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특집] 제109회 총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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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회 총회 참관기

이종주 목사(부산노회장, 반석위교회)

노회의 총대가 되어 총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장로교회 목사인 나로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총회 일정 하루 전에 열리는 공천부 모임을 위해 출발했다. 배포된 공천 규칙을 받아 든 위원들은 규칙을 숙지한 후 공천을 시작했다. 회의는 쉽지 않았다. 각 노회의 사정과 상황의 다름으로 인함이었다. 회의는 밤까지 이어졌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며, 타 노회의 상황을 듣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도 잃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마음과 가르침을 따르려 애쓰는 위원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튿날 오전, 드디어 공천이 완료되고, 오후부터 총회가 시작되었다. 총대들은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한 마음으로 안건을 처리해 나갔다. 그중에는 매우 흥미로운 헌의도 있었다. 북서울노회에서 올린 미혼 청년들을 위한 만남을 제안하는 헌의였다. 처음에는 ‘이런 안건까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헌의 배경을 들은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믿음 있는 청년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가정을 이루는 일이 흥왕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여호수아와 함께 사명을 감당했던 출애굽 2세대와 같은 믿음의 가정들이 이루어지도록 기성세대의 기도와 배려가 절실함을 느끼게 되었다. 총회의 결의에 따라 지도부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는, 개회를 위한 장로 총대들의 과반수 출석 여부였다. 이는 몇 해 전부터 총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사안 중의 하나이다. 이번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생업을 가진 장로 총대들이 3일간 열리는 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둘째로, 복음 자체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제기된 헌의들이었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럼에도 순수한 신앙을 지키는 일이 언제나 우선이다. 둘 사이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연약한 우리에게 주께서 지혜 주시기를 소원한다. 다음으로 총회 기간 중 다른 총대들과 더 많은 교제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총회는 노회들 사이에 소통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확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박 3일간의 총회, 심지어 둘째 날은 밤 9:30분까지 회의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진행되었고, 총회 기간 중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때로는 마음이 상할만한 반대 의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의견들 모두는 총회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들이었으며, 무엇보다 진리에 기반한 합신의 정신과 법에 따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었다. 이런 모습이 우리 합신 총회가 크지 않은 교단이면서도 시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 교회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변세권 전 총회장님과 강원노회의 섬김은 정말 감사했다. 총회를 은혜로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정재 목사(충남노회 서기, 대천강성교회)

조금 먼 거리였지만, 기대감과 감사한 마음으로 처음 총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이번 총회는 처음 참석한 저에게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고성 없이 매너 있고 지혜롭게 진행된 총회의 분위기에 감사함을 느꼈고, 특히 후배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겸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은 도전이 되었습니다. 원로가 되시는 증경 총회장님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정말 필요할 때 꼭 소중한 말씀을 해주시는 증경 총회장님들의 해안과 절제된 모습에서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총회에서 논의된 신학교 운영 방안은 우리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목회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동성애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다소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박영선 목사님의 시원한 발언과 지혜로운 리더십으로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여유로움과 경륜은 후배들에게 큰 본보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선배들은 자신의 사명을 다했고, 이제는 후배인 우리에게 미래 목회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선배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기며,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목회자 정년과 미래 목회에 대한 고민은 총회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졌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의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 그리고 진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존경하는 박윤선 목사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고민이 진지하게 보여 고개가 숙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총회가 나의 목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 우매함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총회에 참석하는 동안 내내 떠오른 생각은 ‘이 모든 논의가 나의 목회와 교회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목회에만 집중하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로회 정치의 정신과 원칙을 되새기고, 이를 현실에서 어떻게 교회 정치에 적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108회기 총회를 위해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임원분들과 109회기 회의를 위해 아낌없는 수고와 친절을 베풀어주신 강원노회 목사님들, 성도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신용목 장로(수원노회, 진성교회)

하루만 다녀올까 했던 생각을 접고 2024. 9. 24~26일까지의 2박3일 모든 일정을 함께하리라 계획하고 정선으로 향했다. 109회 총회가 열리는 강원도 정선의 1,000미터 고지 하이원 팰리스호텔의 분위기는 자못 눈 녹은 알프스의 목가적 정경을 떠올리게 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동화 속 궁전 같은 호텔 건물이 주변 고산들을 배경으로 고즈넉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식사, 예배, 회무, 취침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2박 3일의 일정 가운데 그래도 나름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기대하였는데 막상 일정이 진행되면서 분초를 아끼고 소변을 참아가며 회의를 진행하시는 총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이나 진지하게 그리고 때로는 격하게 발언하는 총대님들을 보며 그저 자리를 지키는 나로서도 점차 쉽지 않은 일정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500여 쪽에 가까운 회의록의 회무를 처리하느라 골몰하며, 의견을 개진하며, 논의하며, 찬반을 표하는 머리 허연 총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옆의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십수 년의 세월을 통해 뒷모습만 봐도 누군지 알겠는데, 어느덧 머리에는 서리가 내려 허옇게 변했다고. 문득 하늘의 하나님이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 보신다면, 아마 109회 총회는 백구(白鷗)들의 진지한 구수회의(鳩首會議)처럼 보시며 흐뭇해하지 않으실까 생각된다.

이번 총회를 통해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교단이 일반 성도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총회 임원들의 성심, 총대들의 진지한 신앙, 총회를 섬기는 총회 개최 노회 관계자들의 감추어진 노고로 좀 더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교단이 되어간다고 하는 깨달음과 총회 기간 중간중간 드려지는 예배와 특별순서에 따른 감동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나의 영혼이 한 뼘쯤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그리고 한 뼘쯤은 저 낮은 데로 임하는 시간이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황준규 장로(동서울노회, 뜰안교회)

2박 3일간 정선 하이원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합신 총회는 항상 그러하듯이, 많은 의제와 안건의 처리로 그 열기와 갈등과 고민과 피로도가 상당히 높았다. 매일 밤 9시가 넘어서 끝나는 마라톤 회의와 그 의제와 토론의 깊이와 넓이의 방대함과 높은 전문성에, 저와 같은 초보 총대들의 멘탈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이러한 총회의 어려움과 총대들의 부족함에도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라는 말씀과 같이, 주님은, 난제의 총회와 미숙한 총대들을 통하여, 그들의 충성된 마음을 기뻐 받으사, 결국은 화합과 발전으로 이끄셨다.

때로는 같거나 다른 의견으로 격앙된 총대들의 발언에도 신임 총회장 박병선 목사님의 질서 있는 사회로 총회는 그 길을 지나갔고, KAPC 임원진 등 친선사절단들의 인사와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새동네교회 오케스트라의 찬양과 연주는, 더워진 총회에 시원한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상큼함을 더했다. 2박 3일간의 총회는, 아침에도, 낮에도, 유난히 별이 반짝이는 밤에도 진행되었고 그 순서를 다 마치고 총회장님의 폐회선언으로 그 끝을 알렸다.

21세기 과학의 시대,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109회 합신 총회는 전국에서 모인 250여 명의 총대들과 바다 건너 일본, 태평양과 미주의 사절단까지, 한자리에 모여, 2박 3일간 예배와 기도와 회의 결과를 만들어 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는 이제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너희 목전에서 행하시는 이 큰일을 보라”(삼상 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