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염치가 사라져 가는 교회와 사회
< 장재훈 목사, 내흥교회 >
성령님의 통치를 받는 그리스도인들 만큼은 염치가 풍성해야
염치(廉恥)란 ‘결백하고 정직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합니다. 양심과 이성을 소유한 인간이라면, 특히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면 실수든, 고의성이 있든지 없든지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미안해 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보면 당황스럽고, 소름이 돋는 경우가 한둘이 아닙니다.
사람다운 일, 그리스도인다운 일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도 너무나도 당당하고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도리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억울해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지적하고 책망하는 자에 대하여 역정을 내고, 매섭게 노려보고, 보복심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국정농단에 대한 재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폭력, 살인, 폭언, 갑질을 하고도 염치를 모릅니다. 탈세, 불법, 반칙, 거짓말, 권모술수를 부리고도 부끄러워 할 줄을 모릅니다. 교회 밖에서만 염치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 안에서도 염치가 사라져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총회와 노회, 지교회의 제직회와 당회와 공동의회 등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고함을 지르고, 폭언을 하고, 발언권을 주지 않고, 발언을 하는 자를 향하여 야유를 하고, 심한 경우 용역을 동원하여 강제로 끌어냅니다. 교회 출입도 막습니다. 어떤 안건 처리에 있어서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속전속결로 밀어붙입니다. 공금 사용에 대하여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세상처럼, 바티칸처럼, 비밀조직처럼 비밀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염치가 없고 당당합니다. 이러한 모습과 태도는 모두 양심과 신앙이 시멘트처럼 굳어져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과 신앙에 있어서, 부적절한 언행과 죄에 있어서 염치가 사라지는 것은 매우 큰 위기입니다. 간경화로 죽어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간이 부드러워야 하는데 돌처럼 굳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본래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양심과 신앙이 부드럽습니다. 죄와 부적절한 언행심사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 이유는 새 영, 즉 성령 하나님이 찾아오시고 통치하시기 때문입니다. 향후 세상은 더욱 염치가 사라져갈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짐승처럼 사납고 시멘트처럼 굳어져 갈 것입니다.
하지만 성령 하나님의 지배와 통치를 받는 그리스도인들만큼은 염치가 풍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악을 덜 행하며 사회의 본이 됩니다. 나아가 염치가 있어야 교회 공동체나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나 아픔을 주었을 때, 부끄러운 일을 행했을 때에 회개하고 사과합니다. 이래서 염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바라기는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그 누구보다도 섬김의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만큼은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 있는 자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