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연의 『로마서와 함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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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국 목사(청소년교육선교회 대표)

저자와는 40여 년 전 성서교재간행사에서 『뉴톰슨 성경』 작업을 함께하고, 윌리엄 핸드릭슨의 로마서 주석을 함께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칼빈의 『기독교강요』(크리스챤 다이제스트)를 비롯해서 70여 권의 개혁주의 신학 서적과 신앙 서적을 번역하더니 드디어 교회에서 로마서 강해를 하면서 다시 잘 다듬어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학자적 전문성과 진실성,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겸손함과 신실함의 덕목을 지닌 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 로마서 문체가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한 초대 교부인 어거스틴이나 로마서를 “완전한 복음”으로 묘사하며 그 문체와 신학적 깊이를 극찬했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로마서는 ①복음의 본질을 가장 명확히 설명하고 ②신학적 깊이와 체계성을 갖추었으며 ③성도의 삶에 대한 실천적 교훈을 주고 ④역사적으로 많은 성도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⑤목회와 설교의 핵심 자료라는 점에서 귀한 성경입니다. 그러기에 로마서는 성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배워야 하고, 목사라면 한 번쯤 통전의 연속 설교를 해야 하는 책입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로마서와 함께 1>(롬 1-3장)은 단순한 설교 모음집도 아니고 본문의 단어와 문장을 건조하게 파헤치는 주석서도 아닙니다. 서문에서 저자가 “교회의 여러 스승의 가르침을 가능한 만큼 폭넓게 나누고자 하였습니다”라고 쓴대로 존 칼빈, 마르틴 루터, 마틴 로이드 존스, 존 스토트 등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주석과 설교를 폭넓게 인용하여 신뢰성을 더하고 각주와 참고문헌을 통해 독자들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면 로마서 1:17의 ‘하나님의 의’ 해석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적 깨달음을 상세히 설명하며, 복음의 핵심을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 교회와 성도들이 직면한 문제(예: 교회의 분열, 왜곡된 복음, 영적 침체 등)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평이한 문체와 짧은 문장을 사용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서 1:1-17의 복잡한 신학적 개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며, 독자들이 바울의 메시지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로마서를 강의 형식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각 장과 절에 대한 논리적 흐름을 제시합니다.

그러고 보니 40여 년 전 신학생 시절 성약교회에서 김홍전 목사님의 ‘예수님의 행적’ 설교로 감동받고, 로이드 존스의 산상설교와 에베소서 강해, 로마서 강해를 뜨거운 마음으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릅니다. 저자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읽으면 마치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조곤조곤 성경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만합니다. 그러기에 성경에 관심 있는 성도에게는 지적인 호기심뿐 아니라 로마서 본문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저자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주는 즐거운 담론이 될 것입니다. 설교자에게는 자신의 설교 스타일과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놓치기 쉬운 설교자의 자세와 기술들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가의 손길을 거친 것이 아닌, 학문적 자존심이 필요 없는 한 목회자의 인도를 통해서 죄와 심판 그리고 구원의 길을 따르며 이제는 잊혀 가는 ‘회개’의 큰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