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政敎分離)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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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분리(政敎分離)에 대한 이해

 

   한국교회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종종 교회의 불의한 국가권력에 대한 암묵적 동의 내지 타협을 두둔하는데 사용된다. 더군다나 현재의 한국교회는 이에 더하여 불의한 권력에 대한 편승과 결탁, 나아가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권력의 떡고물을 누리기 위하여 권력의 시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교분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제도로서의 국가(정부)와 교회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교분리, 다시 말해 국가와 교회의 분리원칙은 국가와 교회, 양자를 통한 하나님의 통치방식의 차이를 존중하고 국가와 교회의 고유한 주권에 대한 침해를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다.

   이것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말은 아니다. 도리어 참된 기독교는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카이퍼가 말한 대로 “한 치라도 주님의 소유”가 아닌 영역이 없다.

   승리하신 부활의 그리스도는 만유의 주이시며 만유에 대한 주재권(主宰權)을 가지신다. 그는 우주의 왕이시다. 구속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러한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 곧 주 되심(lordship)에 전적으로 순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참된 기독교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정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정치가 우리 삶의 제반 영역과 관련있는 현대사회라면 그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참된 기독교는 정치와 관련해 있으며 세속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를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권세가 가장 높은 권세인 하나님의 권세에 순복해야 함을 뜻한다. 나아가 국가의 권세가 불법을 행하거나 정부의 권세가 부패할 때 우리는 이에 대하여 불복종하거나 저항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삶의 영역을 이원론적으로 성(聖)과 속(俗)으로 나누거나, 정치와 종교를 무 자르듯이 싹둑 잘라놓는 것은 성경의 올바른 가르침이 아니다. 그것은 만유의 대주재(大主宰)이신 창조주요 섭리주이신 주권자 하나님을 개인의 내면적 경건의 영역과 예배당 안에 가두어 두는 망령스런 행위요 나아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우주적인 왕적 통치를 부정하는 불경스런 행위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교회가 국가의, 국가가 교회의 고유한 주권을 간섭하거나 혹은 야합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만 한다. 여기에 정치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