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의 교회의 바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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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에서의 교회의 바른 역할

 

   작금의 복잡하고 혼란한 사회 속에서 교회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성경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갖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다를 수 있다.

   교회는 ‘제사장’이며 동시에 ‘예언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제목의 시사점에 그리스도인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그게 정확한 표현인가에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다. 문제는 제사장과 예언자가 구약의 하나님 나라 백성이던 이스라엘에 주어진 종교적 직임이었다는 점이다.

   그때와 우리의 상황은 두 가지 점에서 명백히 다르다. 먼저, 이제는 구약과 달리 제사장과 선지자가 그 사명을 다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완성하신 신약 시대라는 점. 두 번째는 구약의 신정 사회와 달리 우리 사회는 불신자들이 대다수이며 그 안에 주님을 믿는 교회 공동체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므로 아주 엄밀히 따지는 자들은 이런 직임과 역할이 이 시대에 실존 가능하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이제 다른 직임들이 교회에 주어졌고,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이라는 용어로 사회 속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표현해 보려는 그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길은 무엇일까? 즉, 하나님 나라의 백성인 교회는 무엇인가?

   첫째, 교회는 이땅 가운데서 꿈꾸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꿈들(their own visions)이거나 자신들의 목적에 대한 꿈도 아닌, 이 세상 사람들의 온갖 꿈을 종합한 것이어서는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세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꿈, 곧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하나님께서 친히 계획하시고 세상 역사 가운데 그 나라가 임하리라는 소식을 예언자들을 통해 전하시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땅에 이미 도래시키시고,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극치에 이르게 하실, 하나님께서 친히 지으시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둘째, 교회는 옳은 것을 지시하고, 그것에 비춰 우리의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나라는 의로운 나라여서 아무도 그 스스로 그 나라에 들어 올 수가 없다. 사람들의 의와는 비교도 안 되는 하나님의 의로만 가득 찬 나라이므로 그 나라와 의에 비추면 인간의 진선미는 그야말로 누더기와 같은 것이다(사64:6). 그러므로 교회는 인간의 심각한 죄악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증언하여 사람들로 그 십자가의 공로에 의존하여 하나님 나라 안에 들어오게 하고, 같이 하나님 앞에 서는 공동체이다.

   셋째, 교회는 진정한 실천가들이다. 이렇게 구속받고 매우 감사하여 다른 이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교회는 이땅에서 자신들이 흑암의 권세에서 건짐 받고 그의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하신(골1:13) 것이 감사해서 열심히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공동체, 즉 감사하여 실천하는 공동체이다.

   이땅에서 이 세 가지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교회는 세상에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증언하게 되고, 간접적으로는 세상의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것이 덜 악한(less evil) 것인지에 대한 증언도 하게 된다. 세상 다른 데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교회가 발현하고 있는 의에 대한 증언에 비춰 간접적으로 이 세상도 일반은총 중에 덜한 악(less evil)을 향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가 세상에 대해 하나님의 의를 증언하며 세상이 상대적으로 의로운 방향으로 가게 하는 역할을 간접적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궁극적인 구제 단체는 아니지만 성경이 지시한 대로의 역할을 잘 해낼 때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이 교회 밖으로 흘러넘쳐 주변에도 사랑의 구제가 이뤄진다. 물론 교회는 단순한 구제운동이 아니라 신자들로 하여금 창조와 구속에 감사하여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르치고 배워 그런 기초 위에서 일하게 하고 구제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자들의 일반 시민 사회 속에서의 책임이 더욱 중차대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시대의 필요인 교회는 끝까지 남아 옳은 것을 세상에 증언하는 시대의 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스스로 해체해 버린 이 세대에 그래도 끝까지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가 의로운 것임을 세상의 용어로 바꾸어 잘 드러낼 책임이 교회에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컨대, 교회는 궁극적으로 이 세상 자체를 위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교회가 교회다운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이 세상도 간접적인 빛을 얻을 수 있고, 세상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시사(示唆)를 받는다. 또한 교회는 이땅의 정치나 사회, 문화 발전을 위한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교회가 진정 교회다울 때 교회는 이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교회의 참 교회다움에서 나오는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힘써서 우리들이 속한 교회를 참으로 교회다운 교회가 되도록 하자. 그리하여 이땅에 그 열매로서 정치, 사회, 문화의 발전도 경험할 수 있게 하자. 우리는 그것을 위한 ‘사람’들이지 그것을 위한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교회다울 때 그 열매로 이 세상도 복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