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서원 한국성경주석
『요한복음』 저자 조병수 교수
▲ 김학인 편집국장(이하 김학인) : 13년 준비 끝에 『요한복음』 주석이 출간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준비과정과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 조병수 교수(이하 조병수) : 『요한복음』 주석 집필을 의뢰받은 시기는 2011년 9월입니다. 출판 계약 후에 합신 총장 재직기간(2013~2016년) 4년 제외하고는 9년간의 시간 대부분을 요한복음과 함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총장 재직기간에도 기본적인 내용은 써나갔지만, 나머지 9년은 아침에 깨면 요한복음을 보고 잠들기 직전에도 요한복음을 보았습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보통 14시간을 요한복음 주석을 쓰는데 몰두했습니다.
요한복음 주석을 쓰면서 수많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주석을 탈고한 지는 2년 전이었는데-출판사의 편집과정을 거쳐 이번에 출간되었습니다-탈고 직전까지 나온 최신 자료도 참고했습니다. 영어, 독어, 불어 자료를 구하느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출혈을 감수했습니다. 고전적인 자료부터 최신 자료를 섭렵했습니다. 찾기 어려운 자료들은 외국에 있는 많은 지인, 특히 제자들에게 도서관 가서 그 자료를 찾아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해외에 있는 제자들이 나한테 연락이 오면, “또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할 정도였습니다.
소감이라고 한다면 다른 연구와 활동은 여전하지만, 출판 이후에 지금은 시간 압박에서 많이 벗어나서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제 다음 차례 일들을 진행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 김학인 : 교수님이 집필하신 『요한복음』은 신학적 깊이와 정확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해를 돕는 다양한 도표를 제공하고 알기 쉬운 용어와 단문 위주의 문장을 사용한 것이 돋보입니다. 이 책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조병수 :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았던 기존 주석들과는 크게 다르다고 느낄 것입니다. 주석을 보는 이유는 성경을 보다 쉽게 이해하려는 것인데, 서양 주석서의 경우 난해한 해석으로 그 해석을 다시 해석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본문 파악과 이해에 집중했고 되도록 쉬운 문체를 사용하여 단문 위주로 글을 썼습니다. 문장이 두 줄 이상 넘어가면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학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학자의 해석과 논쟁을 참고했습니다. 보수학자의 견해라고 무조건 받는 것도 아니고, 비평학자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것은 수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후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문자가 없으면 성경이 있을 수 없고, 일반은총이 있어야 특별은총이 있는 것이어서 사람의 글로 먼저 대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계시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서 三文(문법, 문학, 문화)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계시하시는가 할 때 세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로,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보여주시고, 둘째는 그 하나님 앞에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 주시고, 마지막으로 성경을 읽는 독자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을 주석할 때도 이 세 가지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였습니다. 특히 종교개혁 원리(tota scriptura)를 따라서 성경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하면서 본문의 단어나 용어들을 요한복음 안에서 뿐 아니라 성경 전체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총체적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고려했습니다. 목회자와 신학도들, 성경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신자가 읽을 것입니다. 이 책을 보는 분들은 마치 설교 대지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지 모릅니다. 제목과 단락별로 제목을 달아두었습니다. 그래서 설교하는 분들은 이 제목을 따라 준비하면 될 정도로 나름 친절함이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교육목회, 해외 유학 생활 중 이민목회, 한국에 돌아와 청빙을 받아 담임목회와 개척목회를 다 거쳐 보았기 때문에 늘 성도들에게 어떻게 하면 설교가 들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온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그런 주석이 아니라 목회자가 목회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이 책에는 독자들이 본문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도표는 긴 내용을 압축적이고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볼 수 있어서 내용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 김학인 : 교수님이 『요한복음』을 집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좀 더 깊이 알게 된 부분이나 관심을 끈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조병수 : 요한복음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적으로 설교했을 때는 1989년~1990년 유학 중 교민목회를 할 때였습니다. 한창 유학생활 중반기에 책을 제일 많이 읽을 때였는데, 그때 요한복음을 상당히 집중해서 연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가 생겼는데, 그것은 ‘낯선 예수’였습니다. 존재성(로고스), 말씀(영과 영원 언급), 활동(사람들과 만남) 등에서 예수님은 상당히 낯설고 신비스러운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설교는 이런 낯선 예수님 앞에서 나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석을 쓰느라 요한복음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 그 낯선 예수님이 인간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쓸 때는 ‘참여 예수’라고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낯선 예수님이 참여자로서 사람들을 만나 두 가지 역할을 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비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혜입니다. 모든 권위(종교 지도자, 정치 지도자)에게는 냉정한 비판을 하셨습니다. 그들의 포장을 벗겨내셨습니다. 반면 모든 약자(질병, 가난, 죽음)에게는 은혜를 베푸시는데 이 또한 그들의 포장을 벗기시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의 본질/실존에 직면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권위에게는 화려한 포장을 벗겨내 부패한 실체를 보이십니다. 약자에게는 초라한 포장을 벗겨내 본연의 실체를 보여 주십니다. 결국 모두에게 자신의 실체를 보고 회개하고 소망을 발견하고 구원에 이르도록 이끄시는 것입니다. ‘낯선 예수님’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참여 예수님’이 되십니다.
