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한글성경』 번역문에 대한 평가-다매체 시대의 젊은이들이 읽을 성경으로 적합한가?
이수만 목사 HIS/GBT 소속 성경번역 선교사
대한성서공회 번역팀이 13년에 걸쳐 완역한 『새한글성경』 초판이 2024년 12월 20일 발행 되었다. 이 번역본 성경은 젊은이들과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가? 지난 30여 년간 해외에서 여러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번역문을 감수해온 필자의 관점에서 『새한글성경』 (이하 『새한글』)을 평가해 보았다. 『새한글』은 한국 교회가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 에 비해 성경 원문에 대한 충실성이 향상된 경우가 많고 사용된 용어나 문체 또한 대체로 젊은이나 어린이에게 친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한글』을 세계의 번역본들 평가에 적용되는 정확성, 명확성, 자연성의 기준에 따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의 초판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개역개정』보다 원문에서 멀어 졌거나 원문이 의도하지 않은 다른 의미로 번역된 경우도 있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우리말 구문도 많고 독자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이해를 방해하는 구절들도 상당하다. 이같은 평가에 대한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번역의 정확성과 관련해서 구약과 신약에서 각각두 구절을 예로 들어 본다. 창세기 6:4, 신명기 4:19, 마태복음 2:1, 로마서 9:5. 이 구절들은 각각 오랜 세월 다양한 신학적 해석과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각각의 구절마다 난해함과 해석적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개신교 전통에서 널리 합의된 해석을 바탕으로 『새한글』 번역의 정확성과 적합성을 평가해 본다.
창세기 6장 4절: 히브리어 ‘nefilim’(네피림) 을 <칠십인역> 번역 전통에 따라 ‘gigantes’(거 인들)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도 있지 만, 이 ‘네피림’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 태어난 자들이냐는 문제가 있다. 『새 한글』은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들이 ‘거인들’이 라고 한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 들어갔고, 사람의 딸들과 그들 사이에 거인 들이 태어났던 것이다”. 이는 제2성전기에 작성된 위경 <에녹서>의 내용과 동일한 네피림에 대한 신화적 해석이다. <에녹서>는 고대 메소포타 미아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 영향받은 고대 유대인들이 창세기를 재구성한 신비주의적 문서 로서, 우리는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창세기 6:4 원문을 마소라 악센트의 통사적 기능에 따라 파악하고 마태복음 24:37-39, 누가복음 17:26-27에 비추어 보면, 네피림은 타락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 태어난 후손이 아니고, 인구가 급증하고 문화가 발달 하는 동시에 영적으로 타락하던 홍수 이전 인류공동체를 강한 권력으로 다스리던 영웅적 통치자들로 이해할 수 있다. 『새한글』의 역문은 오역이다.
신명기 4장 19절: 이 구절의 후반부를 『새한 글』은 “그런 것들은 여호와 그대의 하나님이 하늘 아래 있는 다른 모든 백성에게 나누어 주신 것이었습니다”로 번역한다. 원문에는 ‘다른’ 이 없다. 해당 구문 “lekol ha ammim tachat kol-hashamayim”의 의미는 “온 하늘 아래 있는 모든 백성들에게”이다. 왜 ‘모든 백성들’ 앞에 ‘다른’을 덧붙였을까? 이방 민족들이 천체 숭배를 하도록 하나님께서 정해주셨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해는 빛과 열을 주어 사람과 동식 물을 살게 해주고 하루와 한 해를 계산할 수 있게 해주며, 달은 밤에 빛을 주어 사람들이 생활 하게 하고 또한 한 달을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별들은 밤에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고 원거리 여행을 위한 천문 항해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전자 통신과 수많은 응용 기술도 천체들로 인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인류 전체가 천체로부터 얻는 유익인데, 그러한 천체를 하나님 대신 경배하지 말라는 것이 본문의 의미이다. 이스라엘 민족만이 하나님을 섬기고 이방 민족들은 천체 숭배를 하도록 정하셨다는 것은 본문이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을 덧붙인 번역은 오역이다.
