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지기 제직의 기본 정신_한주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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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지기 제직의 기본 정신

<한주식 목사_프놈펜 국제신대원 교수>

 

제직은 청지기로서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관리인이며 자유와 책임을 지닌다

  청지기란 말은 쉽게 표현하면 “Stewardship, Manager”라는 말이다. 즉 항공사에서 승무원들이 탑승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으로 ‘시중드는 자’, ‘섬기는 자’라는 뜻이다. 이는 성경에서 주인을 대신하여 산이나 밭을 관리하고 주인에게 유익하도록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최초 교회에 직분자를 세우게 된 배경을 우리는 초대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교회가 크게 부흥하여 숫자가 늘어나자 사도들은 그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교회 직분 제도를 만들었다(행6:3-4). 이미 거기에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남자와 여자의 성적 차별, 빈자와 부자, 지식인과 무식인, 유대인과 이방인 등등 계층적 차이가 있었다. 헬라인 출신 과부들이 구제의 대상에서 제외된 까닭에 히브리인 출신의 과부들을 원망하는 사태로 번지게 되자 이것을 계기로 사도들은 분쟁의 소지를 막기 위하여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 일곱을 선출하여 교회 재정을 맡기고 사도들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전하는 일에만 전무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이것이 교회 직분의 시발점이다.

  사실 우리의 생명이나 자식, 그리고 재산은 우리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기에 일정한 시간이 되면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것들은 하나님이 잠시 동안 은혜로 내게 맡겼을 뿐 영원히 내게 속한 것이 아니다. 청지기 제직은 하나님의 전권을 위임받아 항상 Manager의 자세로 살아야 한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 하나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세상에서 내 것은 없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름받은 제직은 하나님의 청지기이다. 제직은 하나님의 집인 교회와 가정의 일을 맡은 청지기이다.

  성경엔 청지기 중에는 선한 청지기도 있지만 악한 청지기도 있다고 말한다. 이점에서 바울은 진리를 맡은 자를 청지기라 하여 충성을 요구하였다. 청지기는 하나님의 관리인이며 하나님의 대리인, 주인 되신 하나님의 일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청지기와 종의 다른점은 무엇인가? 바울은 자신을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관리인(고전4:1), 그리스도의 종(롬:1, 빌1:1), 그리고 하나님의 종(딛1:1)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청지기(steward)와 종(servant)은 다음과 같이 다른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는, 종(노예)은 자기의 뜻이 없다(엡6:5-7, 롬12:2).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할 당시 로마에는 인구의 절반은 노예 신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그만큼 갑질과 을의 눈물이 있었다. 종은 항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언제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였다.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종은 자유가 없었고 채무로 들어오거나 노예 시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사고 팔리던 존재였다. 바울은 자신을 복음에 잡힌 자, 팔리운 자라고 하면서 “너희는 너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다(고전6:19-20).”고 고백했다. 바울서신에 나타난 독특한 표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관점이니 청지기 제직은 주장하는 자세가 아닌 그리스도의 노예임을 알아야 한다.

  종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죄의 종(롬6:16),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종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피로 값 주고 산 하나님의 종, 죄사함을 받은 그리스도의 종이다. 종은 자신의 소유가 없다(빌3:8, 딤후4:14). 종은 자신도 자식도 재물도 모두 주인의 것이다. 자기 이익을 주장할 권리가 없고 자신의 영광이나 미래나 꿈도 없다(갈6:4). 종은 주인의 의사에 따라 목숨이 주어지기 때문에 복종만 있을 뿐, 자기의 책임도 영광도 없다. 이것이 청기지 제직의 본분이자 사명이다. 이것을 빗대어 사도바울은 그리스도의 종은 그리스도와 그 십자가를 자랑할 뿐이라고 하였다(갈6:14). 그리고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할 뿐이다(마6:33)라고….

  둘째는, 청지기는 하나님의 재산 관리인이다. 이것이 종(노예)과 다른 점이다. 이것이 로마서에 말하는 아들과 종의 관계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청기지 제직은 주인 되신 하나님에게 하나님의 교회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주인은 종(노예)에게 재산을 맡기지 않는다. 하나님의 청지기는 종과 달리 자유인이다. 원래 청지기는 맡은 재산의 관리를 위하여 자기의 지혜와 재능을 활용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를 낭비하거나 또는 직무유기를 할 때는 징계를 받는다(눅16:1-8). 그러므로 청지기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청지기와 종의 다른 점이다. 종은 팔려온 자이지만 청지기는 신임을 받아야 살아남는다(딤전1:12). 그리고 이것이 청지기 제직의 기본정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