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김추성 교수의 『요한계시록 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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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성 교수의 『요한계시록 주해』

 

▲ 김학인 편집국장 : 요한계시록 주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책을 내게 된 소감과 이 책을 쓰면서 염두에 둔 어떤 원칙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김추성 교수 : 주석을 다 마치고 적지 않은 분량으로 출판된 책을 보니 저도 놀랍네요. 참으로 주님의 크신 은혜가 아니고는 마칠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주님께 찬양과 경배를 돌립니다. 요한계시록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보니, 재림예수가 제일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학자는 교회를 섬겨야 하는데 논문 쓰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목회자들이 설교할 수 있는 주석을 저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목회자들이 요한계시록을 어려워하여 설교하지 못하니 이단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 은사 되시는 카슨 박사님께서 제가 학생 시절, 주석 집필의 중요한 지침을 주셨습니다. 첫째, 학문적으로 가장 탁월한 주석을 쓰라. 둘째, 성경신학적인 주석을 쓰라. 셋째, 경건한 주석을 쓰라. 넷째, 한국 교회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쓰라. 이 원리는 제가 요한계시록 주석을 집필할 때, 중요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조언을 따라 한국 학자로서 한국 교회의 필요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저술했습니다. 특히 이단들의 그릇된 해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때때로 한국 교회의 아픈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요한계시록이 우리의 삶과 목회의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해석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저는 포이쓰레스 교수님이 제안하신 절충주의적 해석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거 한국 교회가 세대주의의 미래주의적 해석을 따랐다면, 최근에는 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과거주의가 성행합니다. 이것은 치우친 경향으로 보입니다. 포이쓰레스 교수님이 제안하신 절충주의적 해석법이 매우 균형있는 해석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절충주의적 해석원리는 각 학파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본문이 처한 문맥과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해석하는 원리입니다. 또한, 칼빈이 제안한 선지서의 다중성취적 해석원리도 요한계시록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봅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교수님이 특별히 요한계시록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그리고 교수님 자신에게 요한계시록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김추성 교수 : 웨스트민스터에서 유학할 때, 포이쓰레스 교수님을 통해서 처음으로 요한계시록을 접하게 되었고, 트리니티에서 오스본 교수님을 통해서 요한계시록을 보다 더 깊게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논문을 시작할 때, 머레이 해리스(Murray Harris) 교수님께서 요한계시록이 미개척 분야이니 요한계시록으로 박사 논문을 쓸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여러 달 고민한 후 요한계시록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보니 이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많은 이단들을 알게 되었고 사이비 신흥종교의 교주들이 주로 요한계시록을 오용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요한계시록을 가르치며 설교하고 주석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주석을 집필하며 받은 은혜는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이 말씀을 통해서 회개를 경험했고 말씀의 능력을 수없이 경험하였습니다. 주님의 재림을 더욱 사모하게 되었고 새 하늘과 새 땅에 더욱 소망을 두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저는 집필 기간 중 가족들을 보내는 깊은 슬픔을 겪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 형제를 잃었고 어머니도 보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들이 겪는 아픔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은 세상이 줄 수 없는 놀라운 위로를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요한계시록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김추성 교수 : 1990년대만 해도 요한계시록은 불모지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지난 20년 동안 신약에서 제일 많이 출판된 책이 요한계시록 분야입니다. 지금은 요한계시록을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먼저 개혁주의 입장에서 요한계시록 안내서를 쓰신 포이쓰레스 교수님의 책부터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누구보다 포이스레스 교수님의 가르침이 제게는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보캄 박사님의 『요한계시록 신학과 예언의 절정』은 참으로 귀한 저서들입니다. 마운스나 오스본 교수님의 주석도 매우 건전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제가 저술한 『하나님과 어린양의 보좌』도 읽기를 추천합니다. 『하나님과 어린양의 보좌』에서 저는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리고 요한계시록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를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교수님은 다양한 천년왕국론 중에서 하나의 견해를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에 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김추성 교수 : 저는 책에서 천 년이 상징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것은 전천년설을 반박합니다. 굳이 말한다면 저는 무천년설에 가깝습니다. 다만, 무천년주의자들도 본문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교회는 오랫동안 천년기설에 과도한 에너지를 낭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요한계시록이 강조하는 더 중요한 메시지를 간과하고 요한계시록 전체를 마치 천년기설을 강조하는 책으로 오해하였습니다. 저는 요한계시록 학자로서 본문이 정말 무엇을 강조하는지를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사단의 멸망과 어린 양의 승리입니다. 이러한 강력하고 감격적인 메시지가 천년기설 논쟁에 휩쓸려 약화되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요한계시록 20:1-10이 참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사단의 멸망입니다. 요한은 이것을 세 차례나 강조합니다. 마지막 날, 사단은 결박 당하여 무저갱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곡과 마곡의 전쟁을 통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들이 멸망당하고 마지막으로 사단이 영원한 불못에 던져지게 될 것입니다. 사단이 멸망당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보다 감격스러운 메시지가 있을까요? 그런데, 저는 이것을 강조하는 학자를 잘 보지 못하였습니다. 요한의 참된 의도가 간과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요한계시록이 오늘날 교회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추성 교수 :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가 천국 소망을 상실하고 지나치게 현세 중심적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현세 도피적인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현세 중심적인 신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성도들이 하늘의 차원을 상실하였습니다. 교리적으로 천국을 믿지만 실제로는 천국 없이 사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종말 신앙은 기독교의 핵심인데 종말 신앙을 상실했다는 것은 믿음의 역동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성도들이 자신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을 강조함과 동시에 성도들이 누리게 될 영광을 강조합니다. 성도의 지위는 세상의 그 어떤 지위보다 영화로운데 이것을 모르니 교회가 바벨론의 영광에 미혹될 수 있습니다. 바벨론 같은 세상에서 성공하는 것이 성도의 목표가 아니라 바벨론을 이기는 것이 성도의 목표인데 말입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요한계시록에는 찬송과 예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음악을 전공하신 교수님 입장에서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찬송의 역할과 의미를 설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김추성 교수 : 청소년 시절,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상의 찬양 장면이 등장할 때, 큰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찬양과 경배야말로 요한계시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를 제공한다고 보윈드는 강조하였습니다. 요한계시록은 찬양으로 시작해서 찬양으로 끝나는 책입니다. 요한계시록에는 모두 7개의 영광송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요한계시록 4-5장에는 영광송이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나타납니다.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의 찬양, 셀 수 없이 많은 천군천사의 찬양, 그리고 모든 피조물들의 우주적인 찬양이 나타납니다. 찬양은 하나님의 위대함과 그가 하신 일을 송축합니다. 이러한 송축의 장면은 하나님의 영원한 승리를 찬양합니다. 우주를 진동하는 어마어마한 찬양이 울려 퍼집니다.

