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어머니의 무지개
< 채 원 >
탯줄 같은 빨랫줄을 따라 가면
어머니의 봉한 샘이 열리고
오색 무지개가 뜬다
갈빗대 같은 빨래판을 비빌 때
알았다, 구름을 빨아 무지개를 피워 내고
장대비 속에서 건져냈다는 것을
바람맞은 날을 두드려 삶아
햇살 일기를 입혀 주신 어머니
꽉꽉 밟히고 탈탈 털려
두 손 들고 머리 조아리고
한 줄 포로처럼 끌려가던
수평선 보이는 그 어디,
뉴턴의 사과가 떨어져도 귀가할 수 없었는데
하늘과 땅의 경계를 들락거리며
우레 사이를 서성거려
내일의 햇살을 찾아내셨다
생의 한 줄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쩍쩍 갈라진 샘을 파헤쳐
기꺼이 건져 낸 무지개
철따라 철지나 뜨고 핀
그 지붕 아래
채송화 봉숭아 과꽃 다알리아 살사리꽃
앞다퉈 앞마당을 수놓고 있었다
* 채 원 시인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창작 21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인천 시민문화대전 시부문 대상, 국민일보 신앙시 신춘문예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동행교회 목사이다.(본명_ 채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