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정암신학강좌 강의3] 어록으로 본 정암 박윤선의 기도론과 실천_정창균 교수

0
27

어록으로 본 정암 박윤선의 기도론과 실천

정창균 교수(합신 명예교수)

 

기도라는 관점에서 정암 박윤선을 접근할 때 우리가 얻는 결론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그 자신이 ‘죽기 내기’로 기도를 힘쓴 기도의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그는 열정적으로 기도를 촉구하며 기도를 가르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1. 정암 박윤선, 기도의 사람

정암 박윤선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어떻게 기도에 전념하는 삶을 살았는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암의 기도생활에 관한 일화들은 박윤선, 김진홍과 더불어 기도 3총사로 알려진 방지일 목사의 증언과, 정암의 자서전, 그리고 설교에서 간간이 밝힌 기도에 대한 회고담 등을 통하여 잘 알려져 있다. 박윤선 목사가 마지막 병상에 누워있던 1988년 6월 마지막 주간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일이 기도해주었다. “여기 누워있기보다는 산에 가서 기도하다가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라고 부르짖으며 주님의 품으로 가셨다. ‘여주동행’, ‘기도일관’은 그분의 삶의 표어였고 그분 삶의 모습이었다(김명혁 교수의 증언). 그가 1986년에 있었던 교역자 수양회에서 행한 설교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에 할 일이 기도 아닙니까? 세상 뜰 무렵에 할 일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가 대답할 것은 기도입니다”라며 세상 떠나는 순간에 해야 할 것은 유언이 아니라 기도요, 하나님께 부탁하고 하나님을 찾는 이것이 시종일관 중요하니 만약 제일 중요한 일을 떠올려야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에 이 기도가 생각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자신이 그렇게 한 것이다.

2. 정암 박윤선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

정암이 제자들과 목회자들에게, 그리고 신자들에게 늘 촉구하고 강조한 것도 기도였다. 그는 자신이 평생 이루어온 신학이나 성경 주석, 그리고 설교도 궁극적으로는 기도를 통해서만 바르게 혹은 능력 있게 효과를 나타내어 목회자 본인과 교회를 유익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기도론을 연구하여 가르친 것이 아니고, 기도하라고 외쳤다. 그렇게 기도를 강조하였음에도 기도론에 관한 단행본을 발간하지 않았다. 기도는 연구하고 논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 곧 기도는 ‘하는 것’이라는 지론의 결과일 것이다.

기도에 대한 강조는 신학교 운영과 신학 연구 작업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합동신학원의 원장으로 취임한 다음 해인 1981년에 행해진 한 인터뷰에서 합신의 교육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기자에게 “기도를 정밀하게 하는 학교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이어서 “학문이 귀하고 학문을 부지런히 탐구해야 하지만, 학문 일변도의 신학은 자유주의로 떨어지고 말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암은 1985년에 있었던 동문 수련회 설교에서도 이론에만 치우친 신학교육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기도 없는 학문 활동을 깊이 우려한다.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병이 날 정도로 몸을 끌고 다니면서라도 기도를 해야 하는데 그 기도를 하지 않고 이론주의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신학교들이 타락하게 되고 믿음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딴소리를 하게 된다”고 단언한다. 정암은 신학운동은 학문 운동임과 동시에 기도운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도 없는 연구 작업은 마침내 인본주의로 떨어지게 되며 참된 기도로 뒷받침하는 신학 연구라야 경건의 능력을 소유한다고 주장한다.

기도할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가 사용하는 특유의 여러 표현이 있다. ‘생사 결단의 기도’, ‘자기를 던져 넣는 투신의 기도’, ‘피나는 기도’, ‘투쟁적으로 힘쓰는 기도’, ‘죽기 내기로 하는 기도’, ‘전심 기도’, ‘전력 기도’, ‘마음이 타는 기도’, ‘따가움이 있는 기도’. 그는 또한 힘써서 하지 않는 기도를 가리켜 ‘에누리 기도’ 혹은 ‘껍데기 기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의 가르침은 크게 네 가지로 주제로 요약된다. 1) 항상 기도하라 2) 참된 기도를 하라 3) 기도 응답을 믿고 기도하라 4) 기도와 설교 -기도로 설교에 불을 붙이라.

첫째, 정암이 기도를 항상 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 그것이 가리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1) 투쟁적으로 힘쓰는 기도 2) 평소에 하는 기도 3) 오래 하는 기도/규칙적으로 하는 기도 4) 응급 기도 5) 특별기도 6) 투쟁적으로 기도의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것 등이다.

둘째, 정암은 응답받는 기도는 진실된 기도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그가 참된 기도라고 여기면서 강조하는 기도의 유형 혹은 조건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영적인 기도/하나님 중심의 기도 2) 진실한 기도/사욕이 없는 기도 3)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 하나님을 만민의 구주로 인정하는 기도 4) 전심기도/인격적 헌신의 기도 5) 혼자 하는 기도/외식 하지 않는 기도 6) 강청하는 기도/파렴치한 기도 7) 음성으로 하는 기도/분명하고 구체적인 기도

셋째, 응답을 믿고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정암은 성도의 기도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믿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섯 가지 이상의 기도 응답의 양상들을 소상히 제시하면서 기도에 힘쓸 것을 강조한다.
넷째 기도로 설교에 불을 붙이라고 가르쳤다. 정암에게 있어서 설교와 기도와 성령은 마치 하나의 통합체처럼 결합되어 있다. 이 세 행위는 능력있는 참된 설교를 위하여 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고 그는 확신한다. 정암에게 기도는 말씀을 해석하고 설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필수적인 행위요 절차이다.

정암 박윤선의 기도 생활과 기도하라는 가르침을 깊이 생각할수록 나의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마지막 한마디 결론은 이것이다. 기도에 살길이 있다. 대책이 없는 인생에게는 기도가 대책이다. 돌아다니는 똑똑이가 되지 말고, 기도하는 바보가 되라. 이것은 그가 살았던 수십 년 전 그 시절만이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되는 그 순간까지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현대의 신자들, 특히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기도’를 내려놓고 ‘기획’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신자들이 감동적인 간증이나 찬양행사 등에 관심을 쏟으며 무엇인가 마음을 짜릿하게 해주는 감동을 추구하면서 정작 하나님께 나아가 마음을 쏟아놓고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