▲ 김학인 : 목회자는 계속 성경을 연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성경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조병수 : 목회자들이 바쁘다고 하지만 바쁘다는 면에서 보면 일반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도, 청년도, 주부도 심지어 아이들도 바쁘게 일상을 삽니다. 그런 중에도 신앙이 좋은 성도는 열심히 성경을 읽어서 1년에 일독 이상을 합니다. 목회자는 바쁜 와중에서도 항상 목회 마인드를 가지고 일상을 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목회적 시각을 잃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목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전봇대에 붙여진 구직 광고전단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을 잘 활용하십시오. 성경이나 성경 공부에 관한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이 많습니다. 메모장을 활용하여 항상 기록하십시오. 설교 본문과 대강의 개요를 1년 전에 계획해 놓으면 좋습니다. 늦어도 11월 중에 내년 설교 본문과 큰 얼개를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설교 준비를 하십시오. 그러면 주일이 두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십시오. 자기 개발을 위해 성경 외에도 폭넓은 독서를 해보십시오. 책을 하나 샀으면 책상 앞에 펴 놓고 오며 가며 읽으십시오. 책을 덮어놓지 마세요. 그럼 읽지 않게 됩니다. 책장에 꽂으면 더 읽지 않게 됩니다. 특히 어거스틴이나 칼빈의 저작 같은 교과서적인 고전을 읽으십시오. 당장 설교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도 내게 정신적인 양식이 되어서 성경 본문을 볼 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연구할 때는 규칙적(시간 정하기), 지속적(매일), 반복적으로 하십시오. 목회를 한창 할 때는 그나마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데, 50대 이후가 되고 목회를 내려놓을 시점이 되어가면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하향곡선이 아니라 상향곡선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 김학인 : 교수님의 요즘 근황과 관심사,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 조병수 : 요즘 프랑스위그노연구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낮은 산에 올라서 다 올라온 줄 알았는데 높은 산에 올라가 보니까 또 높은 산이 있고 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공부에 끝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구하고 있고, 나름대로 공부할 계획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매 학기 학교에서 한 과목을 맡아 강의합니다. 이번 학기는 화요일에 요한일서 강독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요한복음 주석을 마쳤는데 이제 요한서신과 요한계시록까지 이어서 저술할 계획입니다. 또한 과거 저술자료를 정리해서 출판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것을 세 가지 ‘ch’시리즈(preach-설교 및 강해, teach-각 권 연구 및 주제 연구, sketch-각 권 개요)로 간추려 출판하려 합니다. 그동안 바빠서 못했는데 요즘은 약간 시간을 내서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 김학인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조병수 : 책을 많이 읽으십시오. 최근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책이 많이 팔렸고, 덩달아 책 읽기 붐이 인 것처럼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책은 좀 샀을지 몰라도 잘 읽지 않습니다. 몇 페이지 읽다가 조금 딱딱하고 난해한 부분을 만나면 금방 책을 덮어버립니다. 현대인들이 전자매체들에 익숙해 지면서 더욱 책을 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매체들은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고 여러 면에서 편리하지만 메모하거나 밑줄을 긋고, 그림을 그리고 하기에는 제한적입니다. 전자매체가 검색기능은 뛰어날지 몰라도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아가거나 메모나 그림 그렸던 것을 찾아가기는 어렵습니다. 전자책의 경우 휴대하기 간편하고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책을 독파하는데 종이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인류가 끝날 때까지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종교개혁은 어쩌면 책을 읽어서 일어난 것입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대량으로 보급되어 종교개혁이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지금 종교개혁이 시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요즘 책값이 많이 올라서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도 선뜻 사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회 성도들이 목회자나 신학생에게 책을 대신 구입해서 선물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권장하는 풍토가 되고 책 선물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