마태복음 2장 1절: 『새한글』은 이 구절 하반 절을 “이때 점성가들이 동쪽 지방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다다랐다”로 번역한다. 즉 헬라어 ‘magoi’(마고이)를 ‘점성가들’로 번역한다. 점성가와 인류의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전통적으로 ‘박사, ’‘지 혜자’(wise men)로 번역된 ‘마고이’는 ‘동방에 서’(apo anatolon) 왔다. 창 11:2에서 ‘동방’은 노아의 후손들, 곧 홍수 이후 인류의 조상들이 원래 거주하던 곳으로 언급된다. 그들은 ‘동방 에서’(miqqedem) 이주하여 시날 평지에 정착 하였다. 이 구절의 히브리어 ‘miqqedem’에 대한 <칠십인역> 번역은 ‘apo anatolon’인데, 이는 마 2:1의 ‘apo anatolon’과 동일하다. 이 ‘동 방’ 또는 동쪽 지방‘은 모든 인류의 원초적 고향 이다. 홍수 이후 인간 역사를 새로 시작한 인류의 조상들은 창 11:5에서 히브리어 ‘bene ha adam’(헬: hoi huioi ton anthropon, 사람의 아들들/인자들)으로 불린다. 따라서 ‘마고 이’는 ‘인자’(히: ben-adam, 헬: ho huios tou anthropou)이신, 곧 인류의 구속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고 경배하기 위해 인류의 원초적 고향인 동방에서 예루살렘으로 온 인류 전체의 대표자들인 것이다. 그들의 방문과 경배는 구속사적 의미를 지닌다. 복음은 특정 민족이 아닌 전 인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온 인류를 대표하는 지혜자들을 단 순히 ‘점성가’로 번역하는 것은 오역이다.
로마서 9장 5절: “그들은 위대한 조상들의 후손이고, 혈통으로 볼 때 그리스도께서도 그들 한테서 나셨습니다.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 님이 영원토록 찬양받으시기를! 아멘!” (『새한 글』). 그런데 후반부 구문 “ho on epi panton theos eulogetos eis tous aionas, amen”의 주어는 전반부의 주어와 같은 그리스도이다. 요약하면,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다. 바울은 이스라엘을 통해 육신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신적 권위를 선포하고 있다. 그런데 『새 한글』은 ‘하나님’을 주어로 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는 헬라어 본문을 기본 의미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고 어떤 신학적 관점에 따라 재해석한 것이며, 오히려 여호와의 증인의 『신세계역』 번역과 동일하다. 이는 중대한 오역이다.
이같은 해석과 번역의 정확성 문제 외에도 번역문의 명확성, 자연성 관련 문제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원문과 『새한글』의 도치 구문 사용 불일치 문제다. 『새한글』 번역진은 “『새한글』 의 문장 내 도치는 성서 원어를 모르는 독자로 하여금 원문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새한글』은 히브리어 어순과 한국어 어순이 가진 각각의 고유한 특성과 차이를 존중하여 번역하지 않고 원문의 어순을 형식 적으로 단순 모방했다. 그 결과 어색하고 부자 연스러운 한국어가 되었고, 원문에 없는 감정이 새로 생겨나거나 의미가 왜곡되기도 한다. 시편 23편을 예로 들어 보자. 원문 6절 마지막 문장 “veshavti bevet-yhwh le orekh yamim”은 히브리어의 기본 어순을 사용하여, 1절부터 6절 첫 문장까지의 역동적인 경험과 감정들을 가슴에 담은 채 평온하게 시를 마치고 있다. 그런데 『새한글』은 이 문장의 히브리어 어순을 그대 로 우리말로 가져오니 감정이 폭발하는 도치 구문이 되었다. 그 격한 감정선으로 인해 감탄부 호(!)로 이 시를 마친다. “나 여호와의 집에 머물고 싶어, 언제까지나!” 『새한글』에서 터져 나오는 이 힘찬 외침은 히브리어 원문에 없는 큰 소리이며 없는 의미이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원문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다. 이로써 번역의 정확성, 명확성, 자연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같은 불일치와 부자연스러운 시가문 번역이 성경 전체에서 매우 빈번하다.
핵심 용어와 구문의 번역에도 다시 검토해야할 점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성경에 나오는 명절 들을 보면, 유월절→넘는 명절, 무교절→누룩 없는 명절, 칠칠절→칠 주 후 명절, 맥추절→거 두어들이는 명절, 수장절→가을걷이 명절, 초막절→초막 명절, 수전절→성전 다시 바친 명절. 의미는 이해하기 쉽지만, 기존의 3음절에서 4~8음절로 길어지면서 사용하기 불편해졌다.
말을 압축하여 쓰는 MZ세대와 알파 세대가 이를 수용할까?
결론적으로, 『새한글성경』을 자세히 검토해본 결과, 좋은 번역으로 평가될 면들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다양한 번역상의 문제점들이 확인되었다. 한국어 어법으로 부자연스럽거나 읽기에 어색한 구절들이 많고, 정통 개혁교회의 해석을 벗어나 심각하게 오역된 구절도 적지 않다. 오늘날 세계 각처에서 번역된 성경의 품질을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출판을 승인 하는 번역 컨설턴트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새한글성경』은 출판 승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 다. 젊은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독자층이 사용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성경이라고 판단한다. 보다 정교하고 신중한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