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비하의 사역 <8장 4항> – 1
<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
8장 4항: “주 예수님께서는 이 직분을 매우 기꺼이 받으셨으며,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율법 아래에 나셨으며, 율법을 완전하게 성취하셨다. 주님은 친히 그의 영혼 안에서 지극히 통탄할 고통을 견디셨으며, 그의 육신 안에서 지극히 고통스러운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되어, 사망의 권세 아래 놓였으나 썩음을 보지 않으셨다. 셋째 날에 주님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고난을 받으셨던 몸과 동일한 몸으로, 살아나셨다. 그리고 그 몸으로 또한 하늘에 오르시어 하나님 아버지의 우편에 않으셨으며, 중보를 하신다. 그리고 세상 끝 날에 사람들과 천사들을 심판하기 위해 돌아오실 것이다.”
본 항은, 앞서 3항에서 밝힌 바대로, 성부 하나님께서 맡기신 직분, 곧 중보자이며 보증인의 직분을 그리스도께서 기꺼이 맡으시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하여 행하신 사역들을 교훈합니다. 그리고 이 사역들을 크게 비하와 승귀의 두 가지로 구별을 합니다.
비하란 제 2위이신 성자 하나님께서 인성을 취하시어 이 땅에 내려오시고 죽으시고 장사되어 죽음의 권세 아래 삼일 동안 머무시기까지에 이르는 수치와 고난의 과정을 가리킵니다. 반면에 승귀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고, 마지막 날에 심판을 하시기 위하여 다시 오시기까지에 이르는 영광스러운 높아지심의 과정을 가리킵니다.
이번 호에서는 비하의 사역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합니다.
구속언약: 보증인의 사역을 기꺼이 받으신 그리스도
성부 하나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로 선택한 자들을 구원하기 위하여서는 이들의 죗값을 치르는 속죄의 사역이 요구됩니다. 성부 하나님께서 이 속죄의 사역을 성자 하나님께서 행하여 주기를 바라는 뜻을 가지셨고, 성자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이 직분을 받으셨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드러내기 위하여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 사이에 맺으신 언약이 있음을 말하며, 그것을 구속언약이라 일컫습니다.
구속언약과 관련하여 성부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발기자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을 선택하시고, 그 선택하신 자들의 머리로 그리스도를 보내시기로 뜻을 세우십니다.
성자 하나님께서는 구속언약의 실행자로서 스스로 낮아지시어 사람이 되시어 구속사역을 실행하시며 성부 하나님께서 선택한 자들의 구원을 위한 보증이 되십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구속언약의 적용자로서 성부 하나님께서 선택하셨으며 성자 하나님께서 보증이 되신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적용하시고 인치십니다.
이러한 언약의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성부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자들의 죗값을 치르는 의무를 스스로 짊어지시는 보증인의 직분을 기꺼이 받으신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운 사실을 증거하는 성경구절들 가운데 몇 가지 다음과 같습니다.
“또한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 대제사장 되심도 스스로 영광을 취하심이 아니요 오직 말씀하신 이가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니 내가 오늘 너를 낳았다 하셨고 또한 이와 같이 다른 데서 말씀하시되 네가 영원히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이라 하셨으니”(히 5:5-6).
“또 예수께서 제사장이 되신 것은 맹세 없이 된 것이 아니니(그들은 맹세 없이 제사장이 되었으되 오직 예수는 자기에게 말씀하신 이로 말미암아 맹세로 되신 것이라 주께서 맹세하시고 뉘우치지 아니하시리니 네가 영원히 제사장이라 하셨도다)이와 같이 예수는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 되셨느니라”(히 7:20-22).
“여호와께서 그에게 상함을 받게 하시기를 원하사 질고를 당하게 하셨은즉 그의 영혼을 속건제물로 드리기에 이르면 그가 씨를 보게 되며 그의 날은 길 것이요 또 그의 손으로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성취하리로다 그가 자기 영혼의 수고한 것을 보고 만족하게 여길 것이라 나의 의로운 종이 자기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며 또 그들의 죄악을 친히 담당하리로다”(사 53:10-11).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으니 이 계명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노라 하시니라”(요 10:18).
이러한 구속언약은 때가 차매 시간 속에서 계시되고 실행이 된 은혜언약의 확실하며, 영원하며, 불변하는 토대가 됩니다. 반대로 은혜언약은 성부와 성자 하나님 사이에 맺으신 구속언약을 시행하고 적용하는 과정 안에서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하나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가 택하신 백성과 맺으시는 언약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언약의 실행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비하와 승귀로 구별이 되는 사역을 감당하신 것입니다.
보증인의 사역과 비하
그런데 이처럼 성자 하나님께서 성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자들의 보증인으로 그리스도가 속죄의 사역을 이루시기 위하여서는 소위 비하라고 일컬어지는 그리스도의 고난의 사역이 요구됩니다.
