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단의 교류와 통합의 원칙–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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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교류와 통합의 원칙–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하나이다. 이를 표현하여 보편교회라고 한다. 역사 속에서 어느 시대나 어느 장소나 어느 민족이나 국가나 혈통이나 성별을 막론하고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자는 하나인 보편교회에 속해 있다. 어떤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 특정한 수의 신자가 모이는 개별교회는 개별적으로 이 보편교회 안에 있으므로 교회로 인정된다.

지상에 있는 보편교회는 전투하는 교회라는 영적 특성이 있다. 곧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리스도와 연합된 지체로서 그리스도의 깃발 아래 모여 한 신앙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실행하며 이 땅에서 마귀, 죄, 육신의 정욕과 싸워나간다. 이러한 전투의 성격을 생각하면 전투하는 지상 교회는 오직 거룩한 성도만을 포함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표면적으로만 신앙을 고백할 뿐이며 사실상 믿음이 없고 정결치 않은 삶을 살면서도 여전히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자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사실로 인하여 마귀와 세상에 대하여 거룩함의 전투를 실행하여야 하는 교회가 스스로 거룩함을 이루지 못하는 그야말로 연약한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허다하다.

어느 교회가 그리스도를 떠나 그리스도의 원수를 따르지 않는 한, 전투하는 교회의 이러한 연약한 특성 때문에 그 교회는 여전히 보편교회에 속해 있다. 반대로 다른 교회들이 마귀에 속한 집단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어느 교회가 이 교회들과 분리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보편교회에서 이탈하게 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보편교회를 마귀 교회와 구분하는 기준은 우선 가시적인 외적 표지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를 따라 바르게 선포하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의도에 일치하도록 성례를 바르게 시행하는 것이다. 권징의 시행을 표지로 더하기도 한다. 내적인 영적 표지는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으로 고백하는 믿음에 의한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사랑에 있다. 이러한 표지를 보이는 한 그 교회는 오직 하나이며 거룩한 그리스도의 교회이다.

그런데 만일 어떤 개별 교회가 다른 교회들을 보면서 이러한 표지의 특성을 유감스럽게도 이상적 형태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그 교회가 참된 보편교회에 속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반대로 자신을 그 교회들과 분리하여 자신만이 참 교회라고 한다면 이것은 분리주의의 잘못을 범하는 일이다. 물론 우상숭배를 조장하거나 하나님을 부인하거나 성경의 교리를 훼손하는 교회라면 그 교회는 결코 보편교회의 일원이 아니라 적 그리스도의 교회이므로 분리함이 마땅하다.

오늘날 교단의 교류와 통합과 관련한 일을 할 때, 우리 합신 교단은 보편교회와 관련한 원리에 비추어 사안들을 깊이 숙고하고 신학이 인도하는 과정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우선 여러 개로 존재하는 장로교회의 교단들과 서로 교류하고 통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보편교회가 하나라는 분명한 진리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원리이다. 이 원리 앞에서 분리와 분열의 어떤 명분도 타당성을 잃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대한 보편적인 성경 해석을 따르고, 사도신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 표준문서를 받으며, 장로교회의 교회정치 체제를 실행하는 장로교단이라면 어느 교단과도 통합을 위한 대화를 열어가야 한다.

물론 성경의 영감과 무오성을 부인하는 것은 신학의 토대와 원리를 부인하는 것이고,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은 신앙의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며, 여성 목사 안수를 실행하는 경우는 교회정치 체제를 달리하는 것이므로 통합을 진전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을 위한 노력에 주저하지 말아야 하며 어떻게든 가능한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옳은 신앙의 태도이다.

만일 합신 교단이 자신에 대해 어떤 점에서인가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교단의 연약함을 지적하면서 대화의 상대인 교단에 대한 존중과 사랑과 겸손함을 잃는다면, 합신 교단은 스스로 연약한 교회임을 보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통합하여야 할 교단들 사이에 신학의 수준, 목회자의 인격과 능력, 총회나 노회의 정치 양상, 교인의 도덕적 성숙 등과 같은 것에 있어서 어떤 차이들이 있다고 하여도 이것은 통합을 훼방할만한 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합신 교단이 한국 장로교회가 신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교회의 거룩함을 일깨우고 신학의 정통성을 지키는 개혁신학의 보루로 귀한 쓰임을 받아 온 그 위상과 정체성은 실로 큰 자랑이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합신 교단은 이것을 어떻게든지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영광을 상실할까 조심스러워서 타 교단과의 통합을 포기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합신 교단은 다른 교단과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을 표어로 삼는 합신 교단의 마땅한 지향점이어야 한다.