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의 결과 <제6장 2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6장 2항: “이 죄로 말미암아 그들은 본래 그들에게 주어졌던 의를 잃어버렸으며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끊어졌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죄 가운데 죽은 자가 되었으며, 영혼과 몸의 모든 기능과 부분들이 완전히 더럽혀졌습니다.”
“믿음의 은혜가 없었다면 진노의 심판 벗어날 길 없었을 것”
본 항의 교훈은 우리의 시조들이 범죄한 사실로 인하여 그들에게 미친 타락의 결과를 네 가지 내용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것들을 이해를 위한 논리적 순서에 따라 정리하여 제시한다면 (1) 창조 때에 받았던 원초적 의를 잃어 버렸다는 점이며, (2) 영혼과 몸의 기능과 부분들이 모두 완전히 더럽혀졌다는 점이고, (3) 그 결과 죄 가운데 죽은 자들이 되었으며, (4) 하나님과 교제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1. 상실된 원초적 의
첫째,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셨을 때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반영하는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것은 죄를 범하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영혼의 기능으로서의 하나님의 형상과는 달리, 죄를 범한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영혼의 특성들을 가리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4장 2항에서 살펴보았듯이, 최초에 창조된 사람의 영혼에 부여된 ‘원초적 의’, 곧 하나님의 교훈에 완전히 순종하는 의지의 올바른 의와, 참된 지식, 그리고 거룩함 등은 하나님의 형상에 속한 특성들입니다. 본 항은 이러한 원초적 의를 우리 조상들이 처음에 범죄 하여 타락한 이후로 잃어버렸음을 고백합니다. “오직 너희는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3-24)
2. 완전히 더렵혀진 영과 몸의 기능
둘째, 영혼과 몸의 기능과 부분들이 모두 완전히 더럽혀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 이는 타락의 결과가 영혼과 몸이라는 인간의 구성 요소에 모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먼저 도덕적 측면에서 영혼은 죄로 오염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의 지성은 영적 진리와 관련하여 어두움에 갇히게 되었으며, 의지는 더 이상 타락하기 이전처럼 하나님께 충성하지 않고 완악함과 반역으로 치우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 때 순전하고 정결하였던 정서는 이제 어그러지고 뒤틀려져 하나님과 그의 진리를 기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창 6:5).
또한 물리적 측면에서 몸은 죄책에 따른 죄의 형벌 아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우선 인간은 타락한 이후에 온갖 질병의 고통 속에 놓이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육체의 죽음이라는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타락한 인간은, 복된 하나님의 형상의 영광을 잃은 채, 자신의 육체가 해체됨을 당하고 자신이 나왔던 흙으로 돌아가는 비참함을 겪게 된 것입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때까지, 너는 얼굴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 3:19).
3. 죄 가운데 죽은 자들
셋째, 이러한 죄의 결과는 한 마디로 죽음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음을 뜻하며, 이것을 가리켜 본 항에서는 죄 가운데 죽은 자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엡 2:1-2).
죄 가운데 죽은 자가 되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육체의 죽음만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락한 이후에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영혼이 육체와 분리가 되는 상태, 곧 현세적이며 일시적인 죽음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었음을 말함과 동시에, 영원한 죽음을 말합니다.
영원한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 삶을 마친 이후에 비로소 겪게 되는 죽음을 가리켜 말합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
이 죽음은 영혼과 몸이 분리된 채 겪는 죽음이 아닙니다. 영원한 죽음은 현세적 죽음에서 부활한 이후에 받는 죽음입니다. 마지막 날에 하나님께서 행하실 최후의 심판을 통해, 부활한 영혼과 몸이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하나님의 복과 선하심에게서 영원히 떨어져 나가 분리되는 상태가 바로 영원한 죽음입니다.
그리고 현세적 죽음과 영원한 죽음 이외에 기억해 두어야 할 또 다른 죽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적 죽음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한 이후에 바로 하나님의 형상에 속한 의와 진리와 거룩의 복된 원초적 의를 상실하게 되었을 때로부터, 이 세상에서 이미 겪게 되는 상태가 바로 영적 죽음입니다.
현세적이며 일시적 죽음은 영적 죽음에 대한 심판의 현세적인 결과이고, 영원한 죽음은 영적 죽음에 대한 심판의 영원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타락한 인간은 이러한 세 종류의 죽음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죄 가운데 죽은 자’가 되고 만 것입니다.
4. 하나님과 단절된 교제
넷째,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과 더 이상 교제를 나누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타락의 결과들 가운데 어떤 것보다도 더 비극적이며 비참한 슬픔이며 고통입니다.
타락한 인간은, 타락을 야기한 죄가 성질상 하나님을 싫어하고 미워하며 거부하는 것인 만큼, 하나님과의 교제를 스스로 거부합니다. 그 결과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끊어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과의 심판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타락한 인간에게서 그 영광의 얼굴을 돌리시고 그 빛을 가리십니다.
하나님과의 교제의 단절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것은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없는 불행입니다. 하나님은 최고의 선이시며 또한 복이십니다. 선이시며 복이신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끊어지고 도리어 하나님의 저주와 분노를 초래한 자의 비극과 비참함은 이 세상에 속한 어떤 경험으로도 그 불행의 크기를 비교할 수 없으며 또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 비극을 자초하여 당한 사람의 불행에 대하여서는 예수님께서 가롯 유다를 향해 하신 말씀을 통해서 잘 표현이 됩니다. “나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죽지만 나를 파는 사람에게는 불행이 닥칠 것이다. 그 사람은 차라리 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마 26:24).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하나님과의 교제의 단절 또는 상실이 의미하는 바는 좋은 것을 상실한 상태에 대한 아쉬움과 아픔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끊어짐이란 하나님의 진노 아래에 놓이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진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에 빠져 들어가는 것이 무서울진저”(히 10:31).
마치는 말
이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누가 하나님과의 교제의 회복을 바라며 죄사함의 은총을 구하지 않을까요? 믿음의 은혜를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 무서운 진노의 심판을 더 쌓아가는 여전히 더 없이 어리석고 불쌍한 자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네 고집과 회개하지 아니한 마음을 따라 진노의 날 곧 하나님의 의로우신 심판이 나타나는 그 날에 임할 진노를 네게 쌓는도다”(롬 2:5).
믿음의 은혜를 주시고 구원하시는 끝 날까지 보존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