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신앙고백과 복음서의 조화
< 김진옥 목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교수 >
“복음서들의 다양한 서술에서도 베드로 신앙고백은 일치하고 있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고백은 교회를 세우는 기초이다. 성경은 이 사실을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통해서 잘 말씀하고 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고백하였다(마16:16).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이 고백은 베드로 자신에게서 온 ‘개인적 고백’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께서 알게 하신 ‘신적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정리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이와 같은 신적 고백을 기초로 세워진다. 교회의 기초가 되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베드로가 한 신앙고백은 역사적 사건으로 이를 기록하고 있는 복음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공관복음에서 빠지지 않고 나타나며(마 16:16; 막8:29; 눅9:20), 요한복음에서도 발견된다(요6:69). 하지만 우리가 가진 성경의 본문 속에서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한 가지로 통일되지 않고 있다.
개역성경을 중심으로 보자면 마태복음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마가복음은 “주는 그리스도이시다”, 누가복음은 “하나님의 그리스도이시다”, 마지막으로 요한복음은 “하나님의 거룩한 자이시다”로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신앙고백의 기술 차이는 많은 신학적 사고와 논증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비평학자들은 여기서 시작하여 복음서 기술자의 신학적 차이를 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별히 공관복음과 비교해서 요한복음의 신앙고백이 명백하게 다른 것에 많은 신학자들은 주목해 왔다. 하지만 이 본문들의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본들 속에서 발견되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개역성경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긋나 있지 않다. 종교개혁의 전통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공인본문(스테파누스 편집본) 속에서 요한복음과 마태복음 속에 나타난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두 개의 갈림길에 설 수 밖에 없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다수사본과 같이 일치시킬 것이냐, 아니면 오늘날 우리가 가진 개역성경과 같이 불일치시킬 것인가?
요한복음 6:69에서 발견되는 사본 상의 이문들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1)
- ‘그리스도, 하나님의 거룩한 자’: P66
- ‘그리스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마16:16과 동일, 다수사본과 비쟌틴계 사본들
-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에프렘 사본 등
- ‘하나님의 거룩한 자’: P75와 알렉산드리아계 사본들
거의 모든 사본들이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데 비평학자들은 알렉산드리아계 사본들을 중심으로 매우 파격적인 ‘하나님의 거룩한 자’를 선택하였다.
19세기 이래로 비평사본학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서 요6:69의 신앙고백은 이렇게 ‘하나님의 거룩한 자’로 완연하게 기울어졌다. 이 중차대한 구절에서 오직 P75 사본과 알렉산드리아계의 사본이 말하는 부분만을 독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이와 평행하여 다른 복음서들과 조화를 이루는 본문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평학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P66 사본도 공관복음과 조화를 이루는 본문을 보이고 있음을 전혀 간과해서는 안 된다.
Codex Cyprius(017, 9세기), 요6:69
개혁신학이 복음서를 이해하는 전통적 틀은 조화의 원리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요6:69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먼저 올바른 본문을 선택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베드로가 고백한 ‘하나님의 거룩한 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피기 전에 이러한 본문선택이 합당한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텍스트를 가지고 그 해석에 고심하는 것은 참으로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현재 개역성경이 취하고 있는 요6:69의 본문이 도태시키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 구절에서 복음서들 간의 조화를 크게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 사본들이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주관을 따르겠지만,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온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하나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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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A28 요6:69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