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기독교인의 이해
제21대 대통령이 6월 3일에 선출되었다. 기독교인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대선은 국민 유권자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 다수의 선택은 소수의 선택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수결에는 소수 의견의 배제, 승자 독식으로 인한 양극화와 갈등의 심화, 국민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틀린 결정, 여론 조작 및 선동의 위험 등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다수결로 당선된 후보가 반드시 가장 적합한 인물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다수결은 이상적이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이고, 헌법이 정한 방식이므로 기독교인은 당선자에게 여러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합법적 권위자로 인정하여 기본적인 존중과 협력을 보여야 한다.
둘째, 대선은 구원자(메시야) 선출이 아니다. 출마한 후보자들이 모두 여러 문제가 있다면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어떤 후보도 하나님의 의의 완전한 규범인 십계명(도덕법)을 다 충족하지 못한다.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과 간음과 도둑질과 거짓 증거와 탐심을 하지 않는 후보자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 자는 교회 지도자들에서도, 구약의 이스라엘 왕들에서도 찾기 힘들다. 다윗마저도 가정 파괴와 살인 교사의 행위를 하였다. 이스라엘 왕들이 왕으로서 인정받았던 것은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은 권위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은 국민이 다수결로 선택한 절차적 정통성의 권위를 인해 인정받는다. 대선은 메시야를 뽑는 수단이 아니라 불완전한 후보들 중에서 더 나은 이를 선택하는 수단이다. 기독교인은 이러한 제도적 현실을 직시하고, 당선자가 누구든지 간에 기본적인 존중과 협력을 보내야 한다.
셋째,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 로마서 13:1절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라고 말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3장(국가 통치자) 4절은 “통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들의 신분을 존중하고 … 이들의 합법적 명령에 순종하고, 양심에 따라 이들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고 말한다. 기독교인은 자신이 투표한 후보와 당선자가 다를지라도 성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라 당선자를 위해 기도하고 그의 직위를 존중하고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심하게 분열되어서 당선자를 무조건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 대신 조롱 섞인 별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기독교인은 대통령을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세워진 권세로 여겨야 하고, 대통령이 그 권세를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신자의 신앙생활이 증진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넷째, 정권은 바뀔 수 있으며, 국민이 하나가 되는 자세는 더 중요하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길지 않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들에서 보듯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정권을 번갈아 가며 교체해 왔다. 그간 당선자의 지지율은 대개 임기 초반에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결과 차기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번 당선자 역시 국정 운영을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잃을 수 있다. 기독교인은 이런 제도적 교체가 건강하게 작동되고, 정당들이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정치 문화가 형성되도록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온 국민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하나가 될 때 다음 대선에서도 누가 되든 그를 중심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
끝으로, 통일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화합의 자세가 필요하다. 견해가 다른 쟁점들이 발생할 때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며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긴 호흡 가운데 다른 견해의 시민들과 적당한 타협점을 찾으며 조화를 이루는 일은 더 중요하다. 중국은 역사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영토와 인구가 증가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국 통일 이후 영토나 인구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75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분단 상태이다. 남과 북이 하나 되지 못한 현실은 남한 내부가 분열되고 외세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을 남겨둔다. 기독교인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시민들과 타협과 조화를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 기독교인은 일반 은혜(common grace)에 머무는 국민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로 이끌며, 국민 통합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날카로운 비난에 앞서 가정, 교회, 사회에서 하나님의 십계명(도덕법)에 따라 모범적으로 살아갈 때, 기독교인은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을 것이며,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실 것이다. 이런 기독교인의 삶이 결국 하나님의 도덕법이 우리나라의 정치와 법, 제도, 문화에 반영되게 할 것이며, 우리나라 정치의 문화와 흐름을 선하게 바꾸는 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