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콩챵아, 춤을 추어라_김핑남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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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간 콩챵                                 

 

마른 땅에 단비를

콩챵아, 춤을 추어라

< 김핑남 일꾼_C국 >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나의 딸 콩챵아, 그 고통 속에서도 곱디고운 마음씨를 가졌던 콩챵! 그 마음처럼 따듯하고 보드라운 목소리를 가졌던 콩챵아!
  이젠 너의 그 어여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구나. 곱디고운 그 목소리를 어디서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참으로 미안하다. 네가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이 무너지는 먹먹한 소식을 듣고 아내와 내가 통곡을 쏟으며 외쳤던 외마디는 ‘미안하다, 미안하다.’라는 말 뿐이었다.

  어떻게든 너를 이 나라에서 데리고 나와 수술 받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당국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어도 어떻게 하든 너를 빼내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너를 사랑한다 했지만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집요하지 못했구나. 너를 진찰한 미국 의사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수술이었는데… 그 작은 시골 마을의 사기꾼 의사들이 돈에 눈이 멀어 수술한다 했었을 때, 기어코 못하게 했었어야 했는데… 끝내는 너를 그 조잡한 수술대 위에 올려놓게 했구나.
  수술이 결정되었을 때, 아내가 그 18시간의 먼 길을 떠나,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너에게 가야 할까 고민했었다. 그 때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아내와 같이 너를 보러 가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구나.

  콩챵, 너의 아빠가 전화해서 아내에게 말했다. 네가 죽어, 너의 몸을 이미 마을 뒷산에 묻고 방금 내려 왔다고, 아내는 전화를 붙들고 통곡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디서도 어여쁜 너를 다시 만날 수도, 어디서도 너의 그 고운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없게 되었구나. 그것이 너무나 원통해서 오열하며, 너의 고운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목이 쉬도록, 전화를 붙잡고 목을 놓아 울고 또 울었다.
  도무지 가슴이 먹먹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의 안방에 붙여 있는 너의 환하게 웃는 고운 사진을 보며 며칠 동안, 쏟아지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너의 어여쁜 사진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며, 눈이 벌긋토록 며칠을 울고 또 울었다.

  설날 지나고 너를 이곳으로 데려 오기로 작정하고, 네가 살 집도 이미 모두 알아 두었는데… 너에게 주려고 필립스 라디오를 기어코 아껴 두었는데.., 영국의 잉그리드 아주머니를 통해 네가 일할 곳도 모두 정해 두고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콩챵, 기억나겠지? 내 설교를 알아듣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네가 옆에서 너희 마을 방언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었지. 내가 한마디 설교하면 너는 두 세 마디 말로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었지. 선교사인 나보다 더 열심히 그랬었지. 초등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너였지만 그때 너의 모습은 신학박사보다도 멋져 보였었다.

  콩챵아, 춤을 추어라. 하나님은 성도의 죽음을 귀하게 보신다 하셨으니 춤을 추어라. 팔다리를, 어깨를, 궁둥이를 앞뒤 좌우로 흔들며 그곳에서 주님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어라. 항시 머리에 쓰고 다녔던 구차하고 번거로운 모자를 벗어 던지고 까르륵 까르륵 웃으며 신명나게 춤을 추어라.
  나의 사랑하는 콩챵아, 너를 그곳에서 다시 만나면 나하고도 춤을 추자. 아무 인사말도 말고 너의 불거져 나온 왼쪽 눈에 입맞춤하고, 너풀너풀 팔다리를 이리저리 놀리며, 어깨를 우쭐거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자. 지칠 때가지, 지쳐서 그만 둘 때까지.., 쿵덕덕 쿵덕덕, 손을 맞잡아 손깍지를 끼고, 쿵쿵 짝짝, 까르륵 까르륵 춤을 추자.

나의 사랑하는 딸, 어여쁜 이름 콩챵아!

 

* 김핑남 일꾼은 합신을 졸업하고 C국에서 선교 중이다. 풍토병으로 시신경이 점점 소멸되고 있는 고통 속에서도 복음의 군사로 분투 중이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