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 합신 더 잘하자!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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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합신 더 잘하자!

<변세권 목사_온유한교회>

 

심리적 변방에만 있지 말고 이 시대 교회 앞에 공적 책임감으로 더 일해야

  봄비가 내려서 좋다. 비 내리는 것이 이제 귀찮지 않고 반가운 걸 보니 인생의 여정에서 많이 찌들렸었나 보다. 우리는 목회 현장에서 논리와 명분, 납득만으로 목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좋은 학교를 나와 실력이 있고 설교를 잘해도 안 될 수 있는 것이 목회다. 삶도 목회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우리의 인생으로 증명해야 한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을 보면서도 한국 교회가 만들어 낸 이상한 성공의 허상을 좇아 왔다. 성경에는 성공과 성공 신화란 없다. 그래서 때로 성공에 집착하는 우리가 이스라엘처럼 하나님 앞에 원망이 많았었나 보다.

  합신 정창균 총장이 “지난 40년간 하나님이 한 쪽 변두리에서 합신을 키우신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합신이다. 합신 파이팅! 합신 잘하자!” 라는 구호로 학생들에게 도전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합신이다!’는 우리의 신학의 정체성과 자부심, 긍지와 명예를 갖자는 것이고, ‘합신 잘 하자!’는 것은 그런 신학의 원리를 목회의 현장에서 온유와 겸손함으로 실현해 내자는 의미이리라.

  합신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똑똑하고 훌륭한데 전체적으로는 단결과 결속이 약하다는 평이 있었다. 학문성이 깊고 논리와 분석은 뛰어난데 그것을 실천하는 현장에서는 적용성과 상호 관계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혼자만 잘하지 전체적 조화와 균형에 서투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필자는 대다수의 합신인들은 보이지 않게 합신의 정체성과 사명감으로 주어진 삶과 사역 현장에서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믿는다.

  경건이나 학문이나 실천이나 다 완벽하면 좋겠지만 그런 조직과 단체는 없다. 일반적으로도 좋은 학벌을 갖고도 인격이 훌륭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바르게 하자는 것은 우리가 이미 바르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놓고 걸어가자는 의미이다. 간혹 옳은 말을 하고 바르게 하자는 사람들 중에는 인격적으로 실망스런 경우를 본다. 똑 부러지게 원칙을 강조하지만 그 단체나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생명력과 따뜻한 융통성이 부족하다. 상식성, 관계성, 사회성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눈치까지 없곤 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집에 들어가면 유쾌하지 않다. 정답고 친절하고 따뜻한 배려의 말이 없기 때문이다. 총회, 노회에서나 교회에서나 어디서나 사람은 만나면 서로 즐거워야 한다. 만남이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 틈만 나면 비판하고 싸우고 논쟁하는 모임은 괴롭다. 즐겁자는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웃어 주라는 의미이다. 어딜 가든 미운 사람이 되면 안 된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성적 사고와 훈련이 부족하다. 옳은 말을 한다면서 핏대를 올리고 고함치는 것은 이런 훈련의 결핍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훌륭한 목사, 장로, 교인은 없다. 그래서 목사는 더더욱 잘 배우고 스스로 훈련받아야 한다. 특히 목사는 자기가 꾼 꿈의 결과와 계획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교인들에게 소외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원치 않는 기도를 울면서 드리며 가게 된다. 목사는 이 세상에서 가진 자, 힘 있는 자, 유명한 자, 존경받는 자가 아니다.

  조병수 교수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별 볼일 없이 졸업하고 별 볼일 없이 사역하다가 별 볼일 없이 떠나는 게 우리 합신인의 사명이다.”라고 했고 박영선 목사는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아무도 모르게 사역하다가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가야 한다.”라고까지 했다. 이는 희망을 꺾자는 말씀들이 아니라 방향이 정확하다면서 막상 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주는 충고일 것이다. 우리는 올바르게 하면 마땅한 보상을 즉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오히려 ‘이건 아닌데…’ 하는 조건들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일하게 하시는 방법이다. 우리는 싫든 좋든 합신의 이름으로 묶여 이 길을 가는 것뿐이다.

  합신은 하나님이 주신 역사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사실 우리 합신은 그 역사나 규모, 교세에 비해 과분한 신뢰와 기대를 교계로부터 받아 왔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교회사적으로나 국가적, 사회적으로 한국 교회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나님은 이제 우리에게 심리적 변방에만 있지 말고 이 시대 교회 앞에 공적인 책임감을 갖고 한 발자국 나와서 더 일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이 길을 걸어왔다. 우리 합신이 앞으로 더욱 잘한다면 당연히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겠지만 혹시 우리가 아직 부족하다고 해도 하나님은 당신의 영광을 만들어 가실 것이다. 우리는 합신이다! 겸손하게 조금만 더 잘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