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노 이야기 42] 빛나는 인물: 기념비적 조각가 구종_프랑스 위그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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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인물: 기념비적 조각가 구종

프랑스 위그노 연구소 제공 (대표 : 조병수 박사)

 

사람이 가장 붐비는 파리 1구 한복판 ‘샤틀레 레알역’ 오른쪽 근처의 ‘이노상 분수’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에 맞추어 대대적으로 말끔하게 수리되었다. 본래 이 자리에는 헤롯에게 살해당한 유아들을 기념하는 이노상 성당이 있었는데, 1549년 성당 모퉁이에 앙리 2세의 파리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분수대를 설치하였다. 파리 시민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분수는 당시 파리에 입성하는 앙리 2세에게 경례를 붙이기 위한 환영 누대 역할을 하였다. 이 분수는 성당 한 면에 붙여 건축되었기 때문에 세 면만을 가지고 있었다. 가톨릭 건축가 레스꼬가 건축한 분수의 삼면에 위그노 조각가 쟝 구종이 ‘물 붓는 여성들’ 부조를 만들었다(1547-1550). 1787년 성당 철거 후 이노상 분수를 이 자리로 옮기면서, 이듬해 조각가 빠주가 원형을 본떠 새 조각품을 네 번째 면에 보충하였다.

이노상 분수에 부조를 새긴 쟝 구종(Jean Goujon, 1510-1567)은 1544년 파리에 와서 레스꼬에게 고용되어 루브르 왕궁의 부속 생제르맹 록세루와 성당을 복구하는 일을 시작하였다. 이때 구종은 ‘그리스도 애도’(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 아래서 울고 있는 동정녀 마리아)와 ‘사복음서 기자들’을 부조로 떠냈다(현재 루브르 소장). 1546년, 루브르를 르네상스식으로 확장하길 희망하는 국왕 프랑수와 1세의 요청에 따라 레스꼬가 루브르를 개축하여 안뜰인 ‘꾸르 까레’를 만들었고, 왕실 조각가로 임명된 구종이 지금도 루브르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조각상들을 세웠다.

1547년에는 현재 파리 까르나발레 박물관의 안뜰을 둘러싼 건물의 벽면에 ‘사계절’을 상징하는 부조를 만들었다. 이 부조는 안뜰 한가운데 설치된 루이 14세의 입상 뒤쪽에 있다. 봄은 젊은이로, 여름은 수확의 여신 케레스로, 가을은 포도주의 신 바쿠스로, 겨울은 노파로 상징되었다. 또한 1550년과 1551년 사이에는 루브르 왕궁의 연회실 까랴디데 방에 아테네의 에레크테이온 신전을 모방한 네 명의 거대한 여신상을 세웠다. 후일 이 방에서 국왕 앙리 4세의 여동생 까뜨린느가 처음으로 개혁파 궁중 예배를 드렸는데 수백 명이 참석하는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앙리 4세가 가톨릭 열성분자에게 피살되었을 때 이 방에서 입관되었다(1610년).

‘샤틀레 레알역’의 왼쪽 근처에는 1529년 프랑수와 1세가 조성한 ‘끄르와뒤뜨라우와 샘’이 있다. 당시 이곳은 경제활동이 빈번한 거리였는데, 그러다 보니 위조화폐가 난무하는 고질적인 사기행각이 벌어졌다. 이를 방지할 요량으로 여기에다 위조자나 사기꾼을 처벌하는 형차가 설치되었다. 죄인들이 처형당하기 전에 참회하도록 십자가가 세워졌고, 이것을 ‘역적의 십자가’라고 불렀다. 이곳은 1698년까지 처형지로 사용되다가 프랑스 혁명 때 제거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샘을 기초로 삼은 건물 벽면에 구종의 까랴디데 부조 가운데 복사본 하나가 새겨져 있다.

1552년과 1555년 사이에 위그노 신앙 때문에 투옥되었던 구종은 방면을 받자 곧바로 루브르 왕궁의 사각형 안뜰을 둘러싼 왕실 건물의 벽면을 알레고리 조각상으로 장식하는 일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위그노와 가톨릭 사이에 종교전쟁이 터진 1562년 말엽 구종은 위그노 신앙을 위해 왕실 조각가 자리를 미련 없이 내려놓고 프랑스를 떠나 이탈리아 볼로냐로 가서 거주하였다. 구종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기록한 1563년 문서에 볼로냐의 위그노 난민 집단의 일원으로 언급된 것을 미루어 볼 때 그 이후 어느 시점에 사망한 것처럼 보인다.

기념비적 위그노 조각가 구종은 역사의 무대에서 안개같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도 널리 기억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있는 ‘나폴레옹 안뜰’을 둘러싼 건물 벽면에 세워진 프랑스 역사를 빛낸 인물 조각상들 가운데 구종이 있다. 또한 그의 초상화가 루브르 박물관 ‘아폴롱 회랑’에 걸려있고, 파리 8구에 폭 14.6m에 길이 520m를 가진 도로가 구종을 기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