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것과 맞는 것
<이재헌 목사, 새과천교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 넓혀 가기를”
어느 때보다 옳음과 그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때인 것 같다. 믿음의 진리 위에 서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수고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누구보다 더 옳음과 그름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 기준이 맞고 틀림에 있을 때가 더 많은 듯하다.
옳음과 그름의 기준이 진실 혹은 사실이라면 맞고 틀림의 기준은 내 생각이나 판단 혹은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곧 옳음과 그름의 문제는 분명한 진리의 말씀을 기준으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맞고 틀림’의 기준은 시공간의 상황이나 판단하는 사람 등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적어도 규모적인 면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교단의 총회장이 4개의 이단으로 결의된 단체를 이단에서 사면한다고 발표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뒤이어 그 사면 발표를 철회한다는 또 다른 발표에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큰 염려와 궁금증을 많은 사람들에게 던져 주었다. 어떤 과정들과 어떤 문제들이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또한 무엇일까?
덕분에 SNS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는 넓은 아량으로 화해하는 것이 더 귀중하다는 편과 진리는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는 편으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야기 시키기도 하였다.
교회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고질적인 나뉨의 현상들 앞에서 언제나 그 중심에는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의 갈등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결과 모두가 정의를 외치면서, 진리를 외치면서, 심지어 동일하게 하나님의 뜻과 교회의 유익을 운운하면서도 분열하고 처절하게 대립하는 모습까지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적법한 절차와 헌법적인 적용을 아무리 찾아봐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을 만날 때마다 솔로몬의 지혜가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여길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그 어디에도 이런 해결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금번 우리 총회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많은 분들의 심각한 고민과 각고의 노력으로 내려진 결정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특별히 교회적으로 예민한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내려진 이 결정들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될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만족함이 될 수는 있겠으나 어쩌면 이 모든 것도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맞고 틀림’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진리가 기준이 되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싸워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옳은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맞고 틀림의 문제라면 이해하고 용납하고 양보하는 것이 모두의 유익을 위한 길일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혹 지금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다음에 다시 재고하고 의논하고 맞음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결국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생각을 말하는 입은 잠시 멈추고 다른 생각을 듣는 귀를 열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시간을 가지며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리고 필요하다면 또 다시 한 번 나눔과 설득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진리를 따르는 자들의 바른 방법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어떤 사안을 놓고 이것이 진리의 문제인가 아니면 상황의 문제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때론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항상 우리에게 주어졌으니 곧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다. 그리고 성경을 중심으로 정리된 신학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신학적인 오류도 있을 수 있으나 그 오류로 인해 생겨난 틈은 죄인의 성품을 지닌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여지로 남겨두고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