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광 목사, 중계충성교회, 북서울노회장 >
“설교자와 성도들 사이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최근 한 인터넷에서 설교 표절 논란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설교학을 전공한 사람이기에 나름대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서울의 한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다른 목사의 설교를 그대로 옮겨서 설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영상을 보았을 해당 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며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졌습니다. 논란이 된 그 목사는 현재 문제를 제기한 성도들에 의해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논란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우선 이번에 일어난 설교표절 논란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설교자들은 설교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붙잡고 깊이 고민하고 묵상하지 않은 설교들은 이제 더 이상 그 설 자리를 찾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설교자들은 더욱 열심히 말씀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번 논란은 설교자들에게 자신들의 설교환경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설교자들은 설교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부터 해 오던 방식대로 설교를 하면 된다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설교 환경은 크게 변화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설교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누구에게나 공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에 한 지역에서 어떤 설교자가 설교한 내용이 다른 지역으로 알려지기 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의 설교든지 누군가 한 사람이 맘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전국 아니 전 세계에 동시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때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원하면 누구든지 간단한 검색도구들을 통해 내가 한 설교를 다른 사람들이 한 설교와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번 논란은 설교자들에게 이처럼 변화된 설교 환경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전에는 설교자들이 다른 곳에서 은혜 받은 말씀을 전한다 할지라도 교인들이 그 출처를 알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이 드러났으니, 설교자들은 이런 부분도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설교자들은 이런 점을 인식하고 더욱 개인 성경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다른 설교자들의 설교를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는 훈련을 함으로 더 이상 이런 논란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설교 표절 논란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 조금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설교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이 과연 건강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설교는 예배 중에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설교자를 통해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임으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혹시 설교를 들을 때에 성도들이 이런 자세보다는 설교를 판단하고 분석하고 무슨 학문적인 논문 심사하는 자세로 설교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만일 그렇다면 설교가 과연 예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겠습니까?
설교자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한 주간을 살 수 있도록 주시는 양식을 준비한다는 자세로 설교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도들도 그 말씀을 단순히 학문적 결과물을 발표하거나 소개하는 것처럼 들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한 주간 내게 필요한 양식을 공급해 주신다는 생각에서 기쁘게 받아먹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자세로 들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 표절 논란의 본질이 한국 교회 안에서 설교자와 성도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무너져 버렸음을 증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설교자나 성도가 함께 주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동역자라는 의식으로 한 자리에서 공동체의 온전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면 과연 이런 식의 표절 논란이 전국을 시끄럽게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한 자리에서 예배하는 설교자와 성도들은 한 식구임을 잊지 않는 자세가 먼저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정말 무너진 교회와 강단이 심히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