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혁 합신 총장 취임사] 신학교 사역의 본질 – ‘먹이라, 치라, 먹이라’ (요 21:15-17)

0
10

 

목회의 본질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 안에 목회의 본질이 있습니다. 신학 교육의 본질을 말씀드리기 전에 목회의 본질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학교는 일차적으로 목회자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양 떼를 잘 먹이고 목양하는 사역자를 배출하는 것이 신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먹이심: ‘내 어린 양을 먹이라’
요 21:15의 ‘어린양’(ἀρνία)은 아주 ‘어린 양’을 의미합니다. 양 떼 가운데 이제 막 거듭난 초신자나 영적으로 미성숙한 어린 신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잘 먹이라는 의도에서 주님은 ‘내 어린 양’을 구분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드로는 벧전 2:2에서 “갓난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라고 권면합니 다. 사역자들은 갓 태어난 초신자를 잘 돌보아야 합니다. 이들에게 ‘젖’과 ‘도의 초보’는 생명을 유지 하게 하는 복음과도 같습니다. 사역자는 기독교 신앙의 출발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복음을 잘선포해야 합니다. 또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복음의 내용을 잘 숙지하고 구원 얻는 믿음에 이르렀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마치 간호사가 신생아 한 명 한 명을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는 것과 같이 사역자는 신자 개개인을 복음 진리로 잘 먹여야만 합니다.

돌보심: ‘내 양을 치라’
신학교에서 학생들은 주로 성경을 배우거나 신학적인 지식을 쌓는 것에만 만족하기 쉽습니다.
신학교에서 목회적 돌봄을 경험적으로 배웠다고 고백하는 졸업생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목회자 양성 기관에서 목회의 본질을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 다. 합신이 태동했을 무렵, 정암 박윤선 목사님은 그동안 주석 집필에만 전념하느라고 학생들과 인 격적인 관계를 맺고 이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실패한 신학교수’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합신에서 정암은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돌보려고 노력했고, 늘 가지고 다니는 두꺼운 수첩에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제 저는 정암의 목회적 돌봄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합니다. 합신의 자랑인 멘토링 시스 템(HMS)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 보다 총장이 담임 목사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목양하겠습니다. 적어도 일 년에 한 차례씩 M.Div.
과정에 있는 모든 학생을 면담하여 개혁파 목회 자로 잘 훈련받을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이 상하고 병들었거나 길을 잃은 학우에게는 전문적인 상담을 포함하여 필요한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 다. 각자의 기도 제목을 받아 전체 학우들과 함께 기도하며 기도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먹이심: ‘내 양을 먹이라’
요 21:17에서 주님은 ‘내 양을 먹이라’고 명령하 십니다. 여기에서 ‘양’(πρόβατά)은 성숙한 양입니 다. 겔 34:14에서 주님은 주님의 양 떼에게 ‘좋은 꼴을 먹이고’‘살진 꼴’을 먹이시겠다고 선언합니 다. 신학에서 ‘좋고 살진 꼴’은 종교개혁자들이 외친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한 음식입니다. 특별 계시인 성경만이 신적 권위를 갖는 무오한 진리입니다. 성경은 모든 신학적 논쟁을 판단할 수 있는 최고 재판관입니다.
합신이 추구하는 개혁신학은 ‘좋은 꼴’과 ‘살진 꼴’ 을 먹이는 좋은 목자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면담할 때마다 합신에서 매학기 자신이 배운 개혁신학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것입니다. 성경 신학과 조직신학, 역사신 학, 그리고 실천신학 수업을 통해 학생은 매 학기 개혁신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를 넓혀가야만 합니다. 학교는 학생이 개혁파 사역자의 양심을 형성해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도울 것입니다. 2025년 1월 현재, 합신에 소속된 교회는 1,000 개입니다. 국내 맥도널드 매장은 422개[2024년 7 월 기준]이지만 국민 대다수가 그 매장에서 어떤 음식을 팔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국내의 신자는 물론 불신자까지도 합신에 소속된 교회는 ‘좋은 꼴’과 ‘살진 꼴’을 제공하는 교회라는 인식을 하게 되리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온전히 믿고, 오직 성경 말씀의 좋은 꼴을 먹이며, 오직 성경이 가르 치는 대로 목양하는 교회가 바로 주님께서 합신을 통해 배출하는 모든 교회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수많은 주린 영혼들이 자연식 맛집으로 소문난 전국 곳곳의 합신 교회에서 ‘살진 꼴’을 먹으며 생명을 주는 말씀으로 배부르고 활력을 얻어, 마침내 한국 교회 전체가 건강해지는 날이 올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께서 45년 전에 친히 세우셨고, 지금까지 인도하셨으며, 앞으로도 들어 쓰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부여 하신 이 소명 안에서 우리는 신학 교육의 본질과 오늘도 합신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