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신해설 36> 악인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 <제5장 6항>_김병훈 목사

0
436

악인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  <제5장 6항>

 

<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교수 >

5장 6항: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의 경우, 하나님께서는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그들이 범한 이전의 죄로 인하여 그들의 눈을 못 보게 하시며 마음을 강퍅하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은혜를 유보하십니다. 그들에게 그 은혜가 있었다면, 그들의 이해는 밝아졌을 것이며 그들의 마음 속에 역사하였을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때로는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은사를 빼앗기도 하시며, 그들의 부패로 인하여 죄의 기회가 되는 것들에게 노출을 시키십니다. 아울러 그들 자신의 정욕, 세상의 유혹, 그리고 마귀의 권세에 그들을 넘기십니다. 이로써 그들은 스스로 완악하게 되는 일이 있게 되고, 심지어는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들을 부드럽게 하시기 위하여 사용하시는 수단들 아래에서도 스스로 강퍅하게 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악인들이 악을 행하고도 뉘우치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심판에 해당해”

 

하나님께서는 결코 악을 행하도록 부추기거나 속이는 분이 아닙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선한 사람으로 하여금 악을 행하도록 그를 미혹한다는 생각은 매우 불경건한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이심의 본질과 속성에 따라서 결코 악을 조장하거나 불법을 행하도록 미혹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3-15).

그런데 신앙고백서는 본 항목에서 교훈하기를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의 경우, 하나님께서는 의로우신 재판장으로서 그들이 범한 이전의 죄로 인하여 그들의 눈을 못 보게 하시며 마음을 강퍅하게 하십니다”고 합니다. 이 진술을 유의하여 보지 않으면, 마치 하나님께서 눈을 보지 못하게 하시고 또한 마음을 강퍅케 하시는 분으로 아주 잘못된 풀이를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과 관련하여 이 항목이 고백하는 바는 우선 하나님께서 다루시는 대상이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에게 눈을 못 보게 하시고 마음을 강퍅하도록 하시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전에 지은 죄”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진술은 하나님께서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로 하여금 깨닫지 못하도록 하시고 완악한 마음을 갖도록 하시는 것은 이미 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심판으로 주신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 요점들을 교훈합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이처럼 행하시는 것을 빌미로 삼아 마치 하나님께서 불의를 행하시는 것처럼 말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들은,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이 악을 사랑하여 죄를 범하였으매, 이들로 하여금 악을 더욱 더 사랑하여 범하도록 내버려 둠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더욱 커다란 형벌을 받도록 하시는 공의의 뜻으로 인해 행하여지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실은 하나님의 심판의 방식과 관련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악하고 불경건한 자들로 하여금 악에 대한 감각이 더욱 더 무디어지고 악을 행하는 일에 더욱 더 담대해지도록 하시는 일은 공의의 심판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러한 일을 더욱 더 행하는 까닭이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이들의 마음에 악한 성정을 주입하거나 그들의 마음이 완악하고 강퍅하게 되도록 직접적으로 만드셨다는 데에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신앙고백서는 본 항목에서 하나님께서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범한 죄로 인하여 더욱 더 완악하여 지도록 하는 방식에 대해 네 가지를 교훈합니다.

첫째는 악을 사랑하는 그들에게서 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할 어떤 은혜도 베풀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는 오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셨느니라”(신 29:4).

둘째는 그들에게 이미 주셨던 어떤 은혜가 있으면 그것을 거두어 가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사야의 예언이 그들에게 이루어졌으니 일렀으되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이 백성들의 마음이 완악하여져서 그 귀는 듣기에 둔하고 눈은 감았으니 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을까 두려워함이라 하였느니라”(마 13:14-15)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이 사실을 드러냅니다.

즉 예수님의 말씀은 악을 행하는 자들의 마음이 더욱 더 완악하여져서 들어도 깨닫지 못하며 또한 보아도 눈을 감은 자와 같이 되도록, 하나님께서 마음을 부드럽게 할 은혜를 베풀지 않으실 것이라는 심판을 드러내는 교훈입니다.

셋째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부패한 성품에 따라 죄를 범할 수 있는 기회에 처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헤스본 왕 시혼이 우리가 통과하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를 네 손에 넘기시려고 그의 성품을 완강하게 하셨고 그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음이 오늘날과 같으니라”(신 2:30).

시혼은 자신의 부패한 성품에 따라서, 이스라엘이 시혼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약속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통과하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신앙고백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여 말하기를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성품에 따라 그들로 하여금 죄를 범할 기회에 드러나도록 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는 그들을 그들 자신들의 정욕과 세상의 유혹과 마귀의 권세에 넘기시는 것입니다.

“불의의 모든 속임으로 멸망하는 자들에게 있으리니 이는 그들이 진리의 사랑을 받지 아니하여 구원함을 받지 못함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미혹의 역사를 그들에게 보내사 거짓 것을 믿게 하심은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모든 자들로 하여금 심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살후 2:10-12).

불경건하며 사악한 자들에게 행하여지는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은 마지막 날에 최후의 심판을 통해 주시는 영원한 형벌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도 주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악인들로 하여금 더욱 더 악을 행하도록 허용하시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관찰은 악의 존재와 활동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존재하심과 선하심이 부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악의 활동의 증가는 그 악을 행하는 자들을 향해 내리시는 공의의 심판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이 세상의 악의 존재와 활동을 들어 하나님을 부인하려는 어떠한 논증도 성립이 되지를 못하며, 오히려 그러한 시도 자체가 또한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있음을 드러내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세상에 있는 선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악한 일도 또한 하나님의 존재와 영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