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유권자가 유념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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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유권자가 유념해야 할 것

 

기원전 510년 페이시스트라토스의 독재정치를 타도하는데 앞장선 클레이스테네스는 여러 가지 민주적인 개혁을 실시했다. 그 중에 하나가 도편추방제였다. 누구든지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면 매년 민회에서 투표하여 과반수의 표를 얻은 사람은 10년 동안 외국에 나가서 살다가 돌아와야 했다.

도편추방제가 만들어진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에 해마다 열리는 도편추방 투표장에서 당시 정계의 거물이었던 아리스티데스에게 한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자기의 도편을 내밀면서 거기에 아리스티데스의 이름을 좀 써 달라고 했다. 그 사람을 추방하고 싶지만 자기는 글씨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아리스티데스는 그 사내에게 아리스티데스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내는 아리스티데스를 잘 모르는데 하도 여기저기서 아리스티데스의 이름이 들려와서 지겨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리스티데스는 그 도편에 자기 이름을 써서 사내에게 넘겨주었고 그 해에 아리스티데스는 아테네에서 추방되었다.

사방에서 아리스티데스의 이름이 들린다면 과연 그 사람이 정말 나쁜 사람인지 혹은 국가를 세울 좋은 사람인데 모함을 받고 있는 것인지 확인할 책임은 유권자 자신에게 있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고 그 사람의 공과도 알지 못하면서 군중심리에 이끌려 가표나 부표를 던지는 것은 기권보다 더 무책임한 행위이다.

투표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것을 포기하라고 종용받는다면 당연히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권리를 주장만 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그 권리를 행사할 자격을 갖추는 것 또한 유권자가 해야 할 의무이다. 그래야 얼굴도 모르는 아리스티데스를 추방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며 진정 책임 있는 민주 시민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란 모든 구성원 하나하나가 주인이 되는 제도이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인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선장이 책임지지 않는 배는 어디로 표류하다 파선할지 모르듯이 주인인 백성이 책임을 질 때 우리 공동체가 망망대해로 힘차게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총회장을 비롯해서 많은 임원과 상비부장들을 선출하게 된다. 그 투표에서 혹시라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권자들은 먼저 자신의 의무를 온전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