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정암신학강좌 강의2] 정암 박윤선의 변증: 칼 바르트 비판 중심으로_박바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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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박윤선의 변증: 칼 바르트 비판 중심으로

박바울 교수(합신 조직신학)

 

박윤선 박사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거인 중 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 존경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박윤선 박사 스스로는 신앙의 길을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선배 그 이상으로 간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박윤선 박사의 바르트 비평을 이해하려면 먼저 바르트 신학 사상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르트 분석에 관한 많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개혁주의 관점에서 볼 때 바르트는 하나님의 자유, 활동하시는(activistic) 하나님을 중요시하고 형이상학적인 관점과 개념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초월적인 하나님은 내재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Geschichte’(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시간)와 ‘Historie’(우리의 시간)의 성경적이지 않은 변증법적(dialectical) 구조를 제시한다. 박윤선 박사가 바르트의 사상을 비판하는 출발점이 바로 이 구조 안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윤선 박사의 칼 바르트 신학 비판을 피상적으로 관찰하면 단순한 비교 방법인 것 같지만, 더 자세히 분석하면 박윤선 박사의 바르트 신학 비판은 본질적으로 전제적이다. 그의 명료하면서도 단순한 문체는 그의 변증 방법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듯하지만 실제로 박윤선 박사는 개혁주의 전제적 변증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박윤선 박사는 바르트의 신론에서 하나님의 네 가지 비공유적 속성(독립성, 불변성, 영원성, 편재성)을 비판한다. 바르트의 편재성에 대하여 간단한 두 질문으로 바르트의 모순되는 전제를 드러낸다. 바르트는 하나님이 피조물 영역에 들어오셔서 피조물과 같은 존재 양식(mode of existence)으로 편재하신다고 구성한다. 바르트에게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공간성’에 의존하는 존재로 다가오신다. 이에 박윤선 박사는 “하나님의 편재성(어디든지 계심)은 왜 그의 ‘공간성’을 유일한 조건으로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명확히 모순을 드러낸다.

박윤선 박사는 바르트의 기독론에 관해서 예수님의 역사성, 전가, 그리고 무죄성을 논의하며 전제적으로 비판한다. 바르트는 ‘동시성’(contemporaneousness)의 개념으로 2천 년 전 그리스도의 사역이 현대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안에서 전가를 간접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피조물과 관계하는 건 ‘언제나 지금’(eternal now)의 영역이라고 주장하여 역사성을 결과적으로 부정한다. 박윤선 박사는 바르트가 역사를 제거하는 대신 성령을 통한 구원의 적용을 설명해야 했다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박윤선 박사는 성경이 ‘전가’ 개념을 말하는 것임을 전제하고 비판한다. 또한 바르트의 성령론에서는 중생과 믿음의 개념들이 전통신학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바르트의 창조론의 경우 그가 창조주-피조물 구별(Creator-creature distinction)을 약화시켰고, 창조 기사를 단순한 ‘서사’(敍事, saga)로 격하하고 이 서사는 신화적인 것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문자 그대로의 것도 아니며 오히려 ‘역사 이전의 역사적 실재’라고 모호한 정의를 했다고 지적한다. 박윤선 박사는 이런 바르트의 창조 관점은 역사성을 부정하는 것임을 바빙크를 인용하여 전제적으로 비판한다.

박윤선 박사는 이렇게 ‘비교 전제주의’(comparative presuppositionalism) 방법론으로 바르트의 신론, 기독론, 성령론, 창조론을 비판했다. 이 방법론은 바르트를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있어 훌륭한 출발점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정암이 바랐던 것처럼 이제 한국교회는 그의 어깨를 디딤돌로 이어받아 바르트의 신학적 오류이든 다른 신학적 오류이든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복음의 진리를 전진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