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입장에서 바라보는 4차 로잔대회
이수구 선교사 (일본복음선교회 대표)
인천 송도에서는 9월 23일(월)부터 28일(토)까지 제4차 로잔대회(4th Lausanne Congress)가 열리고 있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를 통해 발표된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은 당시 WCC의 비성경적이며 세속화된 선교신학에 대응하여 성경의 권위와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하였고 이를 통해 복음주의 선교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된다. 또 선교에 있어서 복음전도의 중요성과 사회참여의 필요성이라는 두 영역을 균형 있게 정리해 주었다는 점에서 선교적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특히 WCC진영의 사회복음(social gospel) 선교활동에 반하여 영혼구원과 복음전도의 가치를 높이 강조하였고, 선교전략 차원에서 미전도 종족 선교운동, 10/40창 선교전략, AD 2000운동, 성경번역 프로젝트, 글로벌전략회의(GCOWE), 글로벌 선교협력 등을 펼치며 복음주의 진영의 세계 복음화 운동을 이끌어 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로잔운동은 2차 마닐라 대회, 3차 케이프타운 대회를 지나면서 선교신학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74년 로잔언약의 강조점에 비하면, 전도의 사명을 강조하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천하여 대위임령과 사회적 책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 개념을 가져오게 하였다. 이는 변화하는 선교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대응함에 선교전략이 보다 현실적이며, 포용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로잔 운동은 복음전도의 우선성보다 사회적 활동과 인본주의적인 봉사활동으로 치우치게 되었으며, 복음전도 우선의 전통적 선교의 정의를 흐려지게 하기도 하였다. 특히, 3차 케이프타운 대회의 전체적인 주제를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는 ‘세상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하는 선교 신학으로 세상의 폭넓은 주제들을 현대선교의 주요 주제로 가져오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선교에 있어서 사회의 이슈들과 환경의 문제들, 그리고 윤리와 도덕의 이슈들에 관심을 일으키게 하여 총체적 선교의 신학적 기초를 제공하였지만 정작 영혼 구원의 우선성이라는 74년 로잔언약의 중요한 강조점을 약화시키게도 하였다. 로잔의 변천은 선교에 있어서 창조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선교의 넓은 지평을 열어준 면도 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넓어진 선교의 개념에서 영혼 구원이라는 선교의 중요성이 위협받게 되었다.
이처럼 로잔은 74년 1차 대회 이후로 세계선교에 있어서 긍정적 영향력과 더불어 선교신학의 변화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4차 로잔대회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도 신학적인 입장, 교회 목회 차원의 입장, 그리고 선교사의 입장이 찬반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나왔음을 발견한다. 필자는 4차 대회를 표면적으로 성급하게 평가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성경의 기준으로 사역현장의 열매를 바라보며 숙고와 함께 진정한 평가가 진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성급한 평가보다 74년 로잔 정신을 되새기면서 올바른 선교의 길로 다시 돌이킬 수 있도록 대회가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면서 기도해야 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작은 바람을 담아서 ‘선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4차 로잔대회의 견해를 언급하고자 한다.
1. 역사적으로 로잔언약은 WCC진영의 세속화되고 비성경적인 선교신학과는 분명한 차별을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현대선교에서는 로잔언약에 동의하는 것은 곧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선교에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선교사의 입장은 로잔대회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였고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영혼구원의 우선성을 강조하였던 74년 로잔언약 정신이 이번 4차 대회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2. 남겨진 미전도 종족들(UUPG)을 향한 창의적이고 접근 가능한 현장 선교전략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로잔은 다양한 현장에서 사역하는 단체와 선교사, 선교학자들이 함께 모이는 토론의 장이다. 코로나 이후로 위축되어 가는 선교현장에서 남겨진 미전도(Un-reached) 비접촉(Un-engaged) 종족을 향한 구체적이고 새로운 전략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3. 변화하는 선교지의 환경 속에서 타종교인들, 다음세대 젊은이들, 이주민들, 사회 속 복음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혼들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이들을 향한 복음전도 전략과 사례들이 토론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전도와 사회참여라는 두 영역이 영혼구원 우선성이라는 전통적 선교의 토대 위에 다시 세워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4. 미래 선교는 서구 중심의 일방적 선교 패러다임을 넘어서 세계교회가 함께하는 다중심적인 선교(poly-centric Mission)의 시대를 맞이한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제3세계 교회들과 함께 협력(partnership)하며 남겨진 대위임령 과업 완수를 위해 동역해야 할 시기이다. 국제적 협력과 선교 동역의 기회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5.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에 대하여 복음주의적이고 선교학적으로 잘 정리된 로잔의 입장을 확실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총체적 선교가 삶의 전 영역에서의 선교를 강조하는 듯하지만, 결국 “무엇이 우선이고,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선교는 자칫 사회복음(social gospel)이나, 종교다원주의, 박애주의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는 로잔 4차 대회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라는 주제로 현재 25개의 이슈트랙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 교회들이 함께하는 이번 대회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일 것으로 기대해 본다. 향후 진정한 평가는 성경적 입장에서 냉철하게 분석되고 평가될 것이다. 선교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 선교의 성경적 방향성을 찾고 글로벌 교회와 구체적 협력의 방안들을 찾는데 이번 대회의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 명의 선교사 입장에서 4차 로잔대회에 대해 우려 속에서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라는 바를 피력하였다. 이는 단체나 기관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필자는 현장의 모든 선교사들이 기대하는 바는 우리에게 남겨진 세계선교의 과업들에 한국교회가 분열이 아니라 하나 된 모습으로 세계선교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