힘을 합해 대처해야 한다. 과거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복지관을 세웠다면 이제는 중독과 관련한 재활 기관들을 지역에서 세워야 한다. 그래서 국가적 도움뿐 아니라 교회들의 후원을 통해 개별 교회에서 상담하기 어려운 중독 상담에 신앙적인 도움과 중독의 전문적인 이해와 대처 방법들을 모색해 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 길이 너무나 멀어 보인다. 그래도 뜻과 관심을 가진 자들이 지역 곳곳에 있기에 힘을 낼 수 있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를 위해 무엇보다 이웃이 복음 안에서 중독으로부터 참 자유를 누릴 때까지 더 노력하려 한다. 낮은 자세로 배우고 익히며 경험해 갈 수 있게 관심과 기도를 부탁한다.

현재 필자는 중독재활복지 박사 학위 과정을 일반대학원에서 하고 있다. 목회자 중에는 신학과 관련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공부하길 원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하나님은 합신 M. div 과정을 마친 필자에게는 일반대학원에서 중독에 대한 더 깊고 전문적인 과정을 밟게 하셨다. 그렇기에 오늘도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을 품고 중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 세상에 하나님의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기를 소원한다. 중독으로 힘들어 하는 성도들과 이웃에게 은혜와 진리로 복음과 자유를 더 많이 선포함을 더욱 사모하며 오늘도 겸허히 배우고 청소년을 포함 여러 사람들을 만나 돕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것이 제자로 교회의 사역이며 필자가 섬기는 목회의 큰 방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