본 항에서 “율법 아래에 나셨으며, 율법을 완전하게 성취하셨다. 주님은 친히 그의 영혼 안에서 지극히 통탄할 고통을 견디셨으며, 그의 육신 안에서 지극히 고통스러운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되어, 사망의 권세 아래 놓였으나”라고 고백하는 내용은 모두 보증인의 사역을 실행하기 위한 요건이었습니다. 신앙고백서는 본 항에서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요건을 완전하게 성취하셨음을 고백합니다.
율법 아래 나신 그리스도
그리스도께서는 보증인으로 실행하신 첫 번째 비하 사역은 사람의 인성을 취하신 일입니다. 이것은 성부 하나님께서 선택하시어 자신에게 주신 자기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을 대속물로 주기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습니다(마 1:21; 딤전 2:6; 사 53:4-6; 히 2:11, 히 4:15).
그리고 성육신의 일은 바로 율법의 반포자이신 그가 율법에 순종하여 하는 권세 아래에 들어오셨음을 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육신 하심에 있어서 원죄가 없으시며 거룩한 출생을 하셨으므로 인간으로서 출생하였다는 자연적 의미에서 자신을 위하여 어떤 의의 보상을 율법에 따라 요구하실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신앙고백서가 “율법 아래 나시고 그것을 완전하게 성취하셨다”고 말할 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으로 오셨다는 자연적 사실로 인하여 그가 율법 아래 나셨다는 사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택함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위하여 그들의 보증인으로서 그들과 연합함으로써 율법을 성취할 의무를 짊어지셨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즉 신앙고백서는 여기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대하여 고백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율법 아래 나시어 율법의 의를 완전히 이루신 것은 보증인으로서 오로지 대리 속죄를 위하여 감당하신 사역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율법 아래 나시고, 우리를 위하여 율법을 완전하게 성취하신 것입니다.
영혼과 육신으로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신 그리스도
그리스도께서는 보증인으로 실행하신 두 번째 비하 사역은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그리스도에게 속한 하나님 자녀들을 위하여 고난과 죽음을 겪으신 사역을 가리켜 말합니다.
먼저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께서 속죄를 위하여 희생 제사를 드릴 때, 그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도 고통을 당하셨음을 교훈합니다. 주님께서 잡히시던 밤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에게 이르시기를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마 26:37,38)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눅 22:44) 되도록 기도하신 것, 또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신 것은 죄인들의 죗값을 자신의 한 영혼에 받으셨던 고통을 드러내신 것이며 또한 절규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 범죄한 저주의 죗값에 따른 형벌을 홀로 짊어지시고 자신의 영혼이 하나님의 진노로 갈기갈기 찢기며 마침내 버림받는 고통은 저주의 형벌(poena damni)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하나님의 풍성한 교제의 기쁨을 완전히 상실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면전에서 거부당하고 내침을 당하고 진노를 받아야 하는 자의 고통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죄의 형벌을 육신을 받으셨습니다. 그것은 육신이 가시로 찢기며, 뱉어진 침으로 오욕을 당하고, 조소와 멸시 그리고 구타로 인하여 몸이 멍들고, 갈증으로 목이 타며, 채찍으로 피부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가운데 십자가의 형벌의 고통을 오감으로 극한 정도로 당하신 일을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영혼과 육체의 고난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일이지만, 영원한 형벌을 내리시는 진노의 정도와 실상이 완전히 부여된 극한의 고난이었습니다. 그가 받은 죄의 형벌의 가치는 온 인류가 받아야 하는 형벌을 치르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가 받은 형벌은 모든 인류가 받아야 할 형벌을 자신의 영혼과 육체 하나에로 집적하여 받은 가치를 갖습니다.
죽으시고 장사되어 죽음의 권세 아래 놓이신 그리스도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가 겪으신 영혼과 육체의 고난에 이어 그가 죽으셨으며 또한 장사되었고, 사망의 권세 아래 잠시 동안 머물러 계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신 후에 장사를 지내셨다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이 확실한 사실임을 확증합니다. 그리스도는 장사를 지내신 후에 3일간 무덤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 기간 동안 사망의 권세 아래에 놓여 있었던 것이라고 신앙고백서는 고백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죽음은 그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죽음이었습니다. 그 죽음으로 육체는 사망의 권세 아래에 잠깐 놓여 있었지만, 영혼은 즉시로 낙원에 이르셨습니다. 이 이치를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한 강도에게 “내가 진실로 내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고 하신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한 죽음을 앞두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눅 23:46)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신의 영혼을 부탁하신 ‘아버지 손’은 영광과 은혜로 충만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의 손을 의미하며, 구원받은 성도들이 복을 누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을 뜻합니다(참조, 시 31:5, 행 7:59, 벧전 4:19).
여기서 신앙고백서는 사도신경의 초기 본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표현, 곧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장사를 지내신 후에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파 신학은 그리스도께서 죽으신 후에 구약 선조의 림보에 실제로 내려가셨다는 로마 천주교의 주장이나, 또는 그리스도의 승리를 선포하기 위하여 악인들의 영혼의 처소에 가셨다는 루터파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이를 생각할 때, 신앙고백서의 이러한 침묵은 “음부에 내려가셨다”는 표현의 의미를 개혁파 신학에 따라 예수님이 받으신 십자가의 고통이 실로 극심하였음을 뜻하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