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스님에게 전도해 보셨나요?_최병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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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 전도해 보셨나요?
(병원선교 현장, 병원에서 피어난 기적)

최병우 목사(지샘병원 원목실장)

 

나는 군포에 있는 400여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에서 사역하고 있는 원목이다. 우리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60대 중반의 김○○이라는 말기 암 여성 환우가 있었다. 늘 조용하고 얌전한 분이었다. 모든 환우에게 그렇게 했듯이 그분을 정성 다해 섬겼다. 우연히 그분이 22년간 스님으로 지냈던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분이 거부하지 않는 한 그 전과 다를 바 없이 병실을 방문하고 우리 병원의 핵심 가치인 전인 치유사역으로 섬겼다.

같은 병실 입원 환우 중에 신실한 권사님이 한 분 계셨다. 그 권사님이 스님이었던 이 환우와 같이 생활하면서 음식도 나누어주고 친구처럼 언니 동생 하면서 살갑게 지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직접 도전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그분을 위해서 기도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종교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병원 목회자들이 중심되어 운영하는 전인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권하였다. 각종 음악회와 병원에서 암 환우들을 위한 행사인 ‘치유를 위한 소풍’ 등에도 참여하도록 했다.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극진히 섬기는 이들이 목회자들이었고, 그 방에 자신을 가장 잘 따르는 사람이 교회 권사이고, 그 권사가 날마다 병원 예배당에서 새벽기도를 드리면서 자신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해 준다는 사실을 나중에 그분이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이듬해 부활주일 새벽에 드디어 병원 예배 드리는 곳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우리는 엄두도 못낼 일을 하나님께서는 묵묵히 하고 계셨다. 어둠과 죄의 권세를 깨뜨리고 생명의 부활로 오신 부활절 새벽에 그 권사님을 따라 새벽기도회에 나온 것이다.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우리는 크게 감동했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돌보듯 조심스럽게 그분을 계속 섬겼다. 그분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영접 기도를 드렸다. 스님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함께 동역하는 전도사가 세례를 권유하였는데, 마침 그때 옆에 있던 딸이 반대하였다. 기도하고 기다리면서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결국 본인이 결단하고 가족의 동의도 얻었다고 하면서 신앙을 고백하고 세례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나같이 부족한 자가 어찌 절에 가서 스님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겠는가? 병원이라는 특별한 곳, 암 환자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병원 의료진의 도움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그 영혼을 하나님께서는 눈여겨보셨고 오직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도하시고 은혜로 구원을 이루신 것이다. 사역자들의 거부감 없는 겸손과 사랑의 섬김, 같은 방을 썼던 권사님의 기도와 섬김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 것이다. 오늘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성령 하나님께서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구령의 열정을 가진 자들을 사용하셔서 영혼 구원의 기적을 이루어 내셨던 것이다.

전도하기 어렵다는 이 시대, 모든 것이 막혀 있는 것 같은 이 시대에도 하나님은 병원을 통해 구원의 기적을 일으키고 계신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믿음을 지키며 살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지금은 이 땅에 없다. 하지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 하나님께서 한 영혼에게 일하신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영혼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 그분을 구원하셨던 주님의 일하심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