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국과 목사의 역할_최현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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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국과 목사의 역할

< 최현진 목사, 언약교회_남서울노회장 >

 

“목사는 정치성을 떠나 말씀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오늘날 우리 사회를 혼돈의 사회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진보·보수(좌파·우파)로 또는 상식이냐 비상식이냐로 나뉘어 자기주장이 옳다고 내세우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이런 큰 흐름은 어제 오늘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극명하게 이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세 대결 속에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마저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기독교인들마저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일조하는 사람들이 일부의 목사들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은 존경하고 따를 만한 큰 어른이 없어서 시국이 이렇다고들 한다. 이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프다. 목사들이 존경하고 따를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목사들이 우리 사회에 큰 어른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시국에 목사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우리 시대에만 있었고 우리 신앙의 선배들에겐 없었을까? 모든 시대의 목사들이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목사로서 이러한 고민을 해왔고 깨달은 대로 실천하면서 교회에 적용하며 살아왔다. 내가 고민하고 찾아 나간 답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여기에 간추려 본다.

   우리 신앙의 선배인 사도들이 산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보다 더 악한 세상인데 그때 사도들이 어떻게 말씀을 전하는 자로 살았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아무리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두워도 복음 전하는 일에 몰두했지 다른 일을 해서 사회를 변화 시키려는 시도의 흔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초대교회 당시는 시급한 복음 전도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교회사적으로 비상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복음이야 말로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 믿음으로 사도들은 열심히 복음을 전했고 성도들은 복음을 받아들여서 이 세상에서 빛을 드러내며 살았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목사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사명을 명확하게 주셨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행1:8)

   목사가 사도는 아니지만 사도처럼 이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노회에 선서도 하고 하나님께 서약한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들은 자나 깨나 이 사명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에 몰두해야 한다.

   이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동안 할 것만 강조돼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폐해는 깊이 생각지 못한 약점이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자면, 때로는 하고 싶은 말도 하지 않고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양면의 작전이 필요하다. 특별히 정치나 시국에 대해 말하자면 결코 불의를 기뻐해서는 안 되지만 목사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면 그 폐해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혼란한 우리 사회에서 목사들이 할 말을 필요 이상으로 다 해서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인 성향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고 본다. 다른 나라 국민의 성향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성향은 정치적인 성향이 자기와 맞느냐 안 맞느냐에 따라서 신뢰를 하고 안하고를 거의 결정 해버린다. 목사인 나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독교인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이 이런데 목사가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면 한 쪽에게만 복음을 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아니겠는가? 그렇게 목회를 하면 교회는 또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하면 목사가 복음 앞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을 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예전만큼 교회를 빛과 소금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목사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해서 그렇다. 목사가 이렇게 한다면 과연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자일까?

   그러므로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해야 한다. 목사가 이 원칙을 지켜 나갈 때 언젠가는 사회의 큰 어른으로 서게 되는 것이며 그 진정성 있는 영향력이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