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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사,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는 마음
< 전 광 목사_작가 >
“작은 감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바늘구멍으로 흘러 들어
숨통을 열어 주는 한 줄기 빛”
“작고 평범한 일상을 감격하며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평생감사”
작은 감사’ 속에는 더 큰 감사를 만들어 내는 기적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속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받는 사랑은 당연하고, 내가 받는 대우도 당연하며, 내가 하는 일도 당연하고, 내가 지금 건강한 것도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주변에는 내가 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내가 작은 감사의 기쁨과 행복에 눈뜨게 된 것은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한 장로님의 따뜻한 저녁식사 초대가 나의 삶에 작은 감사를 실천하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추수감사절만 되면 한결같이 몇몇 가정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장로님 부부는 목회자와 가난한 유학생 가족을 섬기는 일을 20년 넘게 해오고 계신 신실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 역시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외로워서 눈물로 지새운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첫 추수감사절을 맞게 되었는데, 이웃집의 미국인 부부가 초대해 음식을 나누며 위로와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너무 고마워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외로운 이민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이렇게 몇몇 가정들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우리 가족과 다른 목회자 가정과 유학생 몇 가정이 식사 초대를 받아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벽난로 앞에서 훈훈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외롭고 서러운 타향살이의 고초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번 아웃 상태였고, 가정도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태였으며, 아들로 인해 매주 병원을 다니지만 치료되지 않는 아들을 보며 절망하고 또 절망하며 나약한 나의 모습에 한없이 좌절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야말로 가장으로서 가정과 자녀들을 책임지고 돌보는 일은 고사하고 나 자신을 감당하기도 힘든 무기력한 탈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밑바닥의 상황에 있었을 때 장로님 가정의 초대는 나와 가정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권사님이 정성껏 준비한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식탁 위에는 추수감사절 음식인 칠면조 요리와 우리나라 추석 음식인 송편까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감사 찬양을 함께 불렀습니다. 찬양 후 장로님은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오늘은 감사절이니까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나님께 작은 감사를 나눕시다! 큰 감사가 아니라 작은 감사를 한 가지씩만 나눕시다!”
그러고는 장로님이 먼저 감사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목회자, 유학생 가정을 섬길 수 있는 특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모인 식구들은 모두 “아멘”으로 화답했고 계속해서 감사기도가 이어졌습니다.
“명절 때마다 초대해 주시는 장로님 가정으로 인해 감사합니다.”
“함께 같은 교회에서 주님을 섬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든 생활 가운데서도 학업을 지속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게 살아갈 때에는 그런 것들이 감사 제목이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작은 것들을 감사하다 보니 감사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감사는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바늘구멍 같은 작은 구멍으로 한줄기 빛이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숨 쉴 수도 없었던 답답한 마음에 숨통을 열어 주는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그날 우리 입에서 나온 작은 감사의 고백들은 삶에서 묻어 나오는 가식 없는 감사의 말들이었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주님 말씀의 진리를 깨닫는 귀한 자리였습니다.
지극히 작은 것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순간순간 자주 감사할 수 있고, 작은 것을 감사하는 사람이 날마다 감사할 수 있고, 작은 것을 감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을 감사할 수 있으며, 작은 것을 감사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할 수 있고, 작은 것을 감사하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작은 것을 감사하고 실천하는 마음을 달라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작은 감사’에 대해 이런 고백을 하나님께 올려 드렸습니다.
“주님은 지극히 작은 나를 택하셨고, 작은 나를 사랑하셨고, 작은 나를 기뻐하셨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드넓은 들판도 작은 들풀 하나에서, 크고 아름다운 정원도 나무 한 그루에서, 멋진 화단도 꽃 한 송이에서 시작되었다.
넓은 백사장도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 만들어졌고, 강과 바다 역시 작은 물방울에서 출발했다. 비행기, 자동차, TV, 컴퓨터 할 것 없이 모든 것은 작은 부품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작은 감사, 작은 사랑, 작은 웃음, 작은 나눔, 작은 기도, 작은 실천,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주님의 마음이다.
나 또한 작은 것을 감사하는 인생이 되리라.
지극히 작은 것을 평생 감사하는 인생!”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뜬다는 것처럼 놀라운 ‘기적’도 없습니다. 문득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주변의 일상적인 소리들과 멀리 자동차가 지나는 소리, 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 마당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 바람결에 낙엽들이 부딪히는 소리, 문을 열고 닫는 작은 소리들, 그리고 어제 밤 내가 잠들었고 이제 아침에 깨어났으며 이렇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자각…
이것이 우리의 삶이고 행복입니다.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정신을 차려보면 지극히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고, 지극히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매일 매일의 일상을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물로 허락해 주셨습니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뿐입니다.
오래 전에 어느 의사의 글을 읽고 깊이 공감되어 메모해 놓고 가슴에 새기고 있는 글의 내용입니다.
“왜 사람들은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을까?
손이 둘이고 다리가 둘이어서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손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또,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당연한 사실들에는 감사하지 않는다.”
인간은 평범한 것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특별한 것이 주어졌을 때에만 감사합니다. 아니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할 것인가를 뒤 늦게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작고 평범한 일상을 한없이 감격하며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생감사’이고 성경이 가르쳐 준 ‘범사에 감사하라’입니다. 작은 감사로 행복한 인생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 전 광 작가는 감사글방에 기거하며 글과 강연으로 한국교회를 섬기는 목사이다. 그동안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링컨 대통령>을 필두로 <성경이 만든 사람> <평생감사> 등의 연이은 베스트셀러와 최근 <감사가 내 인생의 답이다>를 출간하였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