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지키십시오” (제 38회 졸업예배 및 학위수여식 훈사)
우리 학교에서 여러 과정을 하나님의 큰 은혜에 힘입어 모두 마치고 졸업 또는 수료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어떤 학습이든지 종점에 도달하기까지는 반드시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여러분 모두는 목적지에 도달한 아주 훌륭한 승리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 앞에는 많은 일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받은 사명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을 최종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틀림없이 여러분 모두에게 공통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을 하는 데 특히 주의해야 할 한 가지 사항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여러분 모두에게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선지자들로부터 시작해서 우리 주님에게 절정에 달하면서 사도들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나라의 일군에게 한결같이 주문하는 요건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인내입니다. 주님의 사업은 인내가 관건이라는 뜻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면서 절대로 조급해 하지 마십시오.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실패를 면치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목회지에서, 선교지에서 그리고 여타의 사역지에서 오래 참지 못하는 바람에 주님이 맡겨주신 일에 실패하고 만 사역자들을 너무나도 많이 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은 어떤 영역에서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나 성공하려면 그것을 성사시키기까지 절대시간이 요구되듯이, 주님의 일에도 열매를 맺기까지는 절대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짧은 시간에 뭔가 승부를 내려는 마음을 품는 것은 마귀의 유혹입니다. 역사를 통틀어 사탄은 빨리 성과를 거두는 것을 성공이라고 믿게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도 변함없이 마귀는 하나님의 일을 망치려는 목적으로 사역자의 마음을 부추키어 조급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주님의 일에 열매를 맺으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일군은 견뎌야 하고 참아야 합니다. 주님의 사역자에게는“많이”맺는 것보다“오래”참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여러분은 사역하는 공간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역지에 마음을 고정하십시오. 하나님의 일군은 양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소떼에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잠 27:23). 마귀가 하나님 나라의 일을 방해하는 교묘한 방식 가운데 한 가지는 목회자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군을 온갖 것에 관심을 두게 만듭니다.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집적거리게 만듭니다. 여기에 조금, 저기에 조금 기웃거리게 만듭니다. 그 결과 사역자가 자기에게 맡겨진 사역의 공간을 빈번하게 떠납니다. 물론 주님의 일을 하다보면 선교와 사회사업 때문에 밖에 관심을 두어야 할 때가 없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밖에 대한 관심이 목회지 자체에 대한 관심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목회에서는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언제나 우선입니다.
여러분, 자리를 지키십시오. 하나님의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인내와 공간의 집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내하지 못하면 얄팍해집니다. 집중하지 못하면 가벼워집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사역이 두터워집니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지에 마음을 고정해야 사역이 무거워집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자료를 찾아낸 후에 마치 굉장한 비밀을 밝히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그렇게 가볍고 얄팍한 방식으로 사역하면 안 됩니다. 시간의 인내와 공간의 집중을 연습하여 중후해지십시오. 부탁하건대 중후한 실력을 갖추십시오.
현금의 영적 상황이 비록 매우 걱정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사역자들이 자기의 자리를 잘 지키기만 해도 웬만한 어려움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부디 주님께서 맡겨주신 자기의 자리를 충실하게 지킴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고 하나님의 진리를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존귀한 일군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우리 학교에서 여러 과정을 마치고 졸업 또는 수료하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성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길에 넉넉한 은총으로 동행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2월 21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조병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