요한계시록은 천상의 보좌 환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천상의 장면에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찬양과 경배입니다. 천상의 찬양과 경배가 요한계시록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모티프입니다. 물론, 이것은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황제 숭배와 우상 숭배의 상황에 둘러싸인 독자들에게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하나님 홀로 찬양과 경배를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입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전도나 설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에서 영원토록 멈추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주님을 찬양하는 일입니다. 찬양은 요한계시록의 절정이요 모든 신학의 총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한계시록의 결론은 찬양입니다.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심판 그리고 음녀 바벨론의 심판이 끝나자 네 차례의 할렐루야 찬양이 천상에서 울려퍼집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종말은 결코 비관적인 날이 아니라 축제와 찬양의 날이 될 것입니다. 종말은 신자에게 구원과 승리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요한계시록이 매우 예술적이며 시청각적인 책이라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싶습니다. 요한계시록을 복음서나 로마서처럼 읽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헌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찬양과 음악은 요한계시록을 살아 움직이는 책으로 돋보이게 하고 요한계시록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 김학인 편집국장 :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향후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김추성 교수 : 저는 요한의 깊은 신학과 영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을 주석하며 제 자신이 놀랍게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한 주석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먼저 요한복음과 요한서신의 주석을 완성하고, 더 나아가 요한이 기록한 책을 통합한 요한신학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요한은 동시에 이 땅에서 영생의 실재를 누구보다도 깊이 누린 사도라 생각합니다. 요한이 누린 영생의 풍성함, 하나님 나라의 실재와 더불어 보혜사 성령님을 통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는 오늘날 현대 교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신약의 종말론을 반드시 연구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저의 박사 학위 논문인 신약의 기독론을 더욱 확장하고 싶고, 신약의 성령론에 대하여도 균형잡힌 글을 쓰고 싶습니다.

목사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도 요한계시록을 설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권면드립니다. 요한계시록을 배제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입니다. 지금은 얼마든지 요한계시록을 설교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저의 주석을 충분히 활용하시고 성도님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기본적 지식만 갖추어도 사이비 이단들의 미혹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