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 유
< 현창학 교수_합신 구약학, 본보 논설위원 >
개인적으로는 성결을, 세상에는 사랑과 의를 실천하여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자유’는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하나님의 구원과 그 구원을 받은 백성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 구약성경에서 계속 회자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인 출애굽은 이스라엘이 애굽의 노예생활로부터 ‘자유’를 얻은 이야기이고, 이 출애굽을 모형으로 하는 신약의 그리스도의 구속 사건은 바로 하나님의 백성이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이야기이다(요 8:32, 8:36).
인간은 기본적으로 질병, 죽음, 가난, 불화와 갈등, 좌절, 불안, 두려움 등 여러 존재적 질고의 속박 아래 허덕이는 존재이다. 이 ‘비참함’의 뿌리에는 죄라는 실체적 원인이 있다. 성경은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는 이러한 ‘죄와 비참’에서 도저히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인간이 오직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서만 구원받고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복음이다. 복음은 인간 문제의 가장 근원적이며 전면적인 처방이 된다.
하나님의 백성은 죄의 속박에서 자유를 얻은 존재이다. 따라서 삶의 모든 고통과 죽음, 심판으로부터도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얻은 이 존재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자유를 얻은 그가 이제는 ‘자유의 삶’을 향해 부름 받았다는 사실이다(갈 5:13). ‘얻는’ 자유 위에 ‘책임지는,’ ‘행하는’ 자유가 덧붙여진 것이다. 얻는 자유와 행하는 자유 두 가지가 균형 있게 세워질 때 그리스도인의 삶은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되고 그리스도인은 명실상부하게 참 자유인이 된다.
‘행하는’ 자유는 종이 되는 자유이다. 얻은 자유를 “육체의 기회”로(갈 5:13), 즉 이기적인 목적으로 내 멋대로 쓰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licence)이다. 성경이 말하는 자유(liberty)는 하나님과 의에게 종이 되어(롬 6:18, 22 .) 율법에 순종하는 자유이다. 오스왈드 챔버스(Oswald Chambers)가 “자유는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지 않는 능력”이라 했다(“Liberty means ability not to violate the law of God”). 자유로워졌으나 다시금 거룩한 것을 향하여 종이 되는 이 위대한 역설이 복음의 본질을 구성한다.
받는 자유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행하는 자유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것이 우리로 하여금 죄와 두려움의 속박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게 한 원인이다. 종이 되는 자유의 원리를 숙지하고 이 원리에 입각하여 우리 삶을 훈련해 내는 것이 자유를 얻은 그리스도인이 영위할 삶의 태도이며, 이 태도에만 참되고 온전한 자유가 있다.
자유를 향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새언약은 우리에게 자발적인 순종의 능력을 부여했다(렘 31:33). 주님의 부활은 우리를 새생명 가운데 살게 하신다(롬 6:4). 밑돌은 놓아졌고,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믿음뿐이다. 믿음으로 병 낫고, 믿음으로 복 받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많이 해 봤다. 진정 본질적인 것은 믿음으로 자유의 싸움을 싸우는 일이다. 우리의 자연적인 경향이나 능력만 바라보며 끌려 다니는 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 안에 창조하신 새사람(new man)의 실존을 믿고 (부여하신) 새 마음(new heart)으로 순종의 싸움, 자유의 싸움을 싸워 나가야 한다(렘 24:7; 31:33; 32:40; 겔 36:26 롬 12:2). 믿음의 진정한 승리가 여기에 있다.
새해 벽두 자유라는 화두가 구원받은 삶의 정체를 본연으로부터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금욕과 절제, 악마의 유혹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반격이 무술년 새해 우리 삶의 레이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성결을, 세상에는 사랑과 의를 실천하여 우리가 사는 삶의 모퉁이 모퉁이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게 하자. 세기 반 가까이 믿은 우리에게 자유를 향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