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노회 순례길 동행기| 밧모섬에서 드린 예배_이선웅 목사

0
356

< 이선웅 목사, 남문교회 원로 >

“아시아 7교회 유적지는 로마 교황과 유럽 영주들의 잇속에 따른 산물”

밧모섬은 사도 요한이 9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에 의해 유배당했던 에게해에 위치하는 작은 섬이다. 소아시아 에베소 인근의 쿠사다시 항에서 배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그리스 영토로 되어있으며 남북의 길이는 16km, 동서의 길이는 90km정도 된다.

사도 요한은 이 밧모섬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요한계시록을 기록하였다(계1:9). 이 밧모섬 중앙 높은 언덕에 사도 요한이 계시를 받은 곳으로 전해진 동굴교회가 있다.

초대교회와 바울 사도를 중심한 제1, 2, 3차 세계전도여행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길에 나선 우리 일행은 서울을 출발한 지 이레째 되는 날 밧모섬에서 주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동서울노회의 배려로 동서울노회가 주관한 5월 25일(주일)-6월 5일(금)에 걸쳐 11박 12일 동안 진행된 이번 순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참여한 인원은 25명이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고 성장하시고 공생애를 보내신 이스라엘을 답사하면서 받게 되는 은혜가 크다. 그런가하면 초대교회와 바울과 바나바와 실라 등이 제1차, 제2차, 제3차 세계전도여행을 했던 그 발자취를 따라 소아시아와 마게도냐를 순례하면서 받는 감회 역시 남다르다.

놀라움과 탄식과 깨달음과 회개와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킴으로 만감이 교차 될 때가 많다. 특히 목회자들에게는 그동안 글로만 대해왔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함으로써 얻는 유익이 크다. 도전되고 충전도 되고 영이 새로워지고 영적은사가 더 풍성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여기서 얻는 유익이 고스란히 그들이 섬기는 교회의 성도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순례의 여정은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단 이러한 순례일정을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9일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일을 본 교회에서 지킬 수 없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래도 떠나야 한다. 대신 순례길에서 만나게 되는 주일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주일을 지켜야 한다.

이번 순례길에서 우리 일행은 밧모섬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설교는 박병식 목사, 사회는 나종천 목사, 기도는 홍승열 목사, 특송은 사모일동, 축도는 이선웅 목사가 하였다. 평소 교회당에서 드리던 예배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우리에게 있었다. 예배 외에 이날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날 밤 우리 일행이 밧모섬을 떠나 마게도냐로 갈 때는 3만 톤급의 큰 배를 탔다. 처음 타보는 큰 배였다. 세월호가 8천 톤 급이었다고 하니까 3만 톤급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배로 우리는 8시간을 달려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까운 피레우스 항구에 도착하였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다시 육로로 아덴, 고린도, 데살로니가, 빌립보 등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제2차 전도여행 때 아시아로 가서 복음을 전하려고 했던 바울과 실라가 마게도냐 사람으로부터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고 하는 환상을 보고 소아시아의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마게도냐의 네압볼리에 도착하여 곧바로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함으로 유럽 땅에 교회를 세웠다.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들을 역으로 순회하였는데 순례길 내내 하나님의 하신 일과 바울 사도를 비롯한 주의 일꾼들의 활약과 노고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리스 땅에는 그나마 그리스 정교회라는 이름으로 98%의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소아시아라고 불리기도 하는 오늘날의 터키는 달랐다. 터키는 98%가 모슬렘이었다. 매우 가슴이 아팠다.

소아시아에는 계시록 2장과 3장에 나오는 빌라델비아 교회, 서머나 교회, 에베소 교회, 두아디라 교회, 버가모 교회, 사데 교회, 라오디게아 교회 등 일곱 교회의 유적지가 있다.

우리는 바울 사도가 3년 동안 머물며 복음을 전했던 에베소(행 20:31)를 비롯해 예루살렘 교회 다음으로 두 번째로 교회가 세워졌던 수리아의 안디옥(행 11:20-22)과 바울 사도의 생가가 있는 길리기아 다소(행 22:3)도 돌아볼 수 있었다.

갑바도기아에서는 수많은 동굴 교회 유적지와 초대교회 성도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지하 도시들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그 땅에서 교회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아시아가 이렇게 된 데에는 십자군 전쟁의 여파 때문이었다. 십자군 전쟁은 1095년-1456년 사이에 8차례에 걸쳐 이어졌었다. 이 십자군 전쟁의 명분은 예루살렘 탈환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명분이었을 뿐이며 로마 교황과 유럽 영주들의 잇속과 이해타산이 엉켜 원래 목적은 뒷전이었고 점령과 약탈과 횡포로 일관하였다.

십자군이 너무 잔인하게 횡포를 부렸기 때문에 결국 그 땅에 살던 사람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기독교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동행 목사님의 지적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잊었다. 부끄러움과 비통함과 회개로 인해 아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우리는 오늘날의 터키 땅인 소아시아를 돌아보면서 내내 “주여! 이 땅을 고쳐주소서! 무너진 교회들을 다시 세울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하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소아시아와 마게도냐 지방을 순회 한 거리는 육로(버스 편)로 약 2,800Km를 달리고, 그 외 배편과 현지 국내선 항공편과 도보로 약 2,200Km를 달리게 되어서 전체 여정은 대략 5,000Km를 달린 셈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건강한 몸으로 이 순례길을